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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소설

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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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 / 疎韻 김경주 크고 잘 익은 열매를 본 적이 없다 이슬가득 머금고 짙은 향내 풍기는 늦가을의 정서는 얼마나 풍요로운가 그러나 주린 자들의 눈빛은 초조하다 과수원에 메아리치는 다급한 목소리들, 매일 쫓는 자들과 도망치는 자들의 혈투로 24시를 마감한다 꽃 피고 열매 맺어 크기도 전에 가지를 떠나야 하는 퍼런 얼굴의 과일들 몸에 돋은 솜털이 파르르 떤다 뜨거운 늦여름의 빛살 내리꽂힐 때 열매 떠난 잎들은 갑자기 시들어간다 키를 넘던 가시울타리는 폭격 맞은 폐허처럼 뒤집어지고 과수를 지키던 개의 빈 울음만이 바람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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