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장편 소설★ 서리꽃 사랑, 제8회.

★창작 장편 소설★ 서리꽃 사랑, 제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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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박 무호가 사무실 창 가에 서서 창 밖을 초점없는 눈으로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정 대일 기사가 들어왔다.
"사장님."
정 대일 기사의 부름에 박 무호는 상념 속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 올 수가 있었다.
"어! 언제 들어 왔어?"
"네, 사장님. 죄송합니다. 아무리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으셔서 걱정이 되어 문을 열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내가 상념에 너무 깊이 빠져 있었나보군. 앉지."
"네."
정 대일 기사가 자리에 앉으면서 말을 이었다.
"사모님 말씀인데요.....저........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왜, 무슨 일인가? 말해봐. 이제 더 이상 놀랄 일도 없네."
"저.....어......사모님께서 지금 부산에 계신데 전 남편과 함께있습니다."
"음.......그래, 어느 호텔인가?"
박 무호가 얼굴이 굳어지며 말했다.
박 무호의 태도에 정 대일은 더욱 당황했다.
웬만한 일로는 박 무호의 얼굴이 굳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텔이 아니고 해운대 유람선 터미널 옆 모텔에 묵고 있습니다."
박 무호가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데......사장니.......그 것이 문제가 아니고.......좋지 않은 일이 터졌습니다."
"........무슨 말인가?"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어서 말하게!"
머리만 긁적이는 정 대일을 향해 박 무호가 목소리에 힘을 넣어 말했다."
"네......저어.........사모님께서 떠나시기 전에 동네 유지 분들과 상인들에게 돈을........."
"돈을 어쨌다는 거야!"
"저희 회사를 팔고 다니면서 특별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게 해 준다고 하면서 돈을 가로채서 가셨습니다."
"뭐야! 얼마나! 도대체 얼마나 되는데, 금액이?"
"좀 많습니다."
정 대일에게 모든 것을 전해들은 박 무호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알았네, 나가보게."
박 무호는 정 대일이 나가고 나자 혜련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전화기 스위치를 끈 상태입니다..........
혜련의 전기 스위치가 꺼져 있다는 안내 멘트가 신호음을 대신하고 있었다.

