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도움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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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올려야 할지 몰라 이곳 질문 답변란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이지만 읽어주시는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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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한에서 태어나서 자라온 토종 구터민 내지 헌(?)터민입니다만, 바로 한세대 위로만 가도 남북한의 대치로 인한 비극을 고스란히 가슴에 품고 지내신 분들이 계십니다.
바로 저의 어머님이십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경상도 촌구석의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인연이 맺어졌지만 그 조그만 시골에서 조차 비극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먼저 아버님 얘기부터 할까요?
아버님은 월남전에까지 참전했던 용사였으며 이후 공직에 계시다 은퇴하셨습니다. 참전으로 인해 생긴 지병으로 몇년전 국가유공자로 지정받으셔서 국가로부터 적지 않은 연금도 받으십니다. 
베트남의 공산정권과 전쟁까지 치르셨던 분인지라 우파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가끔 정치얘기가 나오면 저랑 할 얘기가 많아지기도 합니다.
 
이제 어머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어머님 나이 6살때 625 전쟁이 터졌습니다. 625를 전후해서 남한에서는 내무부장관이 총재가 되고 국방장관이 고문을 맡았던 국민보도연맹이 창설 되었습니다.  국민보도연맹의 강령은 "대한민국 정부 절대 지지", "북한정권 절대 반대", "공산주의 사상 배격" 등 반공 우익단체였으며, 처음에는 좌파들을 대상으로 사상적인 훈육을 목표로 설립이 되었으나, 지역할당제로 공무원들의 실적채우기 용으로 무차별적인 가입강요나 회유로 30만명 이상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태극기"에서 보듯 보도연맹에 가입하면 쌀한자루씩 준다는 경품행사로 보도연맹이 뭔지도 모르고 가입했다가 참극을 맞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시 회원 30만명 대부분이 625가 발발하자 북한에 동조할 것을 우려한 이승만 대통령의 명령으로 남한의 군대와 경찰들에 의해 집단 학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어머님의 아버지와 삼촌.. 저에게는 외할아버지와 작은 외할아버지 두 분께서 그러한 이유로 경찰서에서 잠깐 보자고 해서 나가셨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외할아버님 형제의 제사날이 언제인지, 무덤은 어디인지 아직도 밝여지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이런 비극은 알려지지도 않았고 입에 담기도 무서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도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는 그런 시절이 무려 55 년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저는 전쟁중에 인민군의 쳐들어와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외할아버님이 남한의  군경에 의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한참을 멍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가 우리나라가 맞는지? 그냥 덮어버리면 그만인게 우리의 역사인지? 지금껏 우리 삼형제를 떳떳하게 키우신 우리 엄마가 그렇게 아픈 상처를 왜 내 나이 마흔이 다될때야 비로소 말씀을 하시는지? 여러 가지 질문이 한동안 제 머리를 복잡하고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새천년을 맞고 비로소 노무현 대통령께서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설립하여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으나, 정권이 바뀐 후 정치권의 무관심과 예산 삭감으로 더이상의 유해발굴도 과거에 대한 조사도 중단되어 버렸습니다.
 
비로소 제 머리를 복잡하게 흔들던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외조부님의 유해를 못찾더라도 어디가 무덤인지, 언제 돌아가셨는지라도 알아야 625 이후 고아로 홀로 자라신 어머님을 도와 그분들의 넋을 기리고 제사라도 올려 드리는게 도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고 고인의 넋을 위로할 수 있게 국회의원들에게 탄원을 하니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오라고 하네요. 서명을 받아서 외할아버지가 어디서 돌아가셨는지, 기일이 언제인지 알 수만 있다면 어머님께서는 더이상의 여한이 없으시다고 합니다.
 
새터민님들이 북에 계시는 부모님을 기리는 글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곤 합니다. 효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 원통함을 쓰신 글들을 보며, 나는 그래도 아직 기회가 있음에 행복합니다. 
 
정모때 혹시라도 제가 서명을 부탁드리게 되면, 소중한 도움 주시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모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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