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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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3 04:09
문 둥 이
-미당 서정주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시인부락>창간호, 1936년 11월
미당 서정주 시인의 짧은 시 한편 올려봅니다. 자작글이 아니니 <자작글> 게시판에 올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아직 포인트 부족으로 <좋은글>에는 올리지 못해서이니 운영진께 양해구합니다.
이 시는 미당이 22살때 창작했다고 합니다.
천대받는 문둥이, 대낮엔 모두가 기피하는 천형을 안고 살아가지요. 그런 문둥이의 심정에 병을 고치는 약일지 아닐지도 모르나 소문에 듣고 애기 하나 딸랑 먹고 병이 낫기를 바래보지만, 인간이 인간을 먹어가면서까지 살아보겠다는 설움이 복받쳐 와 문둥이는 밤새 울었는지 모릅니다.
한국으로 오기까지 두만강 국경을 비롯해 중국변방 국경, 태국, 미얀마, 몽골.. 그리고 다시 비행기로 넘는 한국의 국경..
새터민들께서는 누구에게 보일새라 밤으로 밤으로 들로 산으로 그 국경들을 넘으셨겠지요. 한국가면 살겠거니 고향을 뒤로하고 가족과 원든 원하지않았든 헤어져가면서 설움과 희망 섞인 그 길을 한발자국 한발자국 디뎌 오셨습니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국경을 넘어 마주친 보이지않는 많은 국경들..
탈북민이라는 국경고개가 또 많이 가파르죠.
해와 하늘빛 만큼이나
북에서는 보지못했던 화려한 남쪽세상.
시끄럽고 번답함 속에 하루 온종일이 어찌갔는지
그러다 달 뜨면 고향생각에 가족생각에 찾아오는 설움..
피맺힌 한. 피맺힌 눈물.
문득, 미당 서정주님의 시가 오늘밤 그렇게 떠오르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