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립니다.

눈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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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립니다.
간만에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금시 즐거워지는 마음입니다.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뒤로하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눈싸움을 해볼까 아니면 눈사람을 만들까 궁리를 하다가 어릴 때 만들었던 커다란 눈사람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눈을 한 옹 큼  웅크려 쥐고 다져서 눈 위에 돌돌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굴리고 굴려도 내가 생각했던 커다란 눈덩이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굴리고 굴릴수록 불어나진 않고 제자리걸음 하는 눈덩이를 굴리다가 그만 지쳐버렸습니다.
하얀 솜뭉치 같은 눈 위에 털썩 주저앉아 헉헉!!~숨을 몰아쉬던 나는 하는 수없이 미니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모자가 있어야겠는데 마땅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부모님 창고를 여기저기 뒤적거리다가  참 좋은 모자를 찾았습니다.
북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판의 작은 그릇이었습니다.
저절로 신이 난 나는 그것을 열심히 미니 눈사람 머리 위에 씌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모자는 붙어 있지 않고 바람에 흔들흔들 춤을 추다가 떨어지곤 하였습니다.
올려놓기를 그 몇 번이고 시행하다가 머리와 맞붙은 모자 끝에 눈으로 땜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습기가 질퍽한 눈은 인 차 모자와 머리를 연결해주었습니다.
저절로 마음이 흐뭇해진 나는 신이 났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눈이며 코며 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울상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활짝 웃는 사람을 만들려니 잘되지 않았습니다.
팔을 만들려고 한 옹 큼 다져진 눈덩이를 양 옆에 붙였는데  붙어있지 않고 자꾸 굴러 떨어졌습니다.
억지로 붙여 보려 했지만 붙여있지 않고 자꾸 굴러 떨어졌습니다.
팔 없는 장애인을 만들자니 너무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무가지 한 끝을 몸통에, 또 다른 한 끝을 팔에다 꾹 박았습니다.
그랬더니 바람에도 전혀 끄떡없는 팔이 완성되었습니다.
어느새 꽁꽁 얼어버린 손이 말을 잘 듣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어갔습니다.
방긋 웃는 사람을 만들어놓고 보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라 몸통에 단추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두터운 나무가지를 1cm정 도씩 똑똑 꺾어 단추 세 알을 가지런히 몸통에 박아넣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바라봐도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계속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빠졌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에 빙그레 웃음이 나왔습니다.
(옳지 그거야. 내가 왜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을 까?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이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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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시 신나서 몸통 위에 박힌 단추 알들을 모조리 빼고 글자를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Love= 사랑이란 글을 새겨놓고 나니 함박눈처럼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사랑입니다.
생각했던 거보다 마음이 덜 들지만 그래도 마음은 흐뭇했습니다.
먹고 살아갈 걱정 때문에 사랑이란 단어조차 외면하고 잊어버리고 살았던 어제 날의 내가
순간에 사랑이란 마음으로 탈바꿈하게 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뿐이었습니다.
" 자기야. 이 눈사람 내가 이름 지어줬어. 이름이 뭔지 알아? 그 이름은 곰돌이."
남편의 어이없는 웃음이 그만 큰 웃음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하하하!!~~"
평상시 감추어져 있던 나의 장난기가  돌발 되면 서슴없이 불렀던 남편의 별명이었습니다.
"자기야 사랑해!~"
일상생활 아파도 아픈 티 하나 내지 않고 오직 아내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는 남편의 마음에
눈물이 나도록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뿐이었습니다.
오직 사랑한다는 말 밖에 해줄 말이 없는 나 자신이 미워질 뿐이었습니다.
함박눈과 사랑이 어울려 펑펑 쏟아지는 하얀 봄날에 가정의 행복도 하얗게  쏟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앞서 걸어가는 남편의  큼직한 발자국 위에 나의 작은 발자국을 살며시 얹었습니다.
빠그닥 !!~~~빠그닥!!~~
눈이 내립니다.
하얗게 쏟아지는 사랑에 입맞춤하며  행복이 내립니다.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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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3
폴리 2010.01.05 16:42  
참으로 아름다운 눈사람 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작은 눈사람의 이미지 뿐일 수 도 있지만, 잘 보면 눈사람 속에 사랑, 추억,그리고 배려가~ 담겨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듯 합니다~ 발자욱 따라 하얗게 내린 행복 이런저런 눈사람으로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korea 2010.01.06 09:55  
우리영왕님은 좋은데서 사시네요 언니는 눈도 구경도 못하구 ,,눈사람도 못만들구 ㅡ야 기분도 그렇네 눈도 만지고 옛추억도 좀 되새길려고 해도 난 안되네 눈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립니다 나의 추억도 함께 소리없이 펑펑내립니다
2010.01.08 16:00  
그 아름다운 눈사람 난 왜 안보일까요, 보고싶은데 참 아쉽네요ㅛㅛ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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