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 1.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
올해엔 유난스레 봄이 다가오기를 주저 하는 듯합니다. 쌩 쌩 찬바람을 뿜어내며 쌀쌀맞게 굴어도 드디어 연분홍 진달래는 망울을 터뜨렸습니다. 더불어 봄의 전령이라는 노오란 개나리도 수줍은 미소를 방실 날리며 환하게 웃어줍니다.
벌써 대한민국에서 맞는 여덟 번째 봄입니다.
흐르는 물 같은 세월 속에 떠밀려 쫓기듯이 고향을 떠난 지도 벌써 십년이 넘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정든 고향에서의 눈물겹던 나날들이 왜 이다지도 생생하게 가슴 한구석에 남아 애틋한 쓰라림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잊고 싶어도 차마 잊혀 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지금 이순간도 굶주림과 병마에 신음하며 시들어가는 형제자매들이 구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 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 일 것입니다.
지금쯤 고향의 산과 들에는 아직 미처 싹이 잘 보이지도 않는 산나물을 찾아서, 혹은 나무껍질을 벗기느라고 목숨이 겨우 붙어있는 뼈만 앙상한 사람들이 이산 저산 지친 몸을 이끌고 헤매고 있을 모습들이 선히 떠오릅니다.
작년에 북한정권이 강행한 화폐개혁으로 인하여 그마나 조금 모아두었던 전 재산을 다 뺏기고 가슴에 맺힌 멍 때문에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채로 모든 삶의 의욕을 상실하였을 모습도 눈에 선하니 그려집니다.
언제까지 이런 지옥 같은 삶을 이어가야 하는 것인지?
과연 무엇 때문에 이렇듯 비참하게 살고 있는지 정작 당사자들은 모르고 있을 원통하고 가슴 아픈 현실 때문에 마음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직까지도 위대한 장군님께서 제2, 제3의 “고난의 행군”을 진두지휘 하시면서 통 강냉이 몇 알로 끼니를 에우신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붉은 노을로 삼천리강산을 뒤덮고 말리라는 적화통일의 야욕아래 끝도 없이 내모는 전쟁준비에 들들 볶이는 인민들의 누렇게 뜬 모습이 안겨와 목이 메 입니다. 남한은 네온 싸인 화려한 경제성장의 가도를 달리는 반면 북한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폐쇄 적인 쇄국정책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오늘날 분단 60여년이 빚어낸 비극의 중심에서 양쪽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 = 새터민들의 비통한 마음은 과연 어떤 위로를 받아야 달랠 수 있을 런지요?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지옥이 있다면 아마도 지금의 북한이 아닐까 하고 수도 없이 생각했던 적이 참 많았습니다.
-다음에 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