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사랑이야기 2

그들만의사랑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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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남자


 

 어제 라면도 못 먹고 집에 와서는 취업도 제대로 안된 것이 짜증나 소주 1병을 비상식량인 참치 한 캔 따서 저녁 대용으로 먹었더니 배고파 새벽부터 깼다.


 

 밥을 해서 먹으려 했으나 귀찮음이 온 몸 가득 밀려와 9시에 만화가게가 문 열면 아저씨한테 라면이나 끓여 달라고 맘먹고 햇반 하나 사가지고 8시50분쯤 만화가게에 왔다.


 

 만화가게 유리에 얼굴을 비추어 보니 어제 무스 발라서 머리를 했는지 잠버릇이 얌전한 탓인지 오늘도 깔끔해 보였다. 간만에 이틀 연속 세수를 했더니 소주 1병 먹고 잤지만 무지 잘생겨 보인다. 대만족이다.


 

  지금은 9시 30분이다. 아저씨는 안 온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남자가 깡이 있지란 생각에 10분만 더 기다려보자. 다짐한다. 앗! 어제 그 쥐 잡아 먹은 아저씨 조카가 온다. 이룬 아저씨 오늘도 안 오나 보다. 젠장! 집으로 돌아 갈려다가 그냥 저 아가씨한테 라면 해달라고 하기로 마음먹었다.


 

 얼른 문 열어라~~ 내가 오늘도 오고 깔끔해서 그런지 날 계속 쳐다보다가 가게 문을 연다. ‘일찍 오셨네요’ 라는 말과 함께….. 일찍은 50분이나 기다렸구먼.….


 

 나는 가게에 들어가서 신간코너에서 만화 5권을 꺼내서는 나의 개인석에 와서 앉았다. 그리고는 비닐봉지에서 햇반을 꺼내 자리에 놓고는 라면 하나를 시켰다. 어쩔 수 없다. 아저씨가 해주는 라면이 아니더라도 지금 나는 아사 상태인지라 그냥 시켰다. 뭐냐? 나를 1분은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만화가게에 붙은 조그만 부엌으로 들어간다. ‘계란 넣어 줄까요?’ 라고 물어볼라고 그랬나? 넣어 주면 나는 고맙지……. 난 만화에 한참을 열중했다.


 

 음! 어제 그 작가가 쓴 책이라 그런지..이 만화도 거의 문학 수준이다. 작가가 제목만 좀 짠하게 지었다면 거의 예술인 만화이다. 하지만 ‘후루룩짭짭’ 이란 이 만화에 난 푹 빠졌다. 한 권을 다 볼 때 즈음 라면이 나왔다. 30분은 걸린 것 같다.


 

 맛만 좋다면야 내가 참아 준다. 그런데 머냐 면발이 안 보인다. 젠장 태어나서 먹은 라면 중에 최악이다. 저 여자랑 살게 되는 남자는 아주 죽음이다. 하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파서 햇반을 다 넣어서 말아 먹었다. 그리고는 너무 짜증이 나서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는 라면 봉지를 가져와서 그 여자 앞에 뒷면으로 돌려놓고 왔다. 조리법대로만 만들어라 제발…. 요즘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2권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이룬 벌써 오후1시다. 3시간은 자 버린 것 같다. 아저씨는 아직도 없다. 카운터에 그 여자는 점심에 튀김을 먹었나 보다. 주둥이에 기름이 좔좔 흐른다. 쫌 닦아 내지. 여자가 칠칠맞게 시리……. 아저씨 언제 오나 한 번 물어볼까 하고 한참을 쳐다보다가 내일은 오겠지 하고 생각했다.


 

  자고 났는데 다시 배가 고프다. 저 여자의 라면은 도대체 못 먹겠으니 집에 라면 하나 사가지고 가서 참치라면 해 먹어야겠다. 계산을 하러 카운터에 갔다. 4시간 지났으니까 2400원에 라면까지 해서 3400을 줬다. 그랬더니 나를 이상한 듯이 쳐다보더니 1800원을 돌려준다. 뭐냐? 난 한참을 쳐다보다가 그냥 나왔다. 저 여자 삼촌가게 다 말아먹는다고 생각했다. 그 1800원로 가격파괴 슈퍼에 가서 라면 5개짜리 사서 집에 왔다. 취업 원서나 더 써야겠다.


 

2. 그 여자


 

 어제는 그런대로 장사가 되었다. 첫 날인데도 손님이 많은 걸 보니 내가 돈 벌 운명을 타고 났나 보다. 어제 가게 유리에다가 am: 10시 open . pm: 10시 close 라고 써서 붙이고 왔다. 하지만 둘 째 날이니 나의 사업체가 궁금해져서 서둘러 집을 나왔다.


 

 가게까지는 10분 정도 걸렸다. 내일부터는 집에서 9시50분에 나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가게를 들어 갈려는 순간 어제 그 머리 눌린 넘이 오늘은 아주 뒷머리를 딱 붙여서 나타났다. 좀 씻고 당겨라 이눔아!


 

 뭐냐! 유리에 붙여 놓았던 가게 문 열고 닫는 시간이 없다. 저 눔이 떼어서 버렸나보다. 저 넘 완전 백수라 9시에는 문 열어 달라는 무언의 항의인가보다. 알았다 이눔아 내가 일찍 연다 열어! 그래도 우수고객 같아서 인사를 했다. 머냐? 저 넘 그냥 씹는다! 성질 같아서는 눌린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싶다. 하지만 내 사업체이니 참자!


