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사랑이야기 6-2

그들만의 사랑이야기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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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여자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 일찍 깼다. 요즘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오후에는 피곤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아라가 있으니 잠깐 졸고 나면 몸은 더 가뿐한 것 같다.

 

가게에 도착하니 OPEN 9:00가 무색하게 지금은 8시50분인데 벌써 가게는 열려있다. 가게 안에서는 아라가 테이블들을 깨끗이 닦고 있었다.

 

“ 아라야! 좋은 아침! ”

 

“ 어! 언니! 좋은 아침! 일찍 왔네요! ”

 

“ 일찍은 넌 몇 시에 나오니? 내가 민망하다 얘! ”

 

“ 저도 조금 전에 왔어요! 전 아침잠이 별로 없거든요! 헤헤 ”

 

훌륭한 알바생이다. 너 같은 아이가 이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거야. 작은 감동이 밀려온다. 하하하.

 

9시가 되자 가게 문이 열린다. 난 혹시나 넘일까해서 문 쪽으로 눈이 간다. 아니다.

 

가게는 금방 손님으로 꽉 찼다.

 

 “ 언니! 카운터 쪽에 뒤가 너무 허전해요! 사진이나 그림이나 만화나 뭐든 우리 걸어 놓아요. 그리고 부엌이 너무 어두워요! 형광등 갈아야 하지 않나? ”

 

“ 얘는 그래 니가 사장해라! ”

 

“ 가게 저 주실려구요? 헤헤 ”

 

“ 응! 10억에 가져가! ”

 

“ 와! 싸다! 다음에 돈 벌어서 살게요. 헤헤 ”

 

“ 네 그렇게 하세요! 헤헤헤헤헤 ”

 

내가 따라 한 말투에 아라는 많이 웃긴지 한참을 웃는다. 안 그래도 종도 달고 몇 가지 손 볼 때가 있었는데 마침 아라가 말을 꺼낸 김에 난 철물점에 가서 이것저것을 사가지고 가게로 왔다.

 

못질을 하려 했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남자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넘이 떠올랐다. 언능 와라 누나가 이뻐해줄께. 난 넘을 생각하자 그 넘의 썬그라스가 집에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 아라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

 

“ 멀리가세요? ”

 

“ 아니! 집에 좀 갔다 올게. 누군가에게 뭐 줄게 좀 있거든…… ”

 

 “ 네!!! 다녀오세요! ”

 

집에 왔더니 어제는 가게 때문에 나를 보지 못해서 묻지 않으셨는데 아빠가 어제 그 넘이 사람이 좋아 보이지 않느냐고 나에게 물으신다. 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아빠는 공무원생활을 하시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봐서 아는데 관상학적으로 사람이 참 좋아 보이신다고 열변을 토하신다. 나는 아빠의 말에 수긍을 해드렸다. 아빠는 그 넘 눈도 맥없이 다친 것이 아니라 분명 좋은 일을 하려다가 다친 것 일거라고 했다. 아빠 돗자리 펴드려야겠다. 난 동생 방에 가서 잠자고 있는 동생 머리맡에 놓인 넘의 썬그라스를 집어 들었다. 잠에서 깬 동생은 그거 왜 갔고 가냐고 따지듯이 묻는다. 여기서 말을 잘못하면 분명 생고집을 부릴 것이 뻔했다.

 

 “ 이거 어제 그 오빠 가져다주려고, 이거 돌려주면 우리 주은이랑 놀아 준데 그 오빠가 다음에 우리 집에 와서…… ”

 

“ 저~~어~~어~~엉….마~~알! ”

 

동생은 입가에 행복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 응 정말! ”

 

“ 뻐~~아~~리~……..보……거~~시~~따! ”

 

난 동생 방을 나왔다. 그리고 가게로 가는 내내 생각에 잠겼다. 왜 우리 식구들은 잠깐 한번 본 넘을 모두 좋게 보고 괜찮게 생각을 할까? 넘은 눈도 밤탱이였는데…. 난 정말 신기했다. 그런 생각으로 한참을 몰두해 있는데 벌써 가게에 다 왔다. 어라? 넘이다! 가게 문 앞에 서서는 빼 꼼이 문 안을 들여다보더니 눈을 비비고는 다시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난 넘의 어깨를 툭 쳤다. 이 넘봐라! 또 곰 됐다! 정신 못 차린다! 맞아! 달아날라.

 

“ 지금 달아날려고 그러죠! ”

 

“ 아니요! 절대로! 네버! 결코! 아닌데요! ”

 

무슨 부정이 저리 강하나 달아나려고 했던 거네. 난 가게로 넘을 데리고 가서 넘의 자리에 앉혔다. 고분고분 말 잘 듣는다.

 

나는 나로 인해서 생긴 넘의 멍을 보니 미안하다는 생각이 밀려 왔다. 그 개자식 생각이 잠깐 스쳤으나 넘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난 넘의 눈에 멍이 나을 때까지 우리 가게에서 계란 마사지를 할 수 있도록 계란을 한 개씩 제공해 줄 생각에 넘에게 멍을 책임져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동생한테 한 번 데리고 가서 놀아야 하니까 어떻게든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에 넘에게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 넘은 얼빵한 표정을 짓더니 긍정적 웃음을 짓는다. 니가 안 친하게 지내면 또 어쩔 건데. 난 마지막으로 가게에 손 봐야 할 몇 가지가 있다고 그리고 하려고 하니 힘들다고 했다. 아 자쉭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 그래! 너가 도와달라고…….넘은 두 번째 얼빵한 표정을 짓더니 그러겠다고 했다. 넘의 하는 짓이 하도 앙증맞아서 난 보너스로 내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영광스러워 하는 넘의 표정을 보라!!

