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사랑이야기 7-1

그들만의 사랑이야기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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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남자

 

어제 집으로 돌아와 그녀가 끓여 준 라면의 여운을 느끼고 있을 때 쯤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 선배님 아들인가? ”

 

“ 누구신지??? ”

 

“ 음!! 2틀 전에 봤는데 벌써 날 잊었나? 자네! ”

 

“ 2틀 전이요??? 2틀 전이면........터미널......”

 

“ 그래! 나 만화가게사장 애비일세 허허. ”

 

“ 안녕하십니까?? 이미남입니다!!! ”

 

난 나도 모르게 바짝 얼어서 군대 때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수화기 저 편으로 잠시 웃음소리가 들린다. 만화가게사장 아버님은 아니 치은씨 아버님은 그 날 약속했던 면접자리를 알아봐 주셨고 오늘 오후 2시까지 가서 면접을 보라고 하셨다. 원래 내가 전화를 드려야 했는데 아버님은 전화 올 때까지 못 기다리셔서 치은씨한테 전화번호 물어보고는 전화를 하신 거였다.

 

“ 자네 여자친구 있나?? 아 없다고 했지 그럼 내 딸 한 번 지켜볼 텐가?? ”

 

어제 전화를 끊기 전 아버님이 하신 말씀에 오늘까지도 난 볼이 벌그스레해 있었다. 혼자 뉴스에 나오는 인질극 장면을 보면서도 영등포시장에 불이 났다는 뉴스에도 헤죽헤죽 웃었다.

 

면접은 2시. 면접 보는 회사까지 35분 거리. 지금은 11시.

 

난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자꾸 서두르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는 멍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연하게 남은 것이 어제 계란비비기가 많이 도움이 됐나 보다. 원래 멍이나 상처가 오래가지 않는 타입이라 정말 다행이었다.

 

머리 모양이 양복과 마음에 들지 않아 머리를 벌써 3번째 감았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을 듯싶어서 결국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걸 택했다. 마지막으로 사나이의 스킨 ‘ 핸섬보이’를 바르면 면접 준비 끝이다.

 

아~~~~ 이 넘 의 핸 섬 보 이 !!!

 

또 확 쏟아졌다. 저 번 보다 더 많이 나온 것 같다. 우 띠! 얼굴 목 팔 팔목 손 귀 다 발랐는데도 남는다. 결국 머리에다가도 발랐다.

 

12시가 다 되었다. 아직 시간은 있지만 미리 가 있기로 하였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배는 상당히 고팠지만 면접을 다 보고 돌아와서 그녀의 라면을 먹으리라 생각했다. 지켜보면서 아버님 말씀대로 지켜보면서 하하하!!!

 

만화가게 앞을 지나 버스정류장으로 힘차게 걸어갔다. 그 때 뒤에서 누군가 부른다.

 

“ 오빠!! ”

 

“ 와!! 오빠 양복입으니까 짱 멋있네요!! 헤헤~~ ”

 

만화가게 알바생이다.

 

“ 네~~하하 좋은아침!! 아니 점심이네요 ”

 

“ 오빠 말씀 편하게 하세요!! 어디 가시나봐요? ”

 

“ 밥벌이 부탁하러! ”

 

“ 아! 면접 보러 가는구나! 언니가 아까 말했구나 헤헤~~ ”

 

“ 치은씨가 말했어요? 저 면접보러간다고? ”

 

“ 네! 언니가 눈 멍 안풀렸을텐데 면접 어찌 보러갈지 걱정이라던데.....”

 

난 아라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 멍 거의 안보이죠? ”

 

“ 아휴 깜짝 놀래라 갑자기 다가오기는 오빠두 참 멍은 진짜 거의 다 풀렸네요 근데 오빠 향수 너무 많이 뿌렸다. 그리고 말 놓으라니깐요!! ”

 

“ 다음에 만나면 놓을께요 근데 냄세 많이나요? ”

 

“ 아주 심한 건 아닌데 다가오니 확 나긴했어요!! 아무튼 오빠 오늘 파이팅이예요! 알았죠!! ”

 

“ 야!!!!!!!!!!!!!!!!!!!!!!!!!!!!!!!!!!!!!!!!!!!!!!!!!! 고아라!!!!!!!!!!!!!!!!!!!!!!

넌 잔돈 바꾸러 미국 같다 왔냐~”

 

그녀다! 얼굴은 매 맞은 아이 엉덩이처럼 빨개져 있었다.

 

“ 아라 너 얼른 들어가 손님 잔돈드려!! ”

 

“ 네 ! 언니 ! 미안해요! ”

 

아라는 황급히 만화가게로 뛰어 내려갔다. 난 화가 난 듯 한 그녀 얼굴 때문에 말을 걸지 못하고 있었다.

