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사랑이야기 4-1

그들만의 사랑이야기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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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남자


 

 어제 오후는 몇 군데 더 취업원서를 넣고 오랜만에 학교 동창들 모임에 나갔다 왔다. K선배는 취중에 계속해서 나에게 자기 회사에서 같이 일하자고 꼬셨다. 난 끝내 그 선배의 권유를 뿌리쳤다. 내키지 않는 일은 잘 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 선배가 기분이 나쁠 정도로 강하게 거절했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가 않았다. 정신은 취하지가 않는데 몸은 잘 말을 듣지 않았다. 걱정만 가득하다. 얼른 취업을 해야 부모님을 볼 면목이 있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자취방이 있는 건물은 원래 우리 집 건물이었다. 부모님 두 분과 형. 그리고 나 이렇게 4식구가 살고 있었다. 형은 결혼을 해서 형수와 일본으로 유학을 간 후 거기서 정착을 해버렸다. 그 후 부모님은 그 집을 친구 분한테 파신 후 강원도 속초 근처로 가셔서 펜션을 하고 계신다. 아버지는 원하시던 회 마음껏 드시려고 속초로 가셨다. 어머니는 막내인 내가 걱정이 되어서 이사 가던 날 눈물을 흘리셨다. 난 어릴 때부터 자란 이 집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서울이 좋아서 속초로 가지 않았다. 지금 내 방은 어머니가 얼마를 주시는지는 모르지만 어릴 적 내 방이다. 그리고 아버지 친구 분은 어릴 때부터 내 방인 자취방을 항상 신경 써 주신다. 어쩌면 집을 파실 때 내 방만은 그냥 아들 놈 장가가서 나가기 전까지 쓰게 해 달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아저씨는 내가 공짜로 있지만 너무너무 잘해 주신다. 취업을 못한지가 6개월째다. 학창시절 짬짬이 벌고 속초로 가시기 전 어머니께서 주신 돈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앞으로 1년은 이렇게 백수로 지내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걱정이 온 몸을 휘감는다.


 

 술에 취해 인생에 취해……난 모임을 빠져 나왔다. 취직을 한 친구 놈이 위로해 준다고 좋은데 한 번 가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을 뒤로한 체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취기가 너무 올랐다. 너무 취기가 올라서 눈물이 났다. 눈물을 닦고 차창 밖을 보자 이상하게 만화가게 아가씨 손가락이 떠올랐다. 난 시계를 보았다. 10시 10분 전이다.


 

 10시 20분 즈음 동네에 도착했다. 온 몸을 감싸고 있는 취기는 좀처럼 떠나질 않는다. 세상은 내 인생처럼 휘청거리고 있다.


 

 만화가게 앞을 지날 무렵 저절로 얼굴이 만화가게를 향했다. 이상하다. 아직도 만화가게에 불이 켜져 있다. 난 호기심으로 만화가게 안을 문틈 사이로 들여다보았다. 아~~~~~그녀가 있다. 왠 놈도 있다. 뭐냐 둘의 입은 마주쳐서 포개져 있다. 그녀도 남자가 있었구나. 왠지 허탈감이 밀려온다. 내 여자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러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괜히 또 눈물이 날려 한다. 원래 나 잘 우는 놈 아닌데. 마음을 다스리고 집으로 갈려고 돌아 섰다.


 

 그 때였다. “이러지마 신고 할 거야.” 라는 가냘프지만 고음의 비명이 들려 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난 무엇인가에 홀린 듯 가게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난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난 지금 만화가게 내 자리에 누워있다. 내 몸 위에는 그 녀의 것 같은 남방이 덮여 있다. 만화가게의 시계는 9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술 때문에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어제 일이 궁금해 머리가 더 깨질 것 같았다. 난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을 마시기 위해 만화가게 부엌으로 갔다. 부엌에는 나 말고도 한 놈이 더 있었다. 그것은 살기 위해 라면박스를 물어뜯고 있는 쥐새끼였다.


 

 부엌에 걸린 조그만 거울 사이로 내 얼굴이 보였다. 아~~~~~~~~왼쪽 눈이 바둑이가 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바둑이가 된 눈을 보자 눈두덩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부엌에는 조그만 냉장고가 하나 있었다. 난 거기서 물통을 꺼내서 선반에 놓인 대접에다 한 가득 물을 따랐다. 난 숨도 안 쉬고 다 들이켰다. 좀 살 것 같았다. 난 저 쥐를 잡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선 순간 그녀가 서있었다. 난 무의식중에 소리를 질렀다. “엄마야~~~~~” 소리를 지르고 나니 아! 무지 쩍팔리다.


 

 난 무얼 훔치다 걸린 사람처럼 그녀를 피해 만화가게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자취방까지 숨도 안 쉬고 달렸다. 멀리서 그녀가 “저기요….저기요….” 하는 소리가 가슴속까지 들린다. 난 돌아 볼 수가 없었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1
보석 2009.06.12 04:23  
잘보고 갑니다.좋은글 많이 올려주세요,현실적이여서 참으로 좋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