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사랑이야기 4-2

그들만의 사랑이야기 4-2

댓글 : 2 조회 : 960 추천 : 0 비추천 : 0

2. 그 여자


 

어제는 정말 길고도 긴 하루였다.


 

가게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바쁘다. 만화가게가 정신도 못 차릴 정도로 바쁘다는 건 정말 장사가 잘 된다는 거다.


 

오후 때까지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원수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난 대학에서 국문과를 전공한 후 곧바로 유명한 잡지사에 취직을 하였다. 난 일이 너무 좋아 정말 열심히 하였다. 몸은 힘들지만 세상이 너무 좋아보이던 시기였다.


 

그 때 같은 부서의 한 남자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정말 하늘이 맺어 준 것처럼 불꽃같은 사랑을 하였다. 사랑이 무언지 알지도 못한 채 난 마약에 도취된 듯 그것이 전부인 양 점점 빠져들었다. 그 사람에 빠져가는 것인지 아니면 사랑이라는 깊은 늪에 빠져가는 것인지......

아무튼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2년을 그렇게 사랑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해 봄에 그 해 가을에 결혼하기로 약속하였다. 난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많은 준비를 해서 정말 행복한 결혼식을 하고 정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정말 행복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매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늦은 봄 날....... 회사 동기생과 점심밥을 먹는데 동기생이 내가 하고 간 귀걸이를 보면서 우리 부서 미스김이 어제 하고 왔던 거랑 똑같은 것을 했네. 어디서 샀니? 하고 묻는다. 이 귀걸이?? 이거 경섭씨가 작년 생일 날 해준 건데.......이 거 디자인 고르고 골라서 주문 제작했던 건데....... 이거랑 같은 걸 했다고?? 그 여자도 감각 있네.... 난 그렇게 동기에게 말하고 부서로 돌아왔다. 돌아 온 내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부서 미스김을 한 번 보기위해 갔다. 마침 자리에 없었다. 난 눈으로 그 여자 자리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 여자 책상 위에는 업무를 정리하다 만 서류들이 이리 저리 흩어져 있었는데 한편에 연습장 같은 것이 펴져있었다. 그 위에는 수많은 하트를 그린 낙서와 그 하트 사이사이에 섭...섭...섭 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난 몸에 피가 거꾸로 쏟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 미스김은 자리로 돌아오다 나를 보고는 많이 놀라서는 피해버린다. 이것들 이것들 이것들........다 알고.....


 

그 후 1개월 동안은 정말 지옥 같은 전쟁을 하였다. 난 원수가 나를 만나면서 그 미스김이라는 여자도 만나 왔으며 나랑 결혼하기로 한 것처럼 그 여자에게도 결혼하기로 했으며 원수는 누구랑 할까 저울질하고 있었으며 내가 가진 모든 추억의 물건들을 거의 비슷하게 그녀도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들을 다 알아내었다. 난 쿨한 여자이다. 난 물러설 줄 아는 여자이다. 그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것도 아는 여자이다. 난 2년 넘게 잡지사에 근무하면서 내가 발행할 수 있는 조그마한 만화잡지사라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그래서 난 그 핑계를 삼아 과감히 사직을 하였다. 사직하던 날 그 인간들에게 화장실 변기물 한 통씩 부어 주었다. 회사를 나와 집으로 오는 길에 정말 오래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정말 많이 울었다.


 

그런 원수가 전화를 하였다. 할 말 있으니 저녁 때 좀 만나자고 나 만화가게 운영하는 거 아니까 저녁 때 그 앞으로 오겠다고........ 난 니 맘대로 하라고 했다.


 

그리고 저녁시간 문 닫을 무렵 진짜 원수는 가게로 왔다. 난 할 말도 들을 말도 없는데 할 말 있다면 짧게 하고 가라고 했다. 원수는 자기가 다 잘못했으니 용서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미스김은 한 때 불장난 같은 거 였다고 나 없이 못산다고 자기 정말 반성 많이 했다고........이런 말들을 웅얼웅얼거렸다. 그 때 원수의 핸드폰이 울리고 돌아서서 나중에 전화한다 말하는 그 말이 안 봐도 비디오다. 난 가서 그 기지배나 행복하게 해주라고 다시 나타나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얼음장을 놓는데 이 미친 게 갑자기 힘으로 내 입을 가져가 버린다. 난 그 입을 깨물어 버리며 소리쳤다. 이러지마 신고할 거야.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들어줄리 없건만 그래도 소리쳤다.


 

그런데 그 때.......갑자기 문이 열리며 누가 뛰어 들어온다. 비켜~~~라는 아주 높은 소리를 지르며 누가 뛰어 들어온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얼굴이 불그락해서는 누가 뛰어 들어온다.


 

넘이다.......그 넘이다.......머리 눌린 그 넘이다.......넘은 원수를 향해 죽일 듯이 달려 들어온다. 그리곤 이내 자기 발에 걸려 뒤뚱거리더니 소파 한 귀퉁이에 얼굴을 박치기하더니 뻗어버린다.


 

원수는 적잖이 놀란 표정이다. 다음에 다시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가게를 나간다. 난 원수의 뒤통수에다 다시 오면 경찰서에서 봐야할 거라고 말했다.


 

난 이 어설픈 넘을 자기 자리에 눕히는 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겨우겨우 이 넘 자리에 눕히고 혹시나 하고 귀를 기울이니 새근새근 잠을 잘 잔다. 술 냄새가 훅하고 올라왔지만 전혀 밉지가 않았다. 난 내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넘에게 덮어 주었다. 1시간 정도 그 넘 자는 곁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내일까지 깨지 않을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원수 때문에 기분 상한 거 보다 달려 들어오던 넘의 얼굴이 눈앞에 자꾸 맴돈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2
우렁이각시 2009.06.12 15:37  
잘 읽었습니다. 담부가 기대되네요.
보석 2009.06.13 16:00  
잘보앗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