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사랑이야기 3

그들만의사랑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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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 남자


 

 어제는 종일 라면만 먹었다. 아침에는 최악의 만화가게 라면. 점심에는 참치라면. 저녁에는 라면국밥. 얼굴은 면발처럼 팅팅 부었다. 새벽 3시까지 온갖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취직원서를 썼다. 마음이 너무 조급해져 있다. 얼른 취직이 되어야 할 것인데….. 난 컴퓨터 공학과를 나왔다. 예전에는 취업 1순위였는데 , 요즘은 워낙 경기가 안 좋아 취업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같은 과 선. 후배들도 취업이 안돼서 난리다. 벤처기업을 하는 몇몇 선배들은 같이 해보자고 하지만 난 모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그저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들어가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 어여쁜 마누라와 사랑스런 애들(4명 정도?) 키우며 그냥 좋아하는 만화 보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요즘은 이상하게 일어나면 9시다. 그 시간만 되면 깬다. 몇 시에 자든


 

 잠바 꺼내 입고 습관처럼 만화가게 갈려고 나왔다. 아~ 참! 그 여자 10시나 되어야 나왔지! 아냐 오늘은 아저씨가 나오셨을 거야. 아니다....... 난 집으로 다시 들어와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면도도 했다.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와서 내가 좋아하는 남자의 스킨 ‘ 핸섬 보이 ‘을 손에다 부었다. 젠장!! 확 쏟아졌다. 엄마! 아까워! 4분의 1은 나온 것 같다. 아 핸섬 보이 만든 회사 넘들 때려 직이고 싶다. 어쩌냐 아까워서…… 어쩔 수 없다. 다 발랐다. 얼굴 팔 다리 머리까지 온 몸이 시원하다. 난 다시 잠바를 입고 만화가게로 갔다.


 

 만화가게를 들어 갈려는데 창문에 뭔가가 붙어 있다. Pm: 9시 open , Am: 9시 close. 언제는 9시에 안 열었나? 아저씨는 왜 저걸 써 붙였지? 아!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끝내는구나! 그래서 저걸 써 붙였구나. 가게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갔다.


 

 아~~카운터에는 아저씨가 없다. 그 아가씨도 없다. 아무도 없다. 뭐냐?


 

 난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부엌에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엌 쪽으로 나는 다가갔다. 부엌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아 깜짝 놀라 죽는 줄 알았다. 한 손에는 칼 들고 한 손에는 사발그릇 들고 그 아가씨가 날 쫙 째려 봤다. 난 너무 놀라 가슴이 계속 벌렁거렸다. 대체 뭐 하는 거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 아가씨도 조금은 놀랐던지 진정을 시키더니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다.


 

 난 어제 보다가 만 그 만화 3권부터 7권까지 5권을 꺼내 가지고 내 자리로 왔다. 자리에 앉아서 만화를 보려다가 주위를 보니 벽마다 시간당 600원 라면개시라는 종이가 벽마다 도배를 해 놓았다. 아니 아저씨 오늘 따라 왜이래? 원래 하던걸 다시 하다니……. 참나 이상한 아저씨군!!


 

 난 만화에 집중하려고 책을 폈다. 그제야 부엌에서 나오는 그 여자를 보았다. 얼굴이 약간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난 아까 서로 놀란 것도 있고 해서 만화가게 밖에 있는 커피자판기로 나왔다. 그리고는 커피 2잔을 뽑아서 안으로 다시 들어가 한 잔을 그녀에게 건넸다. ‘많이 놀라셨죠? 라는 말과 함께………그녀는 아니라고 한다. ‘근데 오늘은 늦게 오셨네요! 라는 말을 한다. 아니 내가 무슨 9시만 되면 오는 집배원도 아니고 아~~~약간 쪽팔리다. 이 여자도 내가 놀고 있는 넘이라 생각하나 보다! 우띠! 쩝~ 아무렴 어떠냐! 솔직히 난 현재 놀고 있는데…… ‘삼촌은 요즘 어디 갔나 보죠? 난 대화가 된 김에 물어보자는 심정으로 말했다. 아~~~~~~~~~~~~~~~~~~이런 자기가 여기 인수 했단다. 그럼 사장이네?..........................아~~~~~~~내 점심이여!!


 

 이제 맛있는 라면은 다 먹었다……….만화가게 바꿔야 하나? 아 우울하다!


 

 난 의기소침해져서 자리로 돌아왔다. 저 여자가 주인이란다. 내 라면은 어쩌란 말이냐. 만화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난 1시간만 만화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어제는 라면만 먹었기에 배도 고프고 해서 갈려고 카운터로 갔다.


 

 그녀는 졸고 있다. 내가 다가서자 부스스 눈을 뜬다. 난 600원을 건넸다. 100원짜리 하나가 그녀와 내 손을 스치며 땅으로 떨어진다. 난 몸을 웅크렸다. 내가 주우려 했는데 얼른 그녀가 줍는다. 그녀는 줍고서 날 쳐다본다. 우린 얼굴이 한 뼘 정도 가까이에 있다. 갑자기 그녀가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자기보다 동작이 느려서 노는 놈이 몸도 느리냐는 표정이다. 미안하다. 운동 좀 하마. 난 인사를 꾸벅 하고는 가게를 나왔다.


 

 근처 식당으로 가서 순두부백반을 사먹었다. 밥을 먹는 내내 100원을 줍던 그녀의 손가락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 나 영양실조인가보다. 밥을 안 먹고 만날 라면만 먹어서… 난 고개를 절래 흔들며 밥을 먹었다. 맛있다.


