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을

아픈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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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픈   계 절


 

 띠르릉~~~


 핸드폰이 울어댄다.
 

얼결에 받아드니 오랜만에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이번 연휴에 뭐 할꺼니?'

'어? 연휴?...'
 

근간에 너무 바빴던 탓에 연초부터 기다리던, 올해 들어 어쩌다 있는, 가장 긴 가을연휴마저 깜빡했었네...

이어 들려오는  친구의 말소리;
 '난 이번 주말엔 벌초하러 가고 다음주엔... ...'

'오, 연휴네... 뭘 할까... 딱히 계획 잡은건 없네. 일 많음 출근할 꺼고 아니면 그냥 집에서 책을 봐야지...'

'추석에 송편떡 안해먹어?'

'어? 송편떡?...' 떨떠름...

'너 송편떡 할 줄 모르는구나? 떡국은 할 줄 알어? 명절에 뭘 해먹니?'

'그냥 밥이든 국수든... 먹고픈거 해 먹지뭐... 명절이라고 딱히 쇠어본적 없어. 내가 떡국을 할 줄 아는지도 모르겠네... 해봤어야 말이지. 아, 결국 할 줄 모르는 건가? ㅠㅠ'
 

내가 말해놓고도 무슨 말인지 통...

남한 출신인 그 친구는 벌써부터 연휴분위기에 들뜬듯 싶다.
 

북에서는 어머니가 다 알아서 하시니까... 중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선 명절을 지낼 마음이 없어 명절을 내가 주도하고 분위기 내면서 지낸 적이 없다.

오히려 명절엔 혼자라 더 굶고 멍때리고 있는다.

가까이 계시는 분들이 같이 명절 보내자고 하시지만...

모처럼 함께 하는 가족분위기 망쳐드릴까 저어되어 마음만 고맙게 받고 가벼이 사양한다.
 

아, 올해 신정에도 모두가 고향 간다고 전날부터 조퇴하고 난리들이지만 초하루 당일만 집에서 청소랑 정리정돈 하고 그냥 출근했다.

차라리 일을 나가니 회사식당에 가서 밥도 먹고 시간도 때우고  특근수당도 벌으니...좋으네...

집에 혼자 있음 밥 해먹기도 귀차니즘...배부른 흥정?...

조용하던 옆집들도 아들, 며느리, 딸, 사위들이 찾아왔는지 북적거리고

나는 혼자서 빨강 파랑 명절이벤트, 행사 광고글들이 알록달록한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책을 보고... 그것이 더 고통스럽다...

추석이라...

우리 조상들은 햇곡식으로 빚은 맛있는 술이랑 음식을 들고 조상에게 예의를 갖추었다지...

옛날 아버지, 어머니랑 할머니랑 동생들이랑 같이 벌초가던때가 너무 그립고나...

그땐 산에 가서 절을 하라고 하시면 뻘쭘하니 서있고 잘 하지 않다가

술이랑 음식이랑 고수레 하고 그 앞에 삥 둘러앉아 맛있게 먹던 음식맛들도 그립고...
 

해마다 이맘때면 길 옆에 보이던 플래카트들도 얄밉다.

'벌초해드립니다. ,000. 연락처; 000-0000-0000'

얼마나 바쁘면 파출부를 부를까...1년에 단 하루뿐인 추석날에...

아, 그들도 나보다는 양반이지...

난 저렇게 일용직도 부르지 않고 나도 찾아가 뵈지 않으니...
 

우수의 그림자가 나의 가슴속에 비껴들고

얼굴은 금시 소낙비가 쏟아질 듯...

식량난때문에 고생하는 고향사람들은 가을이 다가오니 숨이라도 좀 트이는지...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죽어갔는지...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아픈 계절은 어김없이 또 돌아왔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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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이라서

파아란 하늘은 더 높고

떠가는 흰 구름도 더 한가롭고
 

가을이라서

온 여름 울어 대던 매미도 잠시 게으름을 피우고

열심히 그물을 치던 거미도 잠시 일손을 멈춘다


 

가을이라서

북한산의 단풍은 주황빛으로 물들고

잠자리 날아예던 저 들판도 세련된 금빛으로 물든다


 

가을이라서

둥근달은 더 둥글고

몇해를 가꾸지 않은 덤불속 작은 그 흙무지는

더 더욱 처량하더라
 

가을이라서

그 작은 무덤에 술 한 잔 못올리는

불효자의 눈물은
 


아프다


 


 

- 아랫마을에서 어느 한 불효자가 -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4
베어 2010.09.04 04:34  
명절이 되면 갈곳 없어지는이...실향민들이지요~~ 예전 아버님 살아생전 명절만 되면 임진각을 갔었어요, 자유의 다리 지나 도라 OP 까지 들어가 개성을 보면서 하루를 지내다 오곤 했었지요~~ 강한 사나이 라는 닉에 맞게 용감하게 씩씩하게~~ 지내시길 빌면서~~^*^
강한사나이 2010.09.07 01:31  
베어님,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님도 해외에서나마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베어 2010.09.07 02:18  
힘내요~~~~~~~~~^*^
천사의미소 2010.09.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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