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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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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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들려보는 쉼터입니다.
물론 아무리 들여다봐도 날 찾을 사람이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 20년동안 한번도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미련 하나가 날 자꾸 여기로 부릅니다.
오늘 그 사람이 너무 그리워 끝내 조용히 눈물을 삼켰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난 방송원이였고, 그 사람은 호위국에 나갔습니다.
고등중학교 때 제 옆 짝쿵이였는데, 처음엔 제가 짝사랑했고, 다음엔...어느 순간부터인가 그가 절 좋아했습니다. 여기서처럼 자유개방의 시대였다면 하다못해 입맞춤이라도 했을 텐데... 손 한번 못 잡아보고 그냥 눈으로 보면 서로가 마음을 읽고 미소만 지었을 뿐이었습니다.
 
졸업 때, 둘다 호위국초모에 합격했는데 전 마지막 키가 5센치 부족해서 평양까지 가서 떨어졌죠. 저는 사회에서 선전대, 기업소 아나운서를 했었고, 그는 이슬비내리는 어느 새벽에 마지막으로 제 이름 부르며 "나 떠난다. 잘 있어!" 이 한마디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누가 기다리라는 말도 안했지만 저는 그를 5년동안 기다렸습니다.
길에서 그 집 부모님들도 절 보면 항상 반가워했었죠. 제가 호위국에 합격했을 때 그 집 아버지가 저희집에 와서 저의 아버지한테 애들 제대되고 오면 결혼식 올려주자고 하던 말이 저에겐 하늘과 같은 믿음이었어요. 하지만 결국 저는 사회에 남게 되었고 그는 떠났죠.. 그 사람이 너무 보고싶을 때면 마음속으로 감정제대라도 되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도 있었어요. 그 보다 더 심하게 육체적 불구가 되었었다해도 그 사람의 정신만 살아있다면 그걸로 행복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감정제대 명령받고 왔다는 말 들었습니다.
한달음에 달려가보니 집안에서는 울음바다가 펼쳐진겁니다.
알고보니 그는 영양실족으로 시체가 되어서 돌아온겁니다.
평양시 만경대구역에서 복무했었는데 거기서 떠날 때는 살았으나 오는 도중 차안에서 운명을 다했다 합니다. 호위국에 나가면 그래도 일반 군인들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나을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는 어느한 기업소 초급당비서 아들로서 평상시 생활이 부유했었어요. 아마도 그런 환경속에서 살다가 군대에 나오니 누구보다도 인내력이 부족했었겠지만, 그가 이렇게 죽음이 되어 올 줄은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다른 그 누구를 사랑할 용기가 없었고, 그가 없는 그 나라가 싫었습니다. 그를 죽음으로 내 몬 그 나라가 너무나도 밉고 미웠습니다. 제가 탈북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이 탈북한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은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엄마가 되었는데 가끔씩 그가 꿈에 나타나고, 요즘은 너무나도 그가 그리워집니다. 너무나도 보고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밤 애들 재워놓고 몰래 눈물흘리다가 이렇게 글 몇자 남깁니다. 혹시 기적이 있다면 그가 무덤안에 들어갔다가 다시 살아나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나몰래 여기에 먼저 와 있는 건 아닌지, 아니라면 그의 여동생이 어쩌다 여기로 온건 아닌지, 등등 여러가지 혼상끝에 그의 영혼이라도 와서 이글을 읽어주지 않을까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사람아...
내가 너무 사랑한 사람아!
그대의 혼이 이 땅에도 있다면
그댈 그리워 하며 이렇게 몸 부림치는
한 여인의 처량한 모습, 지친 모습을 전해다오.
 
태여나서 23해
못다 핀 한송이 꽃이여
하늘나라에 가서도 얼마나 한 많았으랴
우리가 태여난 그 나라가 얼마나 저주스러웠으랴
 
사람아, 내 하나의 사람아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아...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1
핑크엔젤 2010.12.17 16:33  
정말 가슴아픈 사랑을하셨네요 .저도 첫상랑이 자꾸 꿈에나타나는데 정말 안좋은 일이있어서 그런건아닌지 조금은 걱정이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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