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장편 소설★ 서리꽃 사랑 제2회

★창작 장편 소설★ 서리꽃 사랑 제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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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껍질 속의 연가

정대일이 정원옆 차고에 자동차를 넣고 초인종을 누르자 예상밖으로 성희가 달려 나왔다.
"아빠, 저 왔어요."
"오! 그래, 우리 공주 왔구나. 근데 어찌된 일이냐, 이렇게 이른 시간에?"
"네, 오늘은 그냥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빨리 왔어요. 건강괜찮으시죠? 혈색이 좋아 보이시네요."
"하하하, 녀석. 시집갈 나이가 된 녀석이 언제까지 아빠라고 부를래?"
"시집가서도 그럴 건데요? 전 아버지란 말이 낯설어요. 그렇게 부르면 아빠 같지가 않을 거 같아. 호호호."
"녀석하고는......그래, 들어가자."
박무호가 앞장서며 정원을 지나 현관 쪽으로 향했다.
"아빠, 잠깐만요."
성희가 무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왜, 할말이라도 있는 게냐?"
"네, 잠깐 저기에 앉아서요."
성희가 정원 연못 옆에 있는 파라솔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얘긴지 긴장 된다. 박 변호사. 하하하."
두 부녀가 테이블에 앉자 파출부가 달려나오며 말했다.
"오셨어요, 사장님? 커피 내다 드릴까요?"
"네, 아빠두 괜찮죠?"
"그래. 근데 변호사 일은 어떠냐?"
"그냥 그래요. 첨에 가지고 있던 사명감이나 포부가 자꾸만 이론과 다른 세태를 접하면서 퇴색되어 가고 있어요. 그보다 아빠."
"...........?"
"아빠, 집에 계신 분이 혹 아빠 애인?"
"이 녀석이 못하는 말이 없구나. 그 일이라면 지난 주에 너희들에게 설명했잖냐?"
"그래도 전 왠지 자꾸만 그런 냄새가 나는데요? 호호호."
성희가 놀리듯 고개를 좌로 약간 뉘이고 눈을 살짝 흘기며 웃었다.
"쓸데 없는 소리 그만 하고 네 얘기나 해봐라."
박무호는 공연히 얼굴을 붉히며 어색해 했다.
"호호호, 아빠 얼굴 빨개졌어요. 아빠, 그러지 말고 아빠 더 늦기 전에 재혼 하셨음 좋겠어요. 그래야 저도 편히 시집가지....그 분하고 오늘 많은 얘기 나눠 봤는데 좋은 분 같았어요. 그래서 그분이 아빠 옆 빈자리에 계셨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성희가 얼굴을 정색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해라. 난 네 엄마한테 죄를 지을 수가 없다. 네 엄마 어려서 내게 붙들려서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불쌍하게 갔어. 그리고 네 엄마가 아닌 그 누구와도 살 수 없을 것같다."
"아빠, 그 건 아빠 생각이구요. 엄마도 아빠가 이렇게 사시는 거 고맙게 생각하지 않아요. 엄마도 아빠가 빨리 재혼해서 아내의 손에 밥도 잡숫고 아내가 출근 준비도 해주고 옷도 챙겨주고 하길 간절히 바라실 거예요. 전 여자이기 때문에 엄마의 마음을 알아요. 아빠가 재혼하지 않고 이러시는게 엄말 배신하는 거예요. 그리고 오빠랑 새언니, 그리구 저한테도 아빠가 이제 아빠의 인생을 찾아 살아가시길 정말 바라고 있어요."
"녀석, 이제 정말 다 컸구나. 난 언제나 네가 어린애만 같았는데......알았다. 좋은 사람 있으면 생각해 보마."
박무호는 딸 성희가 대견했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할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그리워했을 엄마의 품. 학교에서 엄마를 모시고오라고 할 때, 자모회 때, 소풍 갈 때, 운동회 때면 성희는 그러한 행사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젊은 엄마의 손을 잡고 와 마냥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성희는 엄마가 너무도 그리웠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는 것이 정말 싫었지만 그 것을 내색하면 할머니 마음이 아플까봐 표현하지 않았던 속이 깊은 아이였다. 성희에게 그보다 더 가슴아프고 엄마가 그리웠던 때는 사춘기 때였다. 몸에 변화가 오고 첫생리를 할 때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엄마가 있어 설명도 해주고 도와도 줬겠지만 성희는 고스란이 사춘기의 어려움들을 혼자서 이겨 나가야 했었다.
