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사랑이야기 5

그들만의 사랑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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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남자


 

 20시간은 잠을 잤던 것 같다. 3번에 걸쳐 다른 꿈을 꾸었다. 마지막에 꾼 꿈은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분간이 안 된다. 그 여자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잠에서 깰 때까지 사발 그릇을 들고 나를 쫓아 왔다.“ 저기요~~ 저기요~~ ““ 거기 서라~~ 거기 서라~~ “”“ 야 이 넘아~~ 야 이 넘아~~ ”


 

휴!


 

꿈에서 깬 나는 너무 많이 잠을 자 허리가 아팠다. 에~휴! 9시다.


 

맞다. 오늘은 속초에서 어머니가 올라 오시는 날이다. 어머니는 밑 반찬거리와 보약을 지어 오신다고 저번 주부터 벼르고 있던 터였다.


 

난 속초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괜히 나의 눈을 보면 속상해 하실 것이 뻔했다. “ 아버지! 건강하시죠…예 하하 저야 건강하죠. 아버지 건강이 걱정이에요. 아버지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네? 벌써 출발하셨다고요? 네! 7시차로…네! 알겠습니다. 쉬세요!


 

 ”아 ! 큰일이다. 이룬 젠장! 나는 서랍을 뒤졌다! 음…….찾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매트릭스3를 본 후 시사회장에서 구입한 썬그라스가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난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썼던 안경을 사려 했으나 50개 한 정 판매라 구입하지 못하고 아쉬운 대로 모피어스 역할이 쓴 안경이라도 샀던 것이다.


 

이게 어디냐! 난 안경을 써봤다. 아! 멍이 조금 삐쳐 나온다. 난 안경을 조금 내려 썼다. 아! 눈이 삐질 보인다.


 

 영동고속도로가 새로 개통되어 4시간이면 속초에서 서울까지 온다. 7시차를 타셨으니 11시면 도착이다. 난 아침을 먹고 씻고 거울을 다시 보았다. 멍이 눈 주위를 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아 한 쪽만 그러던가. 두 쪽이다 퍼런 건 뭐냐. 대체 뛰어 들어간 것 까지는 기억이 있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에이! 모르겠다. 나는 다시 썬그라스를 써봤다. 그리고는 잠바를 입었다. 우~ 잠바랑 썬그라스랑 짱 안 어울린다. 난 옷장을 열어 입을 만한 것을 찾았다. 롱코트가 있으면 딱 어울릴 것 같은데 그래 어쩔 수 없다. 난 양복에다가 썬그라스를 쓰고 어머니를 데리러 터미널로 갔다.


 

매표소에 물어보니 속초에서 7시 출발 한 차는 11시 10분에 서울에 도착한다고 여직원은 날 보며 실실 웃으며 말했다. 뭐가 그리 웃기냐고 물어 보려다가 웃길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그냥 참았다.


 

조금 일찍 나와서 그런지 아직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차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강릉행, 동해발, 삼척행, 양양발……등 고속버스들이 분주히 들어오고는 사람들을 한 가득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로 다시 가득 싣고 나가는 광경이 보였다. 5분 정도 남았다.


 

거의 시간이 다 되었다. 저 멀리 터미널로 들어오려는 저 버스가 속초발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터미널과 하차장 사이에 있는 문을 열었다. 그 때였다.


 

“ 아저씨! 속초발 서울행 고속버스 들어 왔나요? ”“ 아뇨! 지금 저기 저 차 같…………….어마나!


 

”그……………………………………녀…………………………………다.


 

달아나야 하는데 발이 안 떨어진다. 마음만 달아나고 있다. 이게 왠 조화냐!! 온갖 구원의 주문을 외웠다. 온갖 신들을 다 찾았다.


 

“ 푸하하하~~~!!


 

”그녀의 웃는 소리에 달아나길 포기해 버렸다.


 

“ 미안해요! 웃어서 근데 웃기네요! 그 안경! ”다시 피식 웃으며 그녀는 말했다.


 

“아~~네!”내 목소리는 훔쳐먹다 걸린 아이처럼 힘이 없었다.


 

“여긴 왠 일이세요.”


 

“아~~네!”“뭐가 아~~네예요? 여기서 뭐 하시냐고요?”


 

“아~~네!”


 

난 분명 잘못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누가 무엇을 물어봐도 아~~네 밖에는 대답을 못할 것 같다. 나의 이 말 못하는 병은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끝이 났다.


 

 “ 미남아! 미남이 아니냐?”


 

“ 엄마! ”


 

 아! 또 ‘푸하하’ 하고 웃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2 . 그 여자


어제는 그 넘이 달아 난 후 하루 종일 넘의 뒤통수가 눈에 아른거려 일이 손에 안 잡혔다. 뭐 일이라고 해봐야 만화가게에서 손님 받고 계산하고 신간 정리하고 청소하는 등의 일이지만 그것도 집중이 잘 안되었다.


