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밭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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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딸만 셋이다. 고난의 행군은 우리집이라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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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바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실 길이 없어 자식은 매로 키우란다고 하시면서 우리에게 맨날 사랑의 매를 드셨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꼭 집 뒤뜰에 가서 창문너머로 아빠의 유무를 확인 하고서야 집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엄마라도 있는 날은 그래도 절반은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가나 아빠만 계시면 곧바로 친구집을 향하기가 일쑤였다.
하루 세끼는 커녕 한끼도 먹을가 말까 한 우리형제는 맨날 배고품에 허덕였다.
우리집은 한동두세대짜리 단층집이었는데 집 뒤에 다행이도 80평 되는 땅이 있었다.
비료도 제대로 못줘서 강냉이(옥수수)를 심으면 강냉이보다도 강냉이대를 더 맛있게(돈이 없어 사탕 한알 사먹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정말 사탕을 맞먹는 맛이였다.) 먹곤 했다.
왜, 강냉이는 수확을 하기전에 벌써 경비를 조금이라도 잘못서면 몽땅 도둑맞히기 일쑤였던 것이다.
한달을 꼬박 새서 지켜 섰어도 경비 10이 도적 1놈 못 당한다고 잠깐 살짝 졸고 일어나면 절반은 몽땅 털리운 상태다.
그러니 옥수수가 호물호물 할때 아예 파란 갓난아기옥수수를 통채로 망돌에 갈아 죽을 쑤어 먹었다.
비릿비릿한 옥수수라도 남주기보다 내입에 들어가니 맛있기만 했다.
그러나 재밋는 것은 ‘무우밭사건’이다. 옥수수를 수확하고 나면 밭에 무우씨랑 배추씨랑 뿌린다. 역시 비료대신에 테비를 준다.
어느날 무우밭을 돌아 보시던 우리 아버지 우리자매들에게 당장 모두 밖으로 나오라고 호령하신다.
워낙 아빠말이라면 겁부터 먹는 우리 자매는 찍소리도 못하고 밭에 나가 일렬종대로 섰다.
일인즉은 이렇다.
그날도 배가 너무 고파 먹을게 없나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나는 밖으로 나갔다. 내발길은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무우밭으로 향하더라.
한발두발 가느라니 무우밭에 동생들이 앉아서 무우를 뽑아 먹고있다. 집에서 맏딸인 저는 두눈을 부릅뜨고 '그러다가 아빠한테 들키면 어쩌냐'고 동생들에게 엄포부터 놓았다.
그러자 둘째동생이 저보고 한다는 말이 '언니도 배고프잖아. 언니두 여기와서 하나 먹어봐 얼마나 달고 시원한데. 무우만 먹어버리고 무우잎파리는 그 자리에 감쪽같이 묻어두면 돼' 라는 것이다.
배고픈데 신사 없다고 나도 별수 있나. 그래서 동생들이 시키는 대로 무우를 먹고는 이파리를 그 자리에 꽂아두었다. 그랬더니 무우잎파리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꽂꽂이 서서 나를 향해 방긋방긋 웃는다.
나도 이쯤하면 알아차릴수 없을거라 확신하며 맘놓고 집안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무우잎파리들이 태양이 쨍쨍 내리쪼이자 그자리에서 기절을 해버린 것이다. 그러니 아빠한테 들킬수밖에 ... 그날 아빠한테 많이 혼나긴 했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저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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