돈 많은 것, 물질적 풍요는 소녀 성희에겐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 시절에 성희는 오히려 초등학교 때보다 훨씬 더 엄마를 그리워 했고 그래서 더 외로웠다.
그렇게 자라고 성장한 성희였지만 조금도 비뚤어지지 않고 곧게 성장했고 성격좋고 마음 넓은 딸로 커 준 것이 박무호는 너무도 고마웠다.



아침에 숙부 박전무의 생일 잔치를 치르고 아이들도 모두 돌아가고 나니 박무호는 다시 혼자였다. 집이 큰 만큼 혼자라는 외로움도 비례했다. 그래도 요즘은 혜련이 있어서 한결 나은 것 같았다. 은근히 의지까지 되었다.
한 때는 외로움이 무서워 강아지를 한마리 사서 기르기도 했었다. 대화는 할 수 없었으나 그의 고통을 하소연하면 들어 주는 듯 했었다. 새도 길러 봤다. 지독한 외로움이 엄습할 때는 주방을 기어다니는 바퀴벌레도 정겨울 때가 있었다.
박무호는 그 것을 이기려고 술을 벗삼아 살아 왔었다.
박무호는 성혜련의 방문을 노크했다.
대답이 없다.
똑!똑!똑!
좀 더 강하게 노크하자 안에서 가냘픈 대답소리가 들려 왔다.
무호는 방문을 열고 들어 섰다.
혜련은 불도 켜지 않고 있었다.
박무호가 불을켜려하자 혜련이 소리치듯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켜지 마세요. 사장님, 죄송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촉촉히 젖어 있었으며 울먹이고 있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에요. 그냥........죄송해요."
"불 켜야 겠어요."
박무호가 걱정이 되어 스위치를 켰다.
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웅크리고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었다.
울먹이는 그녀를 조용히 내려다 보던 무호는 그녀의 어깨가 애처로울 정도로 가냘프게 보여 가슴이 저려왔다.
그녀의 어깨를 포근히 감싸 주고 싶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예요?"
"죄송해요. 아무 것도 아니예요. 아까 낮에 사장님 자제분들 보면서 애들이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흑흑흑."
"애들이 있어요? 그랬군요. 그렇겠죠.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어요? 말했으면 애들있는 곳에 모셔서 드리든 애들을 이리로 데리고 오든 했을 텐데."
"죄송해요.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애들이 지금 어디에 있어요? 내일이라도 정기사 시켜서 데리고 오도록 할게요."
"안돼요. 지금은........지금은 안돼요. 제가 참아야 해요."
"그래요.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으나 언제든 편해지면 말하세요. 함께 있도록 해 드릴께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 거의 다 나았으니 이제 어디론가 가야 하는 걸요. 뭘 해서든지 벌어야 사장님께 진 빚 갚고 우리 애들 보살피죠."
"아직은 안돼요. 적어도 몇달은 쉬어야 해요. 내일은 우리 외출 좀 합시다. 혜련 씨 모습이 꼭 우울증 환자 같아요. 외출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그리고 밝게 웃어요. 너무 어두워요."
"네, 감사합니다. 보잘 것 없는 제게 이렇게 많은 것을 베풀어 주셔서......어차피 많은 빚을 졌으니 사장님께 한 가지만 더 부탁 할래요."
"네, 말씀하세요.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도와 드릴께요."
"다름이 아니고 제가 일할 수 있는 일자리 하나만 알아봐 주세요. 보수는 얼마든 좋아요. 이력서는 써드릴께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시집과 소설을 발표했지만 제가 다시 글을 쓰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 같고 당장 돈이 많이 필요하니 막일이라도 해야겠어요."
"아, 그렇군요. 소설......음........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혜련 씨의 스폰서가 되겠어요. 여기에서 편하게 글을 써 보세요. 다시 시작 하세요. 제가 후원자가 되겠습니다. 제게 부담이 되시면 대신 유명해져서 책이 많이 팔려 수입이 생기면 제게 10프로만 떼어 주세요. 전 유능한 예술에술가에게 투자하는 거니까 제게 부담 가질 필요 없잖아요. 그 거 괜찮죠?"
"감사합니다. 사장님. 하지만 저는 팔짜 좋게 글을 써서 책이 팔릴 때까지 기다릴 만큼의 여유가 없어요 당장 애들한테 들어갈 돈도 많고......그리고 글장사는 되고 싶지 않아요. 문학은 팔아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각 합니다. 건방진 말씀 죄송합니다."
