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이별

세탁기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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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금성을 아는가?

한때 대우,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자제품계에

한획을 그은 금성...

지금은 엘쥐라고 이름을 바꿔 글로발 기업으로 성장했다.


엘쥐의 예전이름 금성...

한때 엄청난 히트 상품이었던 오케이 세탁기라는 제품이 있었다.

약 80년대 중반쯤 출시됐고

90년대들어 단종됐으며 한번 고장나면 고칠수도 없는

아주 귀중한 기기이다.

내가 1~2살무렵 아빠가 중고로 구입하셨다.

세탁기 본체엔.. 흐릿하게 [**전문대 기숙사 3동]

이라고 적혀있고

그 밑엔... 고길동 스티커가 누렇게 떠서

빛을 바래며 꼴아보고 있다.

고길동 스티커 위엔 어린아이의 글씨체로

"가나다라마바사"가 적혀있다.

곰곰히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는지....

감이 안온다. -_-

난 7살때 까지 세탁긴 원래 뚜껑이 없는줄 알았다.

7살 나: "세탁긴 원래 사람이 볼수 있도록 위는 뚫어놓는거야

바보야..."

친구: "어... 우리집 세탁긴 위에 막혀있던데..."

7살 나: "엄청 후진거구나... 우리엄만 맨날 세탁기 돌리면서...

잘 돌아가나 확인하시는데... 가끔 막대기로 쿡쿡 찌르기도 하고....

너 그리고 탈수할때 얼마나 빨리도는줄 모르지?

그 안에다 손 넣으면 얼마나 시원한데.... 히히

부럽지?"

친구: "좋겠다.. 우리집껀 안그런데..."

7살 나: "(우쭐)"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친구들이 날 따돌리는걸 보고 느꼈다...

친구들: "오지마!"

8살 나: "애들아 미안해... 잘못했어... 세탁기 뚜껑있다고

인정할께....."

그리고 최근...

몇일전 집에 경찰이 찾아왔다.


딩동... 딩동

아빠: "누구세요...?"

경찰: "경찰입니다."

아빠: "무슨... 일이시죠?"

경찰: "신고가 들어와서요.. 잠깐 문좀 열어주십시요"

문 열고...

아빠: "...음......."

경찰: "안녕하세요... 2동 파출소 김순경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동네 주민들이 계속 요주변에서

뭘 키우는거 같다고 민원이 들어와서요... 혹시 이집인가 해서..."

아빠: "뭘 키우다뇨?... 음.. (에헴...) 딸 둘 키우고 있소만..."

경찰: "아.... 따님이 아니라... 애완동물이나... 뭐..

그런 종류... 혹시...?"

"꽤액!!!!!! 꺽!!!! 꽥액!!!!! 꺽!!!!!"

순간 경찰이 총을 꺼냈다.

경찰: "뭐얏!"

아빠: "(화들짝)!"

경찰: 이주위 주민들이 근처에서 괴물을 키우는거 같다던데..!

이집 이였군!

당신 도대체 뭘 키우는 거야?!

"꽤액!!!!!! 꺽!!!! 꽥액!!!!! 꺽!!!!!"

아빠: "버섯아! 세탁기 꺼라!"

나: "네~"

그후.....

주민들의 끈임없는 민원에

정부에선 우리집에 세탁기 사용금지 처분을 내렸다.

아빠: "수긍 못해! 내가 내물건을 왜 내 맘대로 못써...?!"

아버지의 똥고집에 장장 수개월간 지역주민들과

혈투를 벌였고... 법정까지 갈뻔한 위기도 수차례 넘겼다...

그런뒤 주민들은 스스로... 아버지의 경의로운 곧은 절의에

조의를 표하며...

주민들 스스로 성금을 걷어

세탁기를 한댈 사줬다.
(변호사 비용보단 경제적이지...)

트롬으로..... 후후


세탁기와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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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빤 우울하다... 뭐가 그렇게 서글프신지... -_-

아빠: "거의 30년동안 봤던건데.. 막상 보낼려니 아쉽구나.."

엄만 신났다.

엄마: "어머어머어머... 뭔 버튼이 이렇게 많다니?

뭐가 세탁이야? ^^"

아빠: "-_- 잘가라 친구!"

그렇게 아빤 정든 세탁기를 집밖으로 옮겼다.

나: "아빠 기운내세요.... 트롬이랑 친하게 지내다

보면 금방 잊혀질 꺼예요.."

아빠: "그래...."

그리고 잠시뒤

세탁기를 밖으로 옮겨놓자 마자 동네 주민 10여명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몰려와서
세탁기를 부시는 의식을 치뤘다....

주민들: "죽여!"

착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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