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 추억

사는 이야기 -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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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밤, 난 지인들과 라운지에 앉아 있었다. 이런 저런 나름 심각하고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하다 우린 밖으로 나갔었다. 까만 밤을 하얗게 만드는 눈을 바라보며 이리 저리 손을 잡고 끌고 다니며 눈썰매를 타기도 했고 또 그다지 잘 뭉쳐지지 않던 눈을 애써 모아 눈싸움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난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처럼 벌렁 그냥 그 눈 위로 누워버렸었다. 그러자 내 옆으로 친구 한명이 나를 따라 누웠었다. 뭐가 그리 우스웠던지 낄낄거리며 또 큭큭 쏟아지는 웃음을 참으며 우린 마치 따스한 솜털 위에라도 누워 있는듯 편안하게 자세를 잡고 마치 개구리가 수영하는 것처럼 팔 다리를 위 아래로 저으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입으로 받아 먹었었다. 30cm가 넘도록 눈이 쌓였던 그 겨울 밤에 추웠었다는 느낌이 내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은건 그 추억이 너무 따스하게 내 심장에 스며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몇년을 그렇게 잊고 지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건 나와 같이 하늘을 보고 있었던 친구에서의 메일때문이었다. 지금은 눈이 없는 곳에 살고 있는,
 

 오빠
안녕하셨어요?
저 OO이에요
전 잘 지내고 있는데 오빤요?
어디있어요?
사람이 연락을 하면서 지내야죠
참...연락 안하셔.
난 애 엄마라 시간이 없다 하지만..오빤 아니잖아요
애 아빠 된거에요?
소리소문없이 그러진 않았겠지?
치사하게.
연락좀 합시다
오빠
OOO에 놀러와요
OO,..OO이도 와있는데..
놀러 꼭 와요
일단 연락 좀 해봐요
알았슴

 

 추억이란건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 아닐까싶다. 나 혼자만의 추억이라면 아무래도 그 색이 쉽게 왜곡되고 바래질 수 있을테니까. 그 소중한 기억을 함께 나누고 조금씩 그 날의 순간들을 맞추어 나갈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비록 그날 내 모습이 일그러지고 흙투성이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칼로 베이듯 시렸던 오래전 아픈 기억조차 이젠 아련하게 그리워지는건 어쩜 내가 늙어 간다는???

 

 쩔뚝 쩔뚝 춤을 추어대던 OO, 총만 쏘아대던 OO, 두부찜의 대가 OO, 절벽 OO, 지금 겨울을 사는 OO,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여행을 떠난 OO, 애엄마 OO, 그리고 또 많은 OOs... 이들이 나의 삶을 빛나게 하고 또 아름다게 만들어 간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그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도.. 그들에게 내 그리움을 담아 인사를 건넨다.

 

" 잘 지내지? 보고싶어..."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1
컴퓨터사랑 2009.04.22 18:32  
*^^* 아름다운 추억 고이 잘 간직하세요 ~~ 떠도는 섬님 ♬ 남은시간 좋은하루가 되시길 바람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