"아, ......미.....미안해요. 내가 미안합니다. 학문을 모욕했군요. 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죠. 글을 다시 쓰시되 글을 쓰시면서 시간이 나면 우리 집안 살림을 해줘요. 가정부 아줌마를 내보내고 시간제 파출부를 쓰면 되잖아요. 그럼 혜련 씨도 덜 힘들 테고, 힘든 일은 파출부 아줌마 한테 맡기고 혜련 씨는 글 쓰고 저 밥만 해 주세요. 그럼 됐죠?"
"감사합니다. 사장님. 사장님은 참 좋으신 분이세요. 네, 그렇게 할께요. 근데 보수는 얼마나 주실건가요? 파출부 필요없이 제가 다 할께요. 파출부 줄 돈을 제게 주세요."
"하하하 그래요, 알았어요. 파출부 급료까지 드리죠. 하지만 파출부는 쓸겁니다. 혜련 씨가 집안 청소나 설거지 잡일까지 하다 보면 좋은 글을 쓸 시간이 없어요. 집중도 안되구. 그러니 이건 투자자로서의 권리로 생각해 주세요."
"사장니. 정말 감사합니다."
혜련은 울먹이며 말했다. 박무호의 가슴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이제 박무호의 집엔 박무호 그리고 성혜련 단 두 사람 뿐이었다. 파출부가 오전 10시에 와서 오후 4시에 가고 나면 완전한 둘인 것이다.
혜련의 음식 솜씨는 전문가보다도 나았다. 박무호의 입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므로 반찬이며 모든 음식은 혜련이 해야만 박무호가 먹을 정도가 되었고 혜련은 음식 만드는 일만 담당했고 파출부는 설거지와 집안 청소등 잡일만을 했다.
박무호는 정원 연못 옆 야외 테이블에 앉아 꼬냑을 마시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던 무호의 눈에 혜련의 방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아직 전등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꼬냑을 한병 다 마셔가고 있는데 등 뒤에서 혜련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저도 한 잔 주심 않되겠어요? 혼자서 술마시는 모습을 위에서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좋아 보이질 않아서 내려왔어요."
혜련의 목소리에 놀란 듯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무호가 말했다.
"술 하실 줄 아세요?"
"네, 조금은요."
"하지만 아직은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을 텐데.......?"
"전 맹장 수술을 했을 때에도 애들 아빠가 힘들게 해서 마신 적이 있어요. 괜찮아요. 주세요."
혜련이 마주 앉으며 말했다.
무호가 자신의 잔을 비우더니 털듯이 땅에 잔을 몇번 뿌리더니 혜련에게 내밀었다.
혜련이 박무호의 눈을 바라보며 말없이 술 잔을 받아 들었다.
술 잔을 받아 든 혜련의 손이 가볍게 떨고 있었다.
박무호는 혜련의 잔에 술을 따랐다.
꼴꼴꼴...........
"자, 한 쭈욱 마시세요, 가슴이 답답할 때는 독주를 털어 넣어서 아픔을 달래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혜련이 술 잔을 말없이 입으로 가져가 입술을 대고 향을 맏아 보았다.
"비싼 술인가요? 향이 참 좋아요."
혜련의 말에 박무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혜련은 꼬냑을 입에 넣고 삼켰다.
켁........!!
"죄송해요. 제가 독주는 마셔본 일이 없어서요. 켁...콜록, 콜록!"
혜련은 마셔 보지 않았던 독주가 목에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하하하, 그럼 어떤 술을 마셨는데요?"
박무호가 웃으며 무안해 하는 혜련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전 술 자주 마시지도 않았지만 어쩌다 마신다 해도 맥주 정도였거든요."
"다시 한 잔 드릴께요. 한잔 정도 하시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겁니다."
"네, 다시 주세요."
혜련은 다시 잔을 내밀었다.
박무호에게는 혜련의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보였다. 마치 어린아이가 아버지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이쁜짓을 하고 있는 듯했다.
혜련에게 술을 따르면서 박무호가 말했다.
"내일은 좀 일찍 퇴근 할테니 저녁 준비 하지 말아요. 우리 내일은 바람 좀 쏘입시다. 내가 좋은 곳을 많이 알아요."
"정말요? 아이 좋아라. 사실 너무 답답했어요. 벌써부터 내일이 기다려 지는데요."