 

가게가 생각보다 너무 잘되어서 나는 계획보다 일찍 만화잡지 만드는 일에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하루에 몇 시간은 내 시간을 가지기를 원했다. 그래서 과감히 가게 창문에다 알바 구함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서 붙였다.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났을 무렵, 카운터에서 어제일로 계속 고민 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구석진 자리에서 만화를 보던 여자애 하나가 카운터로 다가 왔다.


 

그리고는 뭘 하나 나한테 던져 놓는다.


 

“ 이게 뭐예요? ”


 

나는 뭔가 하고 집어 들었다. 그건 S여대 학생증이었다. 아 이 지지배 만화 실컷 보고 돈 없어서 맡기고 갈려고 학생증 내미나 보다. 끝날 시간이 다 됐는데 그냥 가고 내일오라고 해야겠다.


 

“ 됐어요! 내일 돈 가져와서 주세요! ”


 

“ 언니 그게 아니라요~ 밖에 알바 구한다고 붙였던데요. 그래서 들어와서 만화 보면서 언니 함 살펴봤죠! 주인으로서 어떤 사람인가 두 시간 정도 관찰해 봤어요. 만화도 보면서.


 

 ”얘가 뭐래냐. 뭐 이렇게 당돌한 애가 다 있냐. 난 속으로 지금 말하는 지지배의 언행에 당혹해 하고 있는 중이었다.


 

“ 언니 저는 이번 학기는 휴학했고요, 다음 학기까지 6달 정도는 알바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알바 하면 정말 열심히 할거구요. 그렇게 열심히 일 할 사람인데 만약 주인이 알바비를 때어 먹는다던가 아니면 사기꾼 같은 사람이면 일은 열심히 하고 너무 억울하잖아요. 일 할 사람도 일 시킬 사람을 고를 수 있는 거잖아요? ”


 

어이가 없기도 하고 당찬 면이 차라리 나에게 굴러 온 복 같이도 느껴졌다.


 

“ 그래 학생이 보기에 나는 사장으로서 어떤 거 같아요, 이 학생증을 내민 걸 보면 맘에 들었고 일할 의사는 있는 것 같은데…… ”


 

“ 일단 사람은 너무 좋아 보여요! 하지만 화나시면 정말 무서울 것 같구요!그래서 일 열심히 안 하면 국물도 없을 것 같고 열심히 하면 친언니처럼 잘해주실 것 같아요. 하지만 먼가 언니 우울한 일이 있는 듯 하네요. 힘든 일은 잊으려 하면 안 되고 잊히게 해야 한다고 책에서 읽은 것 같은데 헤헤. ”


 

얘가 내 머리 위에서 놀려고 한다. 확 성질 한 번 보여줄까 하다가 차차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 면접 합격, 내일부터 출근 가능한가? ”


 

“ 역시 언니 시원시원하네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하는 거예요? ”


 

“ 문 여는 시간에서 문 닫는 시간까지. 알바비로 안주고 월급으로 90만원. ”


 

“ 와~우! 최고의 조건이다. 어차피 알바비로 계산하면 더 나오겠지만 여러 군데 알바 하는 것보다 한군데서 일하는 것이 훨씬 마음에 드는데 잘됐네요. 분명 쉬는 날은 언니가 자유롭게 정해 주실 거죠. ”


 

“ 주에 한 번은 쉬게 해줄게. ”


 

 “ 참! 사장님이라 안하고 언니라 해도 되죠? 언니가 너무 젊어서 사장님이라고 하면 이상할 것 같아서, 헤헤 ”


 

“ 오케이! 내일 봐 , 아 참! 여기 ”


 

난 가게 열쇠 하나를 지지배한테 주었다. 어쩐지 이 지지배한테는 거짓이 없는 것 같았다. 난 같이 있다가 틈틈이 내 시간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 언니 내일 봐요, 헤헤 ”


 

“ 근데 얘 너 이름이 뭐니? ”


 

 “ 언니 거기 학생증에 있잖아요. ”


 

“ 어 그래 고아라! 아라야 내일 보자. ”


 

아라가 나간 후 난 가게를 닫고 집으로 왔다.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때 아직도 제사를 간 부모님과 동생이 안돌아 와 있어서 적잖이 놀랬다. 때마침 그 때 전화가 왔다. 오늘 돌아오려 했는데 동생이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속초에서 거진항쪽으로 올라가 구경하시다가 다시 정동진쪽으로 내려와 바다를 보고 속초에서 하루 더 주무신 후에 내일 첫차로 올라오신단다. 첫차도착시간을 알아보고 여기서 가는 짐이 쫌 있으니 내일은 만화가게 잠깐 문 닫고 꽃가게 들러서 배달용 승합차를 가지고 터미널로 마중을 나오란다. 난 아라가 오늘 일하기로 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잠이 깼다. 요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잡지사를 다닐 때도 항상 게을러 지각을 했는데 만화가게를 연 후 계속 일찍 일어나게 되는 것 같다. 집안 청소를 대충 해 놓고 가족들 오면 식사할 수 있게 밥도 해놓고 곰국도 다시 한 번 끓여 놓았다. 9시 즈음 만화가게에 나왔다. 만화가게에는 벌써 아라가 문을 열어 놓았다.


