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와함께했던시간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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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산을 내려간지 벌써 두시간도 넘었다. 두시간이라 해봤자 웬만한 재밌는 영화 한편을 보는시간인데 그때 그 두시간은 스무시간도 더되는 이틀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저녁이 되니 바람도 다시 세차게 불기시작하고 낮에처럼 불이라도 피울수가없으니 또다시 영낙없이 추위에 떨어야만했다. 배고픔에 지쳐 뱃가죽은 등허리에가 달라붙고 배고파서였던지 몸은 더 떨려나기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더추워나기시작했다. 나는 산속에 홀로남아있는 그시간동안을 배고픔과 외로움 그리고 고통스러운 추위를 달래려 혼자서 중얼중얼 대며 조용히 콧노래도 불러보고 스님이라도 된 듯 경읽듯이 생각없이 주절주절거려도보고 그러다가는 산속에서 부스럭대는 소리와함께 스산하게들려오는 산짐승들 소리에 놀라 몸을 움츠리기도 했다. 북한에 있을때만해도 온갖 무서운것없이 밤길을 싸돌아 다니고 온갖 거드름을 피워대며 골목길을 누볐었는데 왠지 이상하게 그밤이 무서워나기 시작했다. 깊은산속에 혼자남아있으니 나도모르게 이상한생각만 자꾸들었고 도무지 그 외로움과 무서움을 쉽게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나는 주위를 살펴 주먹만한 큰돌을 몇 개 옆에가져다놓고는 툭툭 건드리며 자체위안을 해가며 애써마음을 달래며 마을쪽만 주시했다. 어둠이 짙어갈수록 마을에 불빛은 더환하게 보였다. 저마을속에 몇시간전에 형이 내려갔는데 혹시나 무슨일이생겼는지 도무지 알수없으니 답답한 마음은 점점 불안해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아무일없을거라는 생각을 굳히며 이제나 저제나 눈이빠지게 마을쪽을 내려다보며 형이 오기만을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는데 멀리서부터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터벅터벅 들려오는 발자국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면서 내쪽을 향해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깊은밤에 산속에 형이 아니면 올사람이 없을거라 생각되지만 혹시라도 아닐까봐 앉아있던자리에서 살그머니 일어나 나는 배낭속에 백구를 끌어안고 얼마 멀지않는 숲속에 몸을 숨겼다. 숨을죽이고 한참을 숲사이로 내다보는데 영낙없이 내가 좀전까지 앉아있던 곳에서 발자국소리가 멈추더니 한동안 아무소리도 내지않고 있다. 분명히 사람모습인데 어두운탓에 형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워 나역시 숨을죽이고 주시해보고있는데 나지막한 소리로 내이름을 부르는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이다! 이렇게 기쁘고 반가울수가 ㅎㅎㅎ몇발자국 안되는 거리에 있는 형을 보니 몇 년만에 만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제서야 “형! 나,여기있소!” 하며 내정체를 알리며 풀숲에서 요란스레 뛰쳐나왔다. 형도 갑자기 풀숲에서 뛰어나오는 내모습에 어지간히 놀라고 당황했는지 뒷걸음질 치더니 나를 알아보고는 ㅋㅋㅋ웃으면서 왜? 거기에 숨어있었냐고 의아해하며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혹시라도 형이 아닐까봐”......하고는 더말을 잇지못하고 풀숲에 숨어있던 나자신이 부끄러워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리는데 그런나에게 “오래기달렸지?” 하고 첨으로 상냥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평소 무뚝뚝하던 형이라서 말을 들어보면 별로 살갑지가 않았었는데 그때만큼은 눈물날정도로 정답게 들려왔다. 형은 내손에 봉투에담긴뭔가를 건네며 배고플건데 빨리 밥부터 먹으라며 먼저 자리에 앉으며 담배를 붙여물었다. 손에 들려진 비닐봉투를 나는 부랴부랴 풀어헤치고 보니 금방지은 것 같은 하얀 쌀밥에 김치 그리고 물한병이 들어있었다. 나는 밥을 먹기도 전에 후!~~~하는 한숨같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것도 잠시 나는 부랴부랴 병마개를 돌려서 물부터 정신없이 마셔대고는 나무젖가락을 찾아들고 밥을 떠넣어 입에넣었다. 그리고는 김치까지 곁들여 와작와작 씹으니 정말 그때 그기분같으면 하늘을 날아오를것만 같고 혀바닥이 넘어갈정도로 말로 다표현못하게 달고 맛있었다.그렇게 허겁지겁 정신없이 몇술을 더떠먹고 나서야 형생각이나서 형도 같이먹자고 그제야 뒤늦게 이야기했다. 그런나를 담배를 피워가며 곁에서 넌지시 바라만 보던 형은 자기는 마을에 내려가서 먹고왔으니 너나 먹으라며 급하게 먹으면 체할수도 있으니 천천히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밥이 코로들어가는지 입안으로 들어가는지 분간할새없이 나는 정신없이 먹어가며 머리만 끄덕였다. 돌도 씹어먹고 소화시킬만큼 한참 먹을 나이였던 나는 몇끼를 굶다가 밥을 먹으니 살것만 같고 고생 끝에 낙이온다는 말에 실린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끼는 듯 했다. 그렇게 한참동안을 밥을 먹고나서야 마을에 내려갔던 형이 일이 어떻게 됬는지 궁금해 나기 시작해 형에게 내려갔던일은 어떻게 됬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대답도 채듣기전에 빨리 내려가서 개를 주면 안되냐고 이야기했다. 급하게 물어보는 내말에 형은 일단밥부터 먹으라며 그리고는 여기서 조금더 기다리다가 산을 내려가자고 했다. 그동안에 나는 벌써 그밥을 다먹어치우고 입을 다시기 시작했다. 병에 남아있는 물로 입안을 휑구듯이 꿀꺽꿀꺽 삼키고 나니 그제야 나만의 저녁만찬이 끝이났다. 정말 이런순간이 올것같지않더니 맛있는 밥을 배부르게 먹고 나니 그제야 부른배를 쓱쓱 쓸어만지게되고 뒤늦게 크게 숨을 내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밥도 배부르게먹고 이제얼마 안있으면 이고통에서 벗어나 집에 돌아갈수 있겠구나 하는 기쁜마음에 또 형과함께라면 두려울게 없다는 안도감에 흥이나서 어깨를 들썩이고 얼굴에 웃음을 지어본다. 두만강을 건넌후 지금까지 했던 고생이 좀있으면 끝이난다고 생각하니 여간만 기쁘지않을수가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는 배가부르니 살것같았고 그때나는 이런생각을 해봤다. 사람이 먹을려고 사는지? 아니면 살려고 먹는지를?.......그때같아서는 살려고 먹는게 정답처럼 느껴졌다.
