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며

다리를 건너며

댓글 : 5 조회 : 1713 추천 : 0 비추천 : 0
다리를 건너며  

산에 덮인 하얀 눈, 차갑게 느껴지는 파란 하늘, 얼어붙은 만천성의 강을 따라 부암리에 사는 고사리 할머니와 해연네 집에 다녀 왔습니다. 엊그제 내린 눈이 영하 15도의 추위와 강풍에 부암리 는 고갯길을 얼음판으로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차에서 내려 흙을 퍼다 자동차 바퀴 밑에 뿌리고 조금 올라다 서면 또 흙을 뿌리고 이렇게 몇 번을 거듭한 뒤에 간신히 언덕을 넘었습니다. 작년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다 돌아온 적이 있어서 올 해도 다시 돌아와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퍽 다행이었습니다.  
는 차도 거의 없는 시골길을 달려 부암리 강 건너 보이는 곳까지 왔습니다. 지난 봄 얼음이 녹으면서 다리 교각 하나 부서져 나무로 엮은 다리 반 쯤 기울어져 있었는데 아직도 고치질 않았습니다.  바람이 얼음 위를 지나 다리를 흔들고 지나갑니다. 다리를 건너 니 목에 단 방울 소리를 딸랑 딸랑 대며 소들이 눈 사이에 마른 푿들을 뜯어 먹으며
지나갑니다. 차운 바람이 금새 손을 꽁꽁 얼려버립니다.
 
고갯길에서 한 시간 넘게 시간이 지체되어 약속한 점심 시간을 훨씬 넘어 할머니네 집에 도착했습니다. 사립 문 여는 소리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반갑게 웃으며 마중을 나왔습니다. 내 손을 거칠고 두툼한 손으로 잡고 "이렇게 추운 데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네다" 반겨주시는 할머니,  웃는 얼굴로 "목사 선생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 방을 들어주시며 빨리 방안으로 들어오라며 문을 열어주시는 할아버지. 마치 고향집에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 따뜻한 아랫목을 내 주시며 마솥에서 뜨거운 숭늉을 떠 주십니다. 상에는 단 호박 찐 것, 찰옥수수를 갈아 만든 부침이, 들깨 루, 김치, 그리고 누룽밥이 소박하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산골이라 장에 나 찬 거리도 못사왔다"며 그래도 순수한 녹색식품이니까 많이 먹으라고 자꾸만 빈 그릇에 누룽밥을 떠 주셨습니다.
 
조선에 남아 있는 자녀들 소식을 물어보니 딸이 몇 달 전 강을 넘어와 한국으로 갔다며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들네 걱정에 금새 눈시울을 적시며 "언제나 통일이 되려는지 ? 빨리 통일이 되야 북조선 사람들도 사람답게 살아보겠는데..."  라며 말끝을 맺지 못했습니다.  지고 간 선물과 성도들이 후원해 준 생활비를 전해드리고 함께 족들을 위해서,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 기도하고 다른 마을에 있는 천사들을 만나러 집을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리를 건너며 바람에도 흔들리는 다리도 강 건너 서로 오고갈 수 있는데 남북을 잇는 다리도 하루 빨리 이어져서 오랫동안 헤어졌던 족들이 다시 만나고 북한에도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했습니다. 언제 북한으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서 복음을 전하고 주님의 사랑을 동포들에게 마음껏 나눌 수 있을까?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찬 바람에 눈 날리는 길을 걷습니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5
땡칠이 2015.04.15 21:15  
잘 읽었읍니다! ㅋ ㅋ
형철이 2015.04.23 23:26  
잘 봣어요.
남남북녀1 2015.07.23 00:21  
좋은글잘보고갑니다
남남북녀1 2015.07.31 00:06  
      고향떠나  떠돌면서 어느덧 10여년                                                 꿈많은 청춘도 말없이 흘러고                                                  사랑하는 나의 님만  정처없이 기다리네                                                 
ayh204 2015.11.20 19:14  
내용이 애잔하네요
제목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