 

“ 언니 왔어요? 좋은 아침! ”


 

“ 응! 좋은 아침! ”


 

예쁜 것 청소도 다 해놓았다. 쭉 그렇게만 해라. 언니가 예뻐해 줄게. 나는 아라에게 책 빌려갈 때 해야 할 일 책 반납할 때 해야 할 일 시간당 얼마를 받아야 할 지 라면은 안하고 싶은데 꼭 해야 한다는 얘기 등을 하였다. 아라는 만화가게에서 라면 안 하면 안 된다고 자기는 라면 잘 끓이니 자기가 다 끓여 주겠다고 했다. 끝에 헤헤는 잊지 않고 했다.


 

가게에서 1시간 정도 있다가 난 엄마 꽃가게로 갔다. 아라에게 1-2시에 오겠다고 말해두었다. 가끔 일요일에 난 엄마 꽃가게에 나와서 배달을 해 주곤 하였다. 아빠는 배달은 하지 말고 꽃가게에서 꽃만 팔라고 했지만 엄마는 꽃은 배달이 생명이라며 승합차를 과감히 구입하시고는 나를 써먹기 위해서 면허 따러 갈 때 나에게 1종을 따라고 반 협박을 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1종을 따 놓은 것이 유용하게 쓰인다.


 

난 꽃 배달용 승합차를 몰고 터미널로 향했다. 보통 때면 10분이면 올 거리를 난데없이 막혀 30분은 걸렸다. 아 11시에 도착이라 했는데 큰일 났다. 난 터미널 주차장에다 주차를 하고 속초발 버스가 도착하는 곳으로 정신없이 뛰었다. 뛰면서 시계를 보니 11시가 다 되었다. 터미널과 하차장이 이어지는 문에 어디서 많이 본 뒤통수가 나가려 하고 있었다.


 

“ 아저씨! 속초발 서울행 고속버스 들어 왔나요? ”


 

“ 아뇨! 지금 저기 저 차 같…………….어마나! ”


 

“ 그…………………………넘………………이……………………다.


 

난 그 넘의 행색을 보고 다소곳이 웃었다. 안 웃을 수가 없다. 양복은 쫙 빼 입고서 김구 아저씨가 쓰던 안경에다가 색깔 입혀놓은 듯 한 썬그라스를 반쯤 내려 쓴 넘의 얼굴은 무지막지하게 웃겼다. 그리고 너무도 반가웠다.


 

날 본 그 넘은 디즈니만화에 나오는 곰이 정신없어 하는 것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또 도망갈 것 같다. 난 얼른 여기서 뭐하냐고 물었다. 넘은 연신 아~~네 아~~네 만 해대고 있다. 그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였다. 막 도착 한 버스에서 내리던 아주머니 한 분이 넘의 이름을 부른다. 넘의 이름은 미남이다. 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 누가 이름을 지어 주었는지 미남이라 지금 넘의 얼굴과 진정 매치가 안 된다. 넘은 자기 이름을 듣자 더욱 디즈니곰이 되었다.


 

그 아주머니 뒤로 엄마가 내리고 아빠가 동생 손을 잡고 내린다.


 

우리는 지금 꽃배달차를 타고 같이 간다. 우리 부모님과 넘의 엄마는 속초에서 차를 타고 오는 동안에 많은 얘기를 나누셨다. 그 많은 얘기 속에서 넘의 아빠와 우리 아빠가 고등학교 선. 후배 관계인 것이 밝혀졌고 속초가 고향이며 서울 J동에 사는 것 등은 보통 인연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지금 차를 함께 타고 간다.


 

넘은 지금 정자세로 앞만 보고 앉아 있다. 넘의 안경은 내 동생이 뺏어 간 지 벌써다. 거의 사색이 되어 앉아 있는 모습이 룸미러로 보인다. 넘의 엄마는 계속 어디서 눈이 그렇게 되었냐고 묻는다. 놈은 정자세로 앞만 보고 있다. 난 또 웃음이 났다.


 

이 넘의 귀여운 넘 때문에………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2
보석 2009.06.18 16:45  
잘보앗습니다. 너무 진실 적이여서 좋아요^^
그녀만을위해 2009.06.19 10:44  
항상 관심가지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까지 여자친구 아파서 병원에서 간호하느라 다음편을 못올렸네요!! 항상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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