"그래요, 그 동안 답답했을 거예요. 참, 글은 잘 돼 가요?"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아서인지 잘 안돼요."
"그러면 안돼요. 반드시 베스트셀러 써야해요. 그래야 내 빚 갚죠. 하하하."
박무호가 너털웃음을 웃었다.
"저......사장님."
"혜련 씨, 그렇게 부르지 말고 제 이름을 불러 주세요. 여기에서, 혜련 씨에겐 사장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사장이죠. 제 이름은 박 무홉니다."
"그래도 어떻게.....?"
"아니요. 난 그게 정감있고 좋아요. 혜련 씨가 제 회사 직원인가요? 앞으론 이름을 불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근데 왜 불렀어요?"
"네, 내일 우리 애들 좀 이리로 데리고 와서 하루만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셨음 해서요. 제가 그 곳엘 갈 수는 없어서요."
"그래요, 그래야죠. 그런 거라면 벌써 말했어야죠. 안그래도 내가 말을 꺼내려고 몇번이나 생각 했었는데 혜련 씨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모든 것을 혜련 씨에게 맏겼어요. 앞으로도 저에게 부담 갖지 말고 언제든 어떤 일이든 다 말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언제든 도울께요."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
"또!"
"네?"
"이름요."
"호호호, 알았어요. 사장님, 아니 무호 씨."
"거 봐요 좋잖아요."
"전 더 불편해요. 제가 건방진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처음이라서 그래요. 자꾸 부르면 자연스러워 질 거예요."
박무호는 내일 나들이 하자는 말에,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아서 표정이 밝아진 혜련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렇게 청순하고 깨끗한 사람을 누가 그리 고통을 안겨 줬을까......저 사람이라면 내가 한번 다시 시작을 해 봐도 되지 않을까.
박무호는 왠지 자꾸만 혜련이 좋아졌다. 이상하게도 몇 십년은 함께 살아온 사람처럼 편하고 정이 갔다.
"참, 이거 전화 써요."
박무호가 자신의 휴대 전화를 꺼내어 혜련에게 내밀며 말했다.
"네?"
"내 전환데 난 거의 안써요. 쓸일도 없고 전화 할 사람이 없어요. 이 전화는 내겐 필요치 않아서 그래요."
"그래도...제가 어떻게."
"뭘 어떻게에요? 그깟 필요 없는 전화 쓰는 것을 가지고......내겐 필요치 않아요. 그리고 내가 회사에서 혜련 씨한테 전화를 하고 싶어도 전화를 할 수가 없잖아요......아니.....뭐......꼭 내가 전화를 할 이유야 없지만 ........만약을 몰라서 그래요. 어제도 회사에서 궁금해 전화를 하고 싶었는데 집 전화로 하면 파출부 아줌마가 받아서 공연히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못했어요."
"네, 알았어요."
"이제 들어 갑시다. 밤이 꽤 깊었어요"
박무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네, 주무셔야 출근하시죠"
두 사람은 정원 뜰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 갔다.
혜련의 방 앞에서 멈춰선 박무호가 말했다.
"잘 자요. 그리고 내일 컴퓨터도 새로들여놓을께요. 새걸로."
"아니에요, 지금 쓰는 것도 좋은데요. 그러지 마세요"
"아니요, 그 컴퓨터는 내가 쓰던 것이고 또 나도 써야 하니까 그렇게 해요."
"알았어요. 편히 주무세요."
"참,"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혜련을 박무호가 자신을 남겨 놓고 급히 떠나려는 버스를 붙잡듣이 다급한 음성으로 불러 세웠다.
"네?"
"혜련 씨는 누구를 죽을 만큼, 아니, 미치도록 사랑해 본 적이 있어요?
".......글쎄요........제 기억에는 없는데요."
혜련이 위아해서 그렇게 대꾸했다.
"그렇군요. 앞으론 한 번 해 보세요. 기회가 온다면요."
"..........."
"들어가서 쉬어요."
"네."
박무호는 혜련의 방문이 닫히고도 한참을 방문 앞에서 혜련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우리 동네에도 있었네요."
혜련은 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연신 지껄였다.
박무호는 마을에서 30여분을 자동차로 달려 저수지 옆 산 기슭에 멋드러지게 눌러 앉은 커다란 유람선 카페로 혜란을 데리고 갔다. 물론 정 기사에게는 어제 혜련이 가르쳐 준 주소로 찾아 가서 혜련의 아이들을 데리고 오라고 지시해 놓고 자신이 직접 자동차를 가지고 왔던 것이다.
