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신
아버지께서 어렵게 사다주신 검정 고무신..
길을 걸어갈때 돌부리에 채여 뚤어질까 조심조심
개울을 건널때 벗겨져 떠내려 가진 않을까 조심조심
장마철에 물살이 쎈 개울을 건너다 고무신이 벗겨져 떠내려가
혼날까 울고 아까워 울고 맨발로 맨땅을 갈 생각에 울고...
놀이중 고무신 놀이도 제법 재미있었다
고운 흙을 모아놓고 동무들과 편을 나누어 놀던 기억들..
검정 고무신을 앞코는 안으로 밀어넣고 뒷굽은 바깥쪽으로 뒤집어 놓고..
흙을 퍼나르기도 하고 흙무덤을 무너 트리기도 하고..
지루해질 즈음 개울가로 몰려가 고무신을 배삼아 돌맹이도 올려놓고 풀을 말아 사람도 태우고
볕섬도 태우고.. 풍랑을 만나 뒤집어 지기도 하고...
그러다 부모님한테 들키면 고무신 망가진다고 혼나기도 했지..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고 재밋지도 않다..
그때는 마땅한 놀이가 없어 재잘대며 수다떠는 재미에 묻혀 재미 있었던것 같다
맨땅을 검정 고무신 하나만 매일 신고 다니니 구멍도 자주나고
학교 갈때 올때 서로의 신발보면 구멍에 때가 꼬질꼬질한 엄지 발가락이 튀어나온 아이..
앞굽이 달아서 발바닥이 나온 아이..
뒷굽이 달아서 뒷굼치가 나온 아이..
새신발 신어서 뒷굼치에 피가나 절룩거리는 아이..
서로 처다보며 배꼽을 쥐던 기억들..
그때는 몰랐지.. 놀이가 놀이가 아닌것을..
들꽃이,,진달래가,,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길을 오가던 기억들..
놀이가 얼마나 소중하고 간직하고 싶은 것들인가를...
코흘리개 동무들..
지금은 다들 어디서 무엇하며 사는지..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