다음날 박 무호는 정 대일을 데리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혜련이 전 남편 강치수와 묵었다던 모텔에서 그들은 이미 떠나고 난 후였다.
"눈치를 채셨을까요?"
정 대일이 박 무호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레 말했으나 박 무호는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혜련과 강 치수를 놓치고 다시 회사로 돌아온 박 무일은 뒷목이 뻣뻣해왔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귀에서는 파도소리 같은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리웠다.
그녀가 그리웠다.
그래도, 자신을 비록 죽음의 길로 내 몬다 할지라도 그녀가 한없이 그리웠다.
돌아와 주기만 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박 무호는 그녀가 그리워지면 그리워질 수록 배신감은 더욱 증폭돼 갔고 그 작용으로 여진을 찾는 날이 더욱 많아졌다.
박 무호는 자신의 여진에 대한 행동이 비 도덕적이며 비 윤리적이고 잘 못 되고 나쁜 행동이라 생각하면서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여진에게 점점 더 빠져 들어갔다.
여진을 사랑했다.
여진역시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박 무호의 심적 변화와 거기에서 오는 행동을 그대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박 무호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설령 자신을 박 무호가 혜련을 잊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그 것을 원망하거나 나무라고 싶지 않았다. 그저 박 무호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그 것으로 만족하고 행복했다.
박 무호는 날이 갈수록 정신이 흐려지고 판단력이 약해졌다. 그보다 심각한 것은 깊은 상처와 모멸감으로 날이 갈수록 타락하면서 폐인이 돼갔다. 이제 낮에도 술을 자주 마셨으며 어떤 날은 사내 식당에 눌러 앉아 술을 마시고 있기도 했다.
그러한 박 무호를 보면서 회사 직원들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은 이미 걱정의 도를 넘어 술렁이고 있었다.
여진은 망가져가는 박 무호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사장님, 이런 분이었나요? 제가 당신을 잘 못 보고 잘 못 판단한 거였나요? 말해 주세요. 제발 아니라고 말 해 주세요! 흑흑흑.'
여진이 어느 날인가 취해 쓰러진 박 무호를 부등켜 안고 절규하듯 그렇게 말했다.
아들 성철 또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박 무호에게 어느날 말했다.
'아버지, 제가 엄마를 일찍 잃고도 꿋꿋하게 잘 큰 것은 아버지의 강인함고 자상함 때문이었어요. 전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했어요. 중학교 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전 망설임 없이 아버지요 라고 자신있게 말했어요. 아버지 잊어버리세요. 아버지의 몸은 아버지 혼자의 것이 아니에요. 회사 식구들도 생각 하셔야죠. 부탁입니다, 아버지.'
딸 성희도 마찬가지였다.
'아빠, 아빠가 자꾸만 이러시면 하늘에서 엄마가 마음이 너무 많이 아프실거예요. 전 사랑을 안해 봐서 잘은 모르지만 어차피 아니다 싶으시면 모두 훌훌 털어버리시고 일어나세요. 아빠! 그 모습을 보여주세요.아빠의 옛 모습이 보고싶어요. 아마 엄마도 그럴 거예요. 그러실 수 있죠? 그리고 새엄마 경찰에 고소해요. 그래야 아빠한테 피해가 덜 와요.'
딸 성희가 그렇게 말했을 때 박 무호는 갑자기 눈에 광채를 내며 그렇게 말했었다.
'안돼! 안된다. 그럴 순 없어. 비록 뭔가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 못 된 지는 모르지만 한 번 맺은 인연을 그렇게 함부로 끝내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 불쌍한 사람이야. 팔짜가 사나워서 그렇게 됐어. 다신 그런 말 꺼내지도 말아라.'
그렇게 말하면서 박 무호는 눈물을 떨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래도, 그래도 그는 혜련이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웠다. 비록 혜련이 자신한테 그보다 더한 어떤 고통과 아픔을 또 준다해도 그녀가 없이는 견딜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저녁에 집에서 컴퓨터를 켠 박 무호에게 쪽지 메시지가 날아왔다.
-여보, 저예요.
혜련이었다.
혜련이 박 무호의 아이디를 알고 있었으므로 박 무호가 부팅하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그렇게 서로 컴퓨터를 통해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지만 글로 전하는 것이기에 목소리로 전하는 의사소통과는 너무 달라 답답했다.
그래도 잘 있다는 말에 박 무호는 안심이 되었다.
그녀는 길게 대화를 하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를 박 무호에게 추적 당할 것을 염려해서인 듯했다. 언제나 자기가 할 말만 하고는 사라졌다.
오늘도 변함없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박 무호의 전화가 바쁘게 울렸다.
확인 할 필요도 없이 박 무호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혜련일 거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느낌은 적중했다.
혜련이었다.
-저예요.
-응, 그래. 어디야. 아픈덴 없어?
-네.
-이제 그만 돌아 와. 아무 것도 묻지 않을게. 내가 견디기가 너무 힘이 들어.
박 무호는 목이 메어 울먹이며 말했다.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왜! 왜! 왜못와? 나 싫어?
-아뇨.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요. 하지만 제가 어찌 당신을 또 볼 수가 있어요.
-여보! 난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어. 부탁이야 아무 것도 묻지 않을 테니 돌아 와. 그냥 돌아오기만 하면 돼.
-알았어요. 저한테도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전화를 왜 꺼 놨어? 통화라도 해야지. 목소리라도 들어야 살 수가 있지.
-당신이 준 전화 고장났어요. 지금도 공중전화예요.
뚜------뚜-------뚜---
말을 하다 말고 전화가 끊어져버렸다. 동전이 다 된 모양이었다.
박 무호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박 무호는 전화기를 열어서 통화내역에서 발신지를 확인했다.
지역번호가 부산이 맞았다.
박 무호는 부산 114안내에 전화를 걸어 공중전화 국번이 000번인데 어느 동인가 물었다. 안내의 말에 의하면 그 곳은 해운대 주변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직 해운대 주변에서 거처를 옮기며 지내고 있는 듯했으므로 내일 날이 밝으면 정 대일을 데리고 내려가 볼 생각이었다.

해운대에 도착한 박 무호와 정 대일은 그 일대 공중전화를 모두 뒤져서 박 무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봤다.
얼마나 그렇게 했을까.
시장기가 몰려올 때였다.
모텔 골목 편의점 한 쪽 옆에 초라하게 버티고 서 있는 공중전화가 보였다. 정 대일 이 달려가 동전을 넣고 번호를 눌러 댈 때까지만 해도 박 무호는 너무 지쳐 이제는 기대도 하지않았다. 이윽고 전화기의 벨이 울렸다. 건성으로 들여다 보던 박 무호는 눈이 휘둥그래 졌다.
"됐어! 맞다, 그 거 맞아!"
박 무호는 마치 어린 아이가 귀한 것을 찾아내고 기뻐하는 모양으로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정 기사, 차 이리로 가지고 와. 여기서 뭐 좀 먹고 이 쪽 모텔 골목에서 잠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눈에 띄겠지. 마트에 뭐라도 사러 나올 수도 있으니 저 쪽 사방이 잘 보이는 곳에 차를 대고 기다려 보자."
"네."
두 사람은 자동차를 사방이 모두 관찰되는 지점에 세우고 김밥을 사다가 차에서 먹어가며 잠복에 들어갔다.
그렇게 차안에 앉아서 잠복한 지 한 시간도 채 안돼서였다. 골목 끝 모텔에서 혜련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본 정 대일이 숨을 죽이며 박 무호를 불렀다.
"사장님. 저쪽에......"
정 대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가져간 박 무호는 살랑살랑 걸어오는 혜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박 무호는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얼마나 그리웠던가.
얼마나 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던가.
박 무호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이내 오랜만에 엄마를 만난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3
행복한삶 2009.06.21 21:33  
ㅠㅠㅠ푹빠져버렷는데 ..벌써 끝이네여 다음 회 부탁드립니다 하이로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읽고 잇습니다 수고 하세요 *^*^*
신사님 2009.06.22 00:32  
ㅠㅠ잘보구가요
컴퓨터사랑 2009.07.29 15:47  
히어로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즐거운 시간이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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