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착 7년
이제는 쉼터 들어온지 5년째 되어오네요.
오늘은 저의 한국정착 7년동안에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적어드리려고 합니다. <?xml:namespace prefix = o />
우선 저는 1년 만에 가족을 다 데려 오다보니 가족에게 돈 보내줄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절반은 성공했다고 자부하죠.
가족에게 돈을 보내주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또한 손놀림 무디고 동작도 너무 느려서 육체적인 일은 잘 못하다보니 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 눈치보여서 오래 일 못해요. 그래서 나름 머리 쓰는걸 워낙 좋아하다보니 공부를 해서 월급은 좀 세면서도 머리로 때우는 일을 하게 됐죠.
물론 머리를 쓰는 일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기계들도 이것저것 만져보고 직원이 부족할 때는 직접 기계를 돌리기고 했지만요.
또 일손이 모자라다고 하면 힘들더라도 도와드렸죠.
회사생활 처음 할 때 야근 수당도 안 챙기고 취미생활이라는 것도 모르고 주말에도 열심히 일만 하다 보니 결국 나중에는 병을 얻었죠. 지금까지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답니다. 그래서 돈많은 분들보다 건강하신 분들이 제일 부러워요. ㅎㅎ
한가지 알려드리고 싶은것은 회사 처음 들어갔을때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시고 남만큼만 하셔요. 몸도 마음도 모두 힘들고요. 다음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힘겨워져요. 그러니깐 힘쓰는 일은 뒤쳐지지 않을 정도만 적당히 하셔야 해요^^
다음은 돈문제죠
제가 미혼녀라 딸린 식구가 없는걸 알고 화목한 우리 회사원들이 저보고 자꾸 돈을 빌려달라네요. 심지어 사모님까지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몇백을 빌려주고 또 월급도 두 달치 밀린 채 회사에서 나왔죠. 대학에 가려구요. 대학도 물론 우리 회사분들과 주변 거래처 분들, 그리고 제 친구의 권유로 입학했죠.
대학교 들어갈 때 남한청년들의 통일의식 부족에 너무나도 마음 아픈 나머지 저의 천진함과 순진함이 발동되어 우리 대학생들에게 통일의식 심어주고 북한사람들과 북한의 삶(행복했던 삶과 불행했던 삶)에 대해 알려야지.라는 생각으로 입학했죠
우리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의 의식으로 우리의 힘으로 이뤄내야 하며 언젠가는 꼭 통일을 이뤄내는데 나의 작은 힘이나마 바칠거야라고 다짐하며 영웅정신으로 입학했죠. ㅎㅎ 지금 생각하면 너무 귀여워요~ ^^
밀렸던 월급과 빌려줬던 돈은 4년째 아직도 못받고 있죠.
정말 낮과 밤이 없이 열심히 일해서 병까지 얻으며 번 제 돈인데 달라고 하는게 왜 이렇게 미안한지...
전화를 하면 미안하다며 돈이 좀 마련되면 주겠다는데 이제는 이렇게 세월이 흘려버렸죠.
제가 마음이 너무 모질지 못해요. ㅎㅎㅎ
말투문제
대학생활 처음에는 말투때문에 힘들었죠. 저 말투 아직 북한식 말투랍니다. (고치지 않은 이유는 우선 북한 사람들이라고 무조건 자기를 숨길 이유가 없고 한국에 왔다고 해서 무조건 한국식으로 자신을 바꿀 이유는 없으며 능력있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는걸 알리고 싶어서였죠. 그리고 두번째로 말투를 바꾸려는 제 노력이 부족한 탓이죠. ㅎㅎ)
그러니 발표때마다 사람들이 저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 보는거 있죠. 심지어 어떤 친구들은 “언니는 발표만 하면 말투 때문에 무서워요” 라고 하는 어린 친구들도 있었죠. ㅎㅎ
지금은 시간이 흐르니 말투로 인한 고민 또 사라졌죠. 시간이 흐르니깐 그냥 재밋게 들어주시더라구요. ㅎㅎ
공부는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장학금을 받을 만큼은 했죠. (출석 잘 보장하고 수업시간에 열정적으로 교수님말씀에 답변을 할려고 노력하는거. 그리고 좀 쉬운 과목을 택한것도 있고...)
힘들거나 지칠때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문제
학과 특성상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공한 새터민들보다도 힘든 새터민들을 많이 만나보게 되었으며 봉사를 통해 다 무너져가는 집에 홀로 사는 독거노인까지도 만나보는게 되면서 사회의 약자들을 특히 많이 만나게 되었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보니 내 자신이 너무 행복한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또 그들을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도 하게 되고 특히 제가 새터민인 관계상 새터민들에게 마음이 훨씬 더 가더라구요.
그래서 쉼터에 오면 탈북수기 빠짐없이 읽고 “이만갑”도 팬이죠.
많은 우리 분들이 이만갑 싫어하는 이유는 저도 잘 알지만 저는 탈북수기나 이만갑들을 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미래도 꿈꾸죠. 과거처럼 살지 않기 위해 또 아픈 삶을 사는 사람들을 단 한 사람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을 개발하는데에 모든 것을 다 하리라. 그곳에서 힘들었던 만큼 이곳에서 꼭 좋은 삶을 마련할 수 있도록 ...
실력만이 나 자신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고 아픈 삶들을 구원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구요.
그리고 다행이도 나이가 30대이다 보니 또 나이 드신 분들에 비해선 많이 유리하죠. 젊음은 금주고도 못바꾼다고 하잖아요. ㅠ
힘들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군 해요. 난 한국에 어제 갓 들어온 새터민이야. 오늘부터 새로 다시시작하는거야 라고 ...
또는 70~8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정착하는데 그분들에 비하면 난 얼마나 행운이야 라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마음도 많이 가벼워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더라구요.^^
제 주변에는 마음 따뜻한 좋은 분(본터민들)들 엄청 많죠. 그 중에 한 두 사람 빼고 모두 어렵고 힘들죠. 사람이 마음이 이쁘면 하늘이 알아줄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구요. 물론 북한에서도 그렇게 순진하고 착한 사람들만 굶어죽었잖아요. ㅎㅎ.
왜 좋은 분들은 자꾸 남들한테 당하기만 하고, 또 하려는 일은 왜 그렇게 찌질이도 안되시는지. ㅠㅠ 저도 막 마음이 아파요. 하나님이시여 제발 좋은 분들 잘 되게 굽어살피시옵소서~ 할때도 한두번 아니었죠.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죠.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 순간의 아차 실수로 모든 것이 사라질수도 있고 힘들고 지치다가도 귀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하죠.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여쭈고 싶은 말은 대한민국 정착 쉽지 않습니다. 여기분들도 힘들게 사시는 분들 엄청 많아요. 많이 부딪치면서 성숙해지시고 부딛쳐서 아프다고 해서 그 자리에 절대 주저앉지 마시고 자기보다 아픈 사람, 힘든 사람들을 돌아보시며 기운을 냅시다! 라는것입니다. 우리 홧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