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편은 유리창너머에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은 그 곳에 있었다.
25키로나 빠진 몸은 핼쓱해보였지만
눈빛만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트림하며 소화가 잘 안된다하던 남편이
어느날 하늘이 무너지는 선고를 받았다...
낚시하고 돌아오던 모습이 눈 앞에 훤한데
그가 지금 저 유리창너머 수술실에 있다...
사랑하는 남편은 그 곳에 있었다..
얼굴과 손과 발, 배,,온 몸엔
거미줄처럼 고무 호수와 린겔줄이 끼어져있다..
<OO이 엄마! 미안해, 우리 OO이 잘 부탁해, 꼭 잘 키우길 바래>
남편이 혼수상태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병원에서는 오늘 밤이 어려우니 친지들을 불러
마지막 얼굴이라도 보여주라 한다..
혼자 있는것을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남편을 나는 외로이 그 곳에 홀로 둘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지금 중환자실 유리창 너머에 있다..
사랑하는 남편은 그 곳에 있었다...
마치 잘 길들여진 것처럼
그들이 하는대로 자기의 몸을 맡기운 채로..
아픈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꽁꽁 묶어 대는 저 곳에 남편은 홀로 있다..
얼굴을 돌이켜 이 곳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말 잘듣는 어른이 되어 조용한 채로..
반드시 누워있다..
이 유리창은 자꾸 흐려져
남편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가 지금 입관실 유리창 너머에 있다...
사랑하는 남편은 이 땅에서의 마지막 땅인
영락 화장터에 와 있다...
남편은 지금 저 곳에서
육신의 옷을 훌훌 벗고 있다..
다시는 질병의 고통이 없고..
다시는 눈물이 없는 곳...
다시는 이별이 없는 영원한 천국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그가 지금 천국의 유리창 너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