유람선에서는 저수지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게끔 커다란 유리로 창을 처리해 그야말로 유람선을 타고 직접 호수위를 떠가는 듯한 느낌마져 들었다.
바람이 불 적마다 호수 위에는 솜털 같은 작은 물결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가끔 자그마한 고깃배들이 오고 갔고 그 너머로 보이는 산은 유월의 녹음이 푸르렀다.
"혜련 씨, 이 곳 마음에 들어요?"
"네, 정말 너무 좋아요. 여기에 있으면 밥을 먹지 않고 살아도 평생을 살 수 있을 것 만 같아요."
"하하하. 다행이네요. 혜련 씨가 마음에 들어하니.......말 잘들으면 다음엔 더 좋은 곳엘 데리고 갈께요...음.......일 주일에 세번 정도. 하하하."
"아이 좋아라. 근데, 내가 어떤 말을 잘 들어야 유효한 거죠? 그 약속."
"하하하, 아니에요. 말 잘 들으란 소리는 혜련 씨 어두운 표정 빨리 버리고 밝아지라는 뜻이에요."
"알았어요. 그렇게 되도록 꼭 노력할게요."
혜련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참, 저녁에 집에 들어 가면 혜련 씨에게 줄 선물이 있어요. 깜짝 이벤트."
"뭔데요? 벌써부터 궁금해 지는 걸요? 아이......잉, 말해 줘요."
혜련은 응석까지 부려가며 졸라댔다.
"안돼요. 그러면 깜짝 이벤트가 아니죠. 이런 말도 안했어야 하는 거였는데...하하하."
"어제는 어머니 꿈을 꿨어요. 돌아가신지 이제 일년도 안됐는데. 돌아가신 후로 처음 꿈을 꿨어요. 오늘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날 거라는 게시였나봐요. 그쵸?"
"어머니가 돌아가셨군요."
"네, 작년 가을에 돌아가셨어요. 힘들 때면 그래도 엄마가 많은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 줬었는데. 이제 그렇게 마음을 기댈 곳도 없어졌어요. 아버지가 계시긴 하지만 저만 보면 너무 속상해 하셔서 안가게 돼요."
"혜련 씨,"
"네?"
"어제 우리 애들이 날더러 혜련 씨와 재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박무호는 마치 소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소년처럼 호수에 눈을 둔채 얼굴을 붉히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네에? 제게 무슨 그럴 자격이 있다고......가당치도 않은 말씀이네요..."
혜련역시 박무호의 말에 얼굴이 붉어져 대꾸하며 손으로 부채모양을 해가지고는 얼굴을 부쳐댔다.
"혜련 씨만 절 받아들일 수 있다면 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사실 나도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으나 혜련 씨한테 이상한 감정이 생겼어요. 퇴근길이 기뻤고 혜련 씨가 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으니까요. 요 며칠동안 사람이 사는 것 같았어요.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어요. 행복하게........"
혜련은 가슴이 답답해 왔다.
사실 혜련 역시도 박무호에게 벌써부터 하염없이 끌렸었다. 그런 자신을 나무라며 감히 꿈에라도 그런 생각을 해선 안된다고 타이르고 또 타일렀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박무호를 향하는 마음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하지만 전 자격도 없고 자신도 없어요. 그리고 아직 정리해야 할 문제도 있구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그 것을 행함에 있어 자격이 있는 겁니까? 어떤 것이 자격인가요. 나 역시도 이토록 곱고 맑고 깨끗한 혜련 씨를 사랑할 자격은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입니다."
'전 보잘것 없는 여자예요. 요즘처럼 제 자신이 작아 보였던 적이 없어요. 한없이 초라하구 볼품없는 여자예요."
"인간은 누구나 동등합니다. 가지고 못가진 것, 배우고 못 배운 것, 잘 생기고 못 생긴 것이 인간의 등급을 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말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결코 사랑하는데 있어 장해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또한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보잘것 없는 사람입니다."
"............."
혜련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알아요. 혜련 씨 이혼도 아직 안 됐고 가르쳐야 할 아이들이 둘 있다는 것도 알아요. 기다릴께요. 이혼이 깨끗하게 될 때까지........그 것이 언제가 될지라도, 아니, 영원히 기다려야 한다 할지라도 묵묵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그리고 아이들은 제가 올바르게 뒷바라지 하겠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일찍낳았기 때문에 아이들을 길러 보지 못했는데 오히려 잘 됐잖아요. 기다릴 게요. 천천히 오세요."