 

넘은 내 얘기를 듣자 밖으로 나갔다가 봉지 가득 무언가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난 넘이 사가지고 온 여러 가지들은 가게에 모두 있다고 성질을 부렸다. 아 이놈의 성격은 버려지지가 않네 난 도와 줄려는 넘한테 미안해서 성격이 원래 그러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넘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다가 자기는 이해심이 많으니 성격대로 하라고 했다. 그래 너 잘 걸렸다.

 

넘은 종을 달고 부엌에서 형광등을 갈고서는 벽 틈 사이에다가도 종을 달았다. 난 처음에는 저게 뭐 하는 짓이 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넘의 마음을 알았다. 넘은 못질을 하더니 아라가 앉아 있는 카운터에 가서는 잠깐 비키라고 하더니 카운터 형광등도 갈아 준다. 귀여운 넘!!

 

형광등을 갈면서 넘이 힐끔 내 배 쪽을 본다. 난 아랫배를 들킬까봐 얼른 양손을 앞으로 해서 가렸다. 음! 넘이 음침한 미소를 살짝 비쳤다. 기분 별루다.

 

넘은 일을 마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선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더니 이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만화 몇 권을 빼 들고서는 자리에 앉는다. 난 고마운 것도 있고 아라의 라면 솜씨도 볼 겸해서 넘에게 다가가서 썬그라스를 주면서 라면을 먹으라고 했다. 넘은 썬그라스를 받자마자 쓴다. 넘은 썬그라스를 쓰더니 웃는다. 아!! 안 웃을 수가 없다. 넘은 한 번 빼는 척을 하더니 이내 먹겠다고 했다. 한번은 왜 퉁기나 먹을 거면서 난 아라에게 어제 넘의 얘기를 해 둔 터였다. 세상에서 제일 라면 맛나게 먹는 넘이라고…….부엌으로 가는 아라를 따라가며 어제 내가 얘기한 넘이 바로 저 라면귀신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난 부엌에서 아라가 라면을 끓이는 동안에 부엌 작은 커튼 사이로 넘을 보았다.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정말 미워하기는 힘든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라면을 하고 있는 아라에게 나도 모르게 물었다.

 

“ 아라야! 저 사람 어떤 것 같아? ”

 

“ 제가 보기에는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 같아요, 많은 것을 본 것은 아니지만 언니가 아까 화낼 때 순간적으로 받아 넘기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팍 오데요! ”

 

“ 좀 얼빵한 것 같지 않니? ”

 

“ 순수하고 좋아 보이는데요! ”

 

이 지지배가 뭐래? 왜 니가 좋아 보여! 난 아라가 라면이 다 됐다고 해서 난 날계란 하나를 쟁반에 올려 주었다. 아라는 특유의 웃음을 웃었다.

 

넘에게 라면을 가져간 아라는 뭐라고 얘기를 잠깐 나누더니 돌아왔다. 뭐라고 하고 왔을까 너무 궁금했지만 자꾸 물으면 아라가 이상하게 생각할 까봐 묻지 않았다.

 

넘은 라면귀신이 맞다! 저렇게 맛나게 먹을 수가 있을까! 썬그라스를 쓰고 라면을 먹는 넘은 정말 말릴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라가 만화 보는 사람들이 저 오빠랑 언니랑 무슨 관계인가 하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관계는 무슨 관계! 괜히 기분이 묘하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라면을 시킨다.

 

넘은 두 시간 가량을 만화를 보더니 부엌으로 가서 자기가 비비던 계란을 냉장고를 열더니 다른 계란들 사이에다가 놓더니 가게를 나간다. 매정한 넘! 인사라도 하고 가지! 라는 생각에 난 넘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오늘도 살짝 눌린 넘의 귀여운 뒤통수에 화보다는 웃음이 났다. 넘이 가자 난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고 가장 따뜻한 계란을 들고서는 카운터로 왔다. 그리곤 카운터 서랍에서 팬을 꺼내서 넘의 얼굴을 계란에다가 그렸다. 그리곤 다시 냉장고에 갖다 놓으며 아라에게도 저 계란은 비비기용이니까 너도 조심하라고 했다.

 

아라는 오늘 라면 100개는 더 끓였다며 월급책정을 고려해 봐야겠다고 했다.

 

정말 장사가 잘된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7
착한여왕 2009.06.20 12:22  
글을 잘쓰시는군여. 부럽습니다. 여유로운 마음가지고 글을 쓸수있다는것이 부럽기만 합니다. 꼭 훌륭한 글을 많이 써주시길 다음을 기대합니다 ^^
그녀만을위해 2009.06.20 12:29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비내리는 주말 빗방울 숫자만큼 행복하세요!!
오늘부터 월요일까지는 가족과 여자친구와 딸과 즐겁게 보낼려구요!!
해피데이~~~~~~~~~~~
보석 2009.06.21 16:04  
님의 글은 너무 현실적이고, 진실해서 참 좋습니다^^가족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녀만을위해 2009.06.21 17:59  
네 정말 감사합니다!!
보석님도 좋은 하루 만드세요~!!!
야생말 2009.06.22 14:15  
있는 그대로의  생활도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있는거구나 ... 생각이 드네요...  동화같은 애기가 아닌 현실그대로의  생활... 좋은 글 앞으로 많이 부탁합니다....
그녀만을위해 2009.06.22 15:52  
감사합니다!! 야생말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컴퓨터사랑 2009.07.29 15:48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즐거운 시간이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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