 

  저 눔은 오늘은 무슨 만화를 볼까 정하고 오는 것 같다. 오자마자 이상한 제목의 만화 몇 권을 집어서는 만족한 표정으로 카운터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로 가서 앉는다. 저 눔 어제도 저기 앉아 있더니만 지정석인가 보다 백수 같은 넘들이 아무튼 자기만의 인생이 있어요! 있어!


 

 뭐냐 저 눔 내가 라면 안 한다고 써 붙이고 시간당 얼마에서 권당 얼마로 저렇게 크게 써 붙였는데 아침부터 라면 달라 한다. 난 한참을 쳐다봤다. ‘ 너 나가라’ 라는 말이 튀어 나올 뻔 했다. 겨우 참았다. 그래 써~~~글 고객이 왕이다. 내가 너 하나만은 라면을 끓여 주리오. 일 없어서 오는 것 같은데 나라도 니 인생을 챙겨줘야지 내가 아니면 너 어디 가서도 욕만 먹고 살 것 같은데 끓여 준다 끓여 줘!


 

  부엌으로 갔더니 전 주인아저씨 라면을 두 박스나 놓고 가셨다. 아 땡잡았다. 저건 계약에 없던 횡재다!! 이 눔아 너 라면 맛나게 먹어라……근데 난 라면 안 끓여 봤는데 뒷면을 돌려서 조리법대로 물을 2컵 넣고 어라? 컵이 없다. 아 저기 대접이 있다. 그래 컵이나 저거나 2컵 넣고 나름대로 정성을 다 기울려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넘 자리에다 갔다 줬다. 보는 만화제목이 “후루룩짭짭” 이다. 인간아! 인간아! 만화를 봐도 좀 나이에 어울리는걸 봐라~


 

 카운터에 와서 앉아 오늘 할 일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자꾸 넘이 눈에 거슬린다. 저 넘 라면 한 젓가락 먹더니 햇반을 다 말아 먹는다. 아무리 맛있기로서니 저건 완전히 걸신들린 넘이다. 국물까지 다 마신다. 눈물이 날라 한다. 내가 해 준 음식을 누군가가 저렇게 맛있게 먹다니 다시 라면개시라고 써 붙여야겠다. 아저씨도 저렇게 먹어주는 넘이 있기에 기분이 좋아서 라면을 팔았나보다.


 

 어? 저 넘이 부엌으로 간다. 그리고는 라면 봉지를 들고 온다. 그리고는 내 카운터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간다. 다음에도 이 라면으로 계속 해 달라는 뜻인가? 그래 나두 결심했다니까 이 눔아 라면 해줄게…


 

 음~~ 그 넘 돌아가더니 바로 3자리 차지하고는 잔다. 열이 머리끝까지 오른다. 시간당 계산에서 권당 계산으로 바꾸자마자 저런 넘이 다 있냐. 아저씨가 시간당 계산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저런 백수들이 만화방에 와서는 자는 것이 꼴 보기 싫어서 시간당으로 했나보다. 내일부터 다시 시간당으로 바꿔야겠다. 내 자리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서 3자리 차지하고 자는 저 넘을 보니 내가 이 가게를 성질 참고 오래 할 수 있을까 싶다.


 

 저 넘 뭐냐~~~내가 못산다. 발로 차서 옆에 떠다 주었던 사발에 있는 물을 차서 후루룩인지 먼지 하는 만화에 다 쏟았다. 아 스팀받어! 부시시 깨더니 저쪽으로 치운다. 내가 다 봤다…이 눔아! 그 만화 가져와서 벌써 2시간 째 말리고 있다. 개xxxxx~~ 난 2시간 째 성질난다. 난 성질나면 밥을 못 먹는다. 기분이 상해서 뭘 먹으면 체하는 습관이 있다.


 

 손님들이 하나 둘씩 온다. 이제는 거의 만화가게 자리가 다 찾다. 음 기분이 가라앉는다. 기분 전환 삼아서 명동에서 샀던 루즈를 발랐다. 거울을 보았다. 작년 유행하던 번질거리는 루즈다! 거울에 비친 내 입술에 내가 입 맞추고 싶어진다. 만족스럽다!


 

 음! 저 넘 깨어났다. 대단한 넘 3시간을 공짜로 자버리다니…… 깨자마자 날 쳐다본다. 한 5분은 쳐다보는 것 같다. 그것도 섹시한 내 입술만 쳐다본다. 혹시 내가 아까 거울을 보고 생각한 것을 저 넘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 기분이 다시 나빠질라고 한다.


 

  음 넘이 다가온다. 4시간을 때우고 만화 2권보고 1권은 다 젖어서 고생시켜 놓고는 이제 갈려나 보다. 2권 600원에 라면 1000원 1600원이다. 아 짜증나!


 

 뭐냐 3400원을 내 놓는다. 아~~ 젖은 만화 때문에 미안해서 내 놓나 보다! 됐다! 이 넘아! 다 말랐다.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한마디 할라고 하다가 1800원 돌려줬다. 또다시 날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1800원 챙겨서 나간다. 그래 니가 무슨 돈이 있겠니 그거라도 가지고 가서 점심이나 사먹어라~~이 누나가 주는거니! 그런데 너무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이뻐서 이 장사도 못하겠다! 얘야~~


 

 넘이 가고 나자 어딘지 허전하다. 나가는 넘의 눌린 뒷머리가 미워 보이지는 않는다. 가게에 몇 번 더 오면 말해 줘야겠다. 뒷머리가 많이 눌리는 스타일이니 신경 쓰라고.... 손님이 많아서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1
보석 2009.06.12 04:28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