박무호와 혜련이 집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일곱 시였다.
두 사람이 자동차에서 내리자 정 기사가 대기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달려 나왔다.
"잘 다녀 오셨습니까!"
정 기사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동차를 차고에 넣었다.
두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 예쁘장한 여고생과 남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혜련에게 달려와 안겼다.
"엄마아......!!"
혜련은 아이들을 보더니 두 팔을 벌려 한 팔에 하나씩 두 아이를 부둥켜 안았다.
"그래, 엄마야. 어떻게들 하고 있었니. 학교는 잘 다녔어?"
혜련은 두 아이를 안고 그렇게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아이들도 이제 다시는 엄마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혜련을 힘줘 안으며 흐느껴 울었다.
"이제 그만 들어가요. 방으로 가서 얘기들 해요."
박무호가 혜련에게 말했다.
혜련은 아이들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자신의 방으로 두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 온 혜련은 딸 미혜와 아들 현국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딸 미혜는 그래도 여자 아이이고 나이가 있어서 제 앞가림을 하고 다니는 듯했으나 아들 현국은 꼬락서니가 엉망이었다.
교복은 언제 빨아 입었는지 바지가 뻣뻣하게 때가 쩔어서 꺾으면 부러질 정도였다. 혜련은 가슴이 찢어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혜련은 아들 현국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미안하다. 아들아. 엄마가 못나서 너희들 꼴이 이지경이 됐구나. 미안하다."
"엄마, 엄마 잘 못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만 울어, 엄마."
딸 미혜가 따라 울며 말했다.
"그래, 밥들은 먹고 다녔니?"
"응, 엄마. 누나가 해 줬어."
아들 현국이 말했다.
그때 박무호가 쓰라고 혜련에게 건네 줬던 핸드폰이 울었다.
-여보세요.
전화기 저쪽에서 박무호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 저예요.
-정기사한테 약간의 돈을 줘서 차 대기시켜 놨으니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옷도 사 입히고 먹을 것도 사서 먹여요. 그리고 들어와서 오늘은 여기서 함께 자요. 아침에 정 기사에게 학교로 태워다 주라고 하면 되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앞으론.......
혜련이 두 아이들을 데리고 차고 앞으로 나가자 정 기사가 이미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 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혜련이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 오르자 정 기사가 하얀 봉투 하나를 혜련에게 건네며 말했다.
"사장님께서 드리라고 했습니다."
"네에........"
혜련은 어색하게 봉투를 받아들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사모님?"
"네......?........네에......저 시장이요."
정 기사의 사모님이란 호칭에 혜련은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네, 알겠습니다."
정 기사가 자동차를 출발했다.
시장 입구에서 내린 혜련은 시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부터 배불리 먹였다. 그리고 옷가지를 사주고는 박무호가 좋아하는 반찬거리를 이것 저것 샀다. 혜련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가 맛있게 먹을 것을 떠올리며 장바구니를 채우는 평범한 여느 주부들처럼 박무호가 좋아하는 것들만 바구니에 담았다.
집으로 돌아온 혜련은 박무호에게 아이들을 데리고가 인사를 시켰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를 못 시켰습니다. 제 자식들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그래, 엄마를 닮아서 아주 잘 생겼구나."
"그래, 이제 너희들은 엄마 방에 가서 있어."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자 혜련은 손가방에서 봉투를 꺼내어 박무호에게 내밀며 말했다.
"너무 많은 돈이었어요. 남은 돈이예요."
"아니요. 넣어 둬요. 사실 진작에 돈을 좀 드렸어야 했는데 자존심 상하실까봐 망설였습니다. 넣어두고 내일 아이들 갈 때 용돈좀 충분히 주고 혜련 씨 필요할 때 쓰세요. 빌려 드리는 겁니다. 베스트셀러 탄생되는 날 갚으세요."
혜련은 봉투를 가방에 다시 넣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사실 아이들 옷도 안 사 입힐 건데 꼴이 너무 지저분해서 사 입혔어요. 제가 지금 그럴 처지도 아닌데......"
"또 그런 말 해요. 그런 말 하지 말기로 했잖아요. 그냥 편하게 대하세요. 그게 저도 편해요. 알았죠?"
"네, 정말 은혜는 잊지 않을 거예요."