 

2. 그 여자


 

 어제도 손님이 여전히 많았다. 난 너무 행복했다. 오늘 아침에는 7시에 일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가장 일찍 눈이 뜬 아침이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어제 저녁 할아버지 제사라 시골에 모두 내려 가셨다.


 

 아침을 챙겨 먹으려 했으나 밥을 하기가 귀찮다. 난 씻고 준비하고 8시에 집에서 나왔다. 배가 고파 가게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순두부백반을 먹었다. 정말 맛있게 하는 집이었다. 가끔 여기 와서 밥을 먹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8시40분에 가게를 열었다. 청소를 하고 가게 문 여는 시간을 창문에다 다시 써서 붙였다. 그리고 가게 벽면에 시간당 600원과 라면개시를 군데군데 써서 붙였다.


 

 9시10분이다. 이상하다. 그 넘이 안 온다. 만화가게 탁자들을 모두 광이 나도록 문질렀다. 카운터로 돌아와 앉았다.


 

 9시40분이다. 넘은 아직 안 온다. 오늘은 안올려나 보다. 그 때 부엌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난 살짝 부엌으로 다가갔다. 이룬…………쥐새끼 한 마리가 라면 박스 하나를 갉아 먹고 있다. 그 안의 라면을 먹으려 하나보다. 난 소리를 지를 뻔 하다가 참고 저걸 때려잡을 걸 찾았다. 너무 급해서 부엌에 있던 칼을 들었다. 내가 미쳤지. 이걸로 어떻게 하려고 칼 옆에 라면을 덜어 주는 사발그릇이 있다. 경황이 없는 지라 그것도 들었다. 아 바부………이걸로도 어찌할 수가 없잖아. 아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냥 쫒아 낼까? 사발그릇으로 때릴까?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순간 난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던질 뻔했다. 놀라 디질뻔 했다. 분명 애기가 있었으면 떨어졌을 것이다. 그 넘이다. 넘은 물어 본다. 뭐하는 거냐고, 뭐하긴 임마 쥐 잡으려 하잖아. 잘못했으면 내가 너 잡았다 임마! 목구멍까지 이 말이 나오려 했다. 난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넘이 자리로 돌아간 후 난 부엌 구석구석을 살폈으나 쥐는 없었다. 아 어떻게 잡지? 난 라면 박스를 테이프로 칭칭 감았다. 임시방편으로 그리고는 카운터로 돌아왔다.


 

 카운터에 앉았더니 넘이 밖에 나갔다가 커피 2잔을 가지고는 들어온다. 한 잔을 건네면서 많이 놀라셨죠? 라고 말한다. 놀라다 뿐이냐 이 넘아 나 너 때려 잡을 뻔했는데. 난 아니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는 오늘은 늦게 온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넘은 황당한 듯이 날 쳐다보더니 삼촌은 어디 갔냐고 물어본다. 왠 삼촌? 삼촌 미국이민간지 5년도 넘었는데 이 넘 왜 삼촌은 찾고 난리야? 아~~~~~~~~~~~~~~넘은 이 가게 전 주인 아저씨가 내 삼촌인줄 알았단다. 난 친절하게 내가 이 가게를 인수한 아름다운 여사장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넘은 얼굴이 매우 우울해졌다. 왜??? 어린 내가 여사장 하는데 너는 백수라 우울해졌냐? 앞으로 더욱더 저 넘은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몸서리 쳐졌다.


 

 넘이 자리로 돌아가자 아까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오늘 아침 너무 일찍 깼던 탓인지 졸음이 밀려왔다. 넘의 얼굴이 점점 흐려진다. 난 잠시 꿈을 꾸었다. 내가 즐겨 꾸는 꿈이다. 무도회장에서 난 춤을 추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보낸다. 난 인사를 하고 미소를 살짝 비춘다. 사람들은 더 크게 박수를 친다. 그러면 그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 온다. 항상 얼굴은 알 수 없지만 그는 나에게 다가와 춤추실래요? 라는 말과 함께 손을 내민다. 난 살며시 그의 손을 잡고서 춤을 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을……


 

 한참 그 꿈의 하이라이트인 누군가 다가오는 장면에서 난 잠이 깼다. 넘이 무언 가를 내민다. 난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이 손을 내밀었다. 딸그랑하며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난 내 운명이 떨어진다는 착각에 바닥으로 손을 뻗었다. 아~~100원이다. 줍자마자 난 고개를 들었다. 아~~~넘의 얼굴이 한 뼘 안에 있다.


 

 근데 이건 무슨 냄새냐? 목욕탕 다녀온 아버지의 냄새가 난다. 잠이 확 깬다. 이 넘 무슨 향수 뿌렸나? 스킨 통에 빠졌나? 깬다 깨~~~~~~인상이 확 찌푸려진다.


 

 그 넘은 미안한 표정과 함께 꾸벅 인사를 남기고는 만화가게를 나간다. 아 넘 왜 라면 안 먹고 가지? 자기 때문에 라면 할라고 내가 마음먹었는데……..괜히 오늘따라 단정한 넘의 뒤통수가 얄미워 보인다.


 

 놈이 나가는 저 문에 종 하나 달아야겠다. 그러면 아까처럼 놀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낮에 먹은 순두부백반은 정말 맛있었다. 난 배달도 되는가 물어 보기 위해서 그 가게로 갔다. 식당 안에는 그 넘이 있다. 순두부백반을 앞에 놓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더니 먹는다. 아주 맛있게. 난 전화로 물어보려 마음먹고 식당 전화번호를 외워 왔다. 점심도 순두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 왔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1
보석 2009.06.12 04:29  
잘보았습니다.은근히 < 다음 >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