 

“ 면접잘 보세요! ”

 

“ 아~네! ”

 

“ 멍 다 빠졌네요! 그건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

 

“ 아~네! ”

 

“ 면접 가서는 제발 아~네! 아~네! 그 말만 하지 말아요. 알았죠!”

 

“ 아~네”

 

“ 하지 말라고요! ”

 

“ ........................”

 

난 그녀가 어디서 기분 나쁜 일을 당하고 와서 나에게 이렇게 소리치며 화를 풀어되는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다 받아주기로 했다. 화내는 모습도 싫지가 않았다. 난 갑자기 아버님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다. 지켜봐주자 그래 지켜봐주자!!

 

잠시 지켜봐주는데 그녀 얼굴이 아까보다 더 빨개지는 것이다.

 

난 더 큰 소리를 들을까봐 면접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면접을 보러 간 회사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탄탄한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쪽에서는 유망한 회사로 소문이 나있기도 하였다. 입사원서를 내고 하는 단체 면접이 아니라 낙하산 타는 거 같은 개인 면접은 해 본적이 없어서 많이 떨렸다.

 

정각 2시에 난 회의실로 불려갔다. 그 자리에는 3명의 간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누구누구라고 자기소개를 하는데 떨려서 제대로 못 알아들었다.

 

곧 나보고도 나를 소개해 보라고 하였다. 면접가면 항상 묻는 거라 자연히 외워진 대로 소개하였다. 어느 좋은 부모 밑에 공부 열심히 하고 대학생활 잘하고 나라 국방위해 군대 열심히 생활하고 사회 나와서 이 직장을 만나기 위해 다른 곳은 피해갔나 보다고 그러자 가운데 앉은 제일 젊어 보이는 분이 그런 상투적인거 말고 나에 대해서 다시 설명해 보란다.

 

다시? 자연스러운 나에 대해서 설명해 보라고 말한다. 자연스러운? 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근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면접 수없이 많이 떨어졌는데 여기서 또 떨어지면 어떠리 그래 아무 말이나 하자!

 

“ 전 백수가 좀 체질인거 같아요! 백수생활이 좋거든요! 만화 보는 거 무지 좋아 합니다. 전형적인 백수의 놀이이죠! 그리고 만화가게에서 먹는 라면이 저의 가장 자연스러운 식사입니다! 학교 다닐 때도 전 제가 좋아하는 과목은 전국에서 1-2등 하였습니다. 그런데 하기 싫은 과목은 반에서도 밑바닥이었어요! 컴퓨터공학과는 제가 그림 실력이 없는데 만화는 좋아해서 컴퓨터로 움직이는 만화 그리면 되겠다 생각해서 지원했었는데 하다보니 너무 좋아서 했더니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 상도 몇 개 받았습니다. 사실 취업이 되어도 제가 하기 싫은 일이면 오래 못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컴퓨터 디자인이나 그래픽 부서에 간다면 글쎄 아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

 

난 내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 지 알 수도 없었다. 말의 두서도 없었고....백수 얘기하다 대학 얘기하다 무슨 생각인지 에휴!!!!

 

“ 이미남씨!! 2틀 동안 시간을 드릴 테니 요즘 가장 많이 보고 접하는 사물을 그래픽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오세요!! ”

 

“ 네?? 아~~~~네!! 알겠습니다 ”

 

에구 바보 그녀가 아~네 하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한 번 해버렸네. 면접은 그저 형식이고 실제는 내가 그래픽 만드는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 보려고 했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난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접하는 사물이 무엇일까 생각 또 생각 해 보았다.

 

자꾸 그녀만 떠오른다. 그리고 라면도........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7
강한사나이 2009.06.24 02:23  
기대되네요. 그 녀와 그 녀의 라면이 이미남의 그래픽 모델이 될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님의 여친도 건강 빨리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녀만을위해 2009.06.24 15:03  
여친 많이 좋아져서 다시 활발히 학원 다니고 놀러 다니고^^ 한답니다!
스토리는 어디로 흘러갈지 저도 궁금하네요....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야생말 2009.06.24 14:44  
점 점 더 잼있어요...  동화가 아닌....  스토리전개도 참 자연스럽고요....  기대할게요!!!
그녀만을위해 2009.06.24 15:04  
기대에 부응 못해드리는 글이 될까봐 조심스럽게 걱정되네요!!
최선을 다해서 써볼께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하얀백합 2009.06.24 23:55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앞으로 좋은 글 더 많이 써 나가시길 !~`
그녀만을위해 2009.06.25 09:46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백합님 오늘 하루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기를~~~~~
컴퓨터사랑 2009.07.29 15:46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ㅎㅎㅎ
                              즐거운 시간이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