"그만 애들한테 가 보세요. 그리고 오늘은 그 동안 못 한 얘기들 좀 많이 나눠요.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어요. 너무 불쌍해요. 잘 해 주세요. 참, 괜찮다면 아이들을 아예 이번 기회에 이리로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내도록 해요. 방이 두 개나 비어 있으니까."
"네, 아이들과 의논해 볼께요. 사실 지금 살고 있는 방도 비워줘야 한대요. 아이들이 아까 걱정하더라구요."
혜련은 박무호가 신비스러웠다. 언제나 자신이 걱정하는 문제를 어떻게 알기라도 하듯이 먼저 말을 해서 해결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아이들한테 집 주인이 방을 비우라고 했다는 소리를 듣고 내내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렇게 해결을 해주니 박무호가 신비스럽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는 분명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끝이 없이 깊거나 아니면 점쟁이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있어 행복한 날에





정 기사는 박무호의 지시를 받고 회사트럭 기사와 함께 트럭을 가지고 혜련이 살던 집에 혜련의 짐과 혜련의 딸 미혜와 현국을 데리러 왔다.
골목에 트럭을 대고 짐을 싣고 있는데 미혜가 정 기사에게 말했다.
"아빠짐은 어떻게 하죠?"
"글쎄, 어떻게 하지?"
정 기사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미혜의 물음에 답을 줄 수가 없었다.
"아빠는 연락이 안되니? 연락이 되면 와서가지고 가라고 하면 될텐데...."
"연락 안되는데요? 저희가 아무리 전화해도 안받으시는데 어떡하죠?"
정 기사는 하는 수 없이 박무호에게 전화를 했다.
-사장님, 미혜가 지네 아빠 짐은 어떡하냐는데 어쩌죠?
-그러면 집으로 전화 해봐. 예전에 내가 쓰던 핸드폰으로 하면 돼.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정 기사는 혜련에게 전화를 했는데 혜련은 그냥 두고 오라고 했다. 나중에라도 와서 가지고 가든가 아니면 버리든가 하게 그대로 두고 오라는 거였다.
정 기사는 아이들 짐과 혜련의 짐을 모두 싣고 골목을 빠져 나왔다.
"엄마, 우리 어느 방 써요?"
집으로와 짐을 모두 내려 놓고 미혜가 혜련에게 물었다.
"글쎄, 이따가 사장님 오시면 정리 하자."
"근데 엄마, 엄마 그 사장님하고 사는거야?"
미혜는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아니야. 엄만 여기서 일하고 월급 받는 거야."
"..................."
그렇게 말 한다고 해서 그러한 것으로 모든 것을 받아 들이기엔 미혜의 나이도 적은 나이는 아니었으므로 미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우리 아빠도 그 사장님 같은 분이면 좋겠다."
"그런 말이 어딨어? 아빠가 아무리 못 났어도 너희들 한테는 바꿀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아빠야. 엄마와 아빠 사이는 돌아서면 서로 남이지만 너희는 자식이야. 앞으론 그런 말 하지마라."
"..........."
혜련은 그렇게 말은 했지만 가슴이 무거웠다.
사실 애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애들한테 단 한 번도 아빠다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사람. 무능력하고 열등감으로 스스로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고 가족들은 거지꼴을 만들고, 정말 아이들이 너무 불쌍했다. 혜련을 어디에선가 읽은 글귀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아버지 다운 아버지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랬다.
남자들은 때론 생각보다 무책임하고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동물들이었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차도 모르는 아빠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았다. 낳아 놓기만 하면, 그리고 밥 먹여주고 학교 보내주고 그러면 되는 것으로 아는 남자들.......아이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란 어떤 의미인지 아버지 다운 아버지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모른다. 물질 적으로 무한한 풍요를 제공해 준다고 해서 아이들이 행복한 것은 절대 아니다. 물론 빈곤으로 찌들게 하는 것 또한 아니지만.......
혜련은 정말로 가슴이 답답했다.
그때, 박무호가 퇴근했다.
"다녀오셨어요!!"
혜련이 박무호를 보고 인사를 하자 아이들도 따라서 인사를 했다.
"그래, 짐은 다 옮겼어요?"
"네."
"내일 컴퓨터가 세 대 들어올 거요. 혜련 씨 것과 미혜, 현국이 거, 그리고 책상이랑 가구들을 새로 주문 했어요. 아이들 방."
"참, 아이들 방을 못 정했어요. 무호 씨 오시면 물어보고 하려구요."
"그런 걸 뭘 물어보고 해요. 알아서 해 주죠. 저쪽 방에 가 보고 너희 들이 서로 상의 해서 정해라."
박무호가 아이들에게 손으로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박무호의 집에서 지낸지가 보름도 되지 않아 혜련이 말했다.
딸 미혜가 학교를 통학하기가 너무 멀어 피곤해 공부가 집중이 안된다는 거였다. 미혜는 예술고등학교라서 실기 수업이 늦게 끝나기 때문에 통학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어쩌죠? 미혜가 요즘 성적이 많이 떨어졌어요. 피곤하니까 집중력이 떨어진대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
"지네반 애들은 거의 다가 학교 주변에 원룸을 얻어 놓고 자취를 한대요."
"그러면 미혜도 그렇게 하라고 하면 되잖아요. 한창 공부하는 아이인데 피곤해서 공부를 못한다면 되겠소?"
"근데 거기는 방세가 워낙 비싸서요....."
"그런 것 따지지 말고 애가 원하는 대로 해줘요. 얼마면 되는지 한번 알아 보라고 해요."
"네,"
이제 혜련은 아주 자연스럽게 남편에게 아이들 문제를 의논하듯이 했다.
"엄마, 말씀 드려 봤어?"
박무호의 방에서 나오는 혜련을 붙들고 미혜가 머리를 들이 밀면서 말했다.
"그래, 내일 알아 보라고 하셨으니까 점심시간에 나와서 가까운 곳에 빈 방이 있는지 알아 봐."
"정말? 야~~~ 신난다. 나도 이제 내일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철없는 아이는 아이였다. 아니 얼마나 정에 굶주렸으면 저럴까하고 생각하니 혜련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콱 막혀 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미혜가 학교 주변에 원룸을 얻어 자취를 나간 지도 한달이 다 돼가고 있을 때였다.
혜련의 아들 현국이 학교를 파하고 정문을 나서는데 현국의 아버지, 그러니까 혜련의 남편이 현국의 앞을 가로 막았다.
"현국아!"
"어! 아빠!"
강치수는 아들 현국의 손을 잡고 학교 정문을 빠져나와 자신의 화물트럭이 세워진 곳으로 갔다.
"타라."
"어디가는데, 아빠?"
"가 보면 알아. 아빠가 방하나 얻어 놨다."
현국을 트럭에 태우고 강치수는 변두리로 차를 달렸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변두리 시골의 움막같은 집이었다.
"아빠, 여기서 살아?"
"그래, 좀 있으면 좋은 데로 이사 할 거야. 아빠 친구한테 들었는데 너희들 엄마랑 어디에 산다고 하더라."
"네, 엄마랑 있었어요."
강치수는 현국을 구슬러서 박무호의 집을 알아 내는데 성공했다.
"현국아, 넌 아빠랑 살아야 돼. 넌 아빠의 아들이야. 너도 아빠랑 살 거지?"
"네."
현국은 사실 엄마랑 풍요로운 곳에서 살고 싶었으나 어쩌지도 못하고 그렇게 대답했다.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8
미리내 2009.06.11 11:03  
넘무 길다...ㅠㅠ 좋은 내용인것 같지만....ㅎㅎ
미리내 2009.06.11 13:37  
시간되면 한번 읽을께요 ~ 올리신분 성의를 무시하고 댔글 올려서 죄송합니다.. 꼭 보께요~
구름희 2009.06.11 11:13  
네 잘읽었어요.. 지금 현실을 말해주지요.. 그래두 좋은 아빠 좋은 딸님이있어서 행복 할것 같아요.. 아빠도 전 부인을 존경해주고 재혼 생각이 없고 그런 시념을 같고 있다는게 힘든일인데 소설이지만 참 감동적이네요...
행복한삶 2009.06.11 11:38  
잘읽고 갑니다  넘 잘 쓰셧어요 생동적잇게....
다음회가 기대됩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송진산 2009.06.11 17:38  
감동깊게 넘 재밋게 잘 읽고 있습니다.
안타깝게 기다려지는 다음회입니다. 감사합니다.
온천 2009.06.12 09:31  
잘 보구 가요,,
아!~~~~~~~~~~~~진짜 기다려집니다,..ㅎㅎ
korea 2009.07.22 19:40  
잘 읽엇습니다, 매우 감동이네요그,것이 사실이에요?/아무든 잘 보고갑니다
정신차려! 2009.08.30 19:25  
잘 보았습니다,,,다음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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