어느대답이 옳고 아니라고 할수있겠냐만은 그때나는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글을 읽어보는 여러분들이 생각은 어떨련지 몰라도 ㅋㅋㅋ 한참이나 즐거운상상들을 해가던 나는 또다시 형에게 질문세레를 안겼다. 일단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다시 물어보니 형이 다시 이야기 하기시작한다. 몇시간만 좀더 기다리다가 마을에 내려가 개를 넘겨주고 돈만 받고 그담에 북한에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드디여 집에 돌아 갈수있다는 생각에 나는 앉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 까지 하며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형이 어깨를 부여잡고 흔들어대며 기뻐서 어쩔줄모르다가 지금당장 산을 내려가면 안되냐고 또다시 물어본다. 형은 지금시간은 사람들이 오고갈수있는시간이라 조금더기다리자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려가도 개를 팔수가없다는 것이다. 좀전까지만 해도 개를 팔면된다고 했는데 팔수없다니? 나는 무슨말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 그 궁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사실 개를 살사람은 이마을에서 멀지않게 있는 마을에 살고있는 맏아바이랑 친분이있는 잘아는 동생이라며 그사람이 밤10시쯤 맏아바이집에 온다고 했으니깐 그전에만 내려가면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나는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됬고 어찌됬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몰아셨다. 이제는 모든게 일이 잘풀려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된다고 생각하니 그제야 새벽에 맏아바이네 집에 들이닥친 사람들은 누구였으며 맏아바이네는 괜찮냐고 걱정스레 물어봤다. 우리생각대로 마을에 누군가가 변방대에 신고를 했던거고 군인들이 맏아바이집에 들이닥쳤었다고 형이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면서 우리를 한참을 쫓았는데 얼마나 빨리달리고 산속에 숨어버리는지 그사람들도 감탄을 하드라며 맏아바이가 이야기를 해주드라고 하는 것이다. 궁금한게 많았던 나는 그럼 맏아바이네는 별일 없냐고 물어보니 변방대사람들이 들이닥치고 맏아바이에게 좀전에 집에 들여놓았던 사람들이 누구였냐고 묻는말에 자기는 죽어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북한 사람들인것같은데 무작정 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었다가 다행이도 당신네들이 들이닥치는바람에 도망을 친거라고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사람인것도 사실이고 쫓겨 도망친것도 사실인데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이였다고 딱잡아 이야기 한덕분에 맏아바이네는 큰경을 치르지 않게됬다고 하니 그제야 다행이다 싶었다. 우리 때문에 늙은 사람들이 졸지에 엄청난 액수의 많은돈을 벌금을 낼뻔했는데 그래도 완강히 모른다고 했기에 그상황을 모면할수있었다는 이야기를 마저듣고나니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이런저런이야기들을 다듣고나니 그제야 마을에서 있었던 궁금증은 눈녹듯 사라지고 든든한 형과 함께있으니 긴장감마저 사라져버렸다. 그러면서 형에 대해서 더자세히 알고싶어지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탈북속에 형과나는 옛날보다 더가까워졌고 형에대해서 뭔가라도 더알고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마을에 다시 내려가기전까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시간을 빨리 흘려보내기 위해 형에게 다가앉으며 형의 어릴적 꿈은 뭐였으며? 앞으로 어떤꿈과 희망을 갖고 사는지를 물어봤다. 평소 말수가 적고 무뚝뚝 했던 형은 별걸다 물어본다고 이야기 안할것처럼 하더니 픽~웃고나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젠 어려서 꿈같은건 다필요없고 지금현재에 충실하고 살고싶다며 앞으로 꿈이라고 한다면 그냥 돈만 많이 벌어서 형수랑 딸내미랑 행복하게 사는게 그게바로 꿈이라면 꿈일거라는 대답을 늘여놓는다. 형의 대답을 듣고보니 일리있는 말이였다. 형은 어려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자기와 똑같은 처지에 형수랑 이미 젊은나이에 일찍 가정을 이루고 이쁜 딸을 두고있는 한집안에 가장이였으니 형수에게는 가정을 지키는 누구보다 든든한 남편이되고,눈에넣어도 아프지않을 딸내미에게는 남부럽지않은 아빠가 되는 것만큼 가정의 행복을 위해 사는게 당연지사처럼 느껴지고 또 어찌보면 사람이 살면서 그거만큼 중요한일이 없이 느껴만 진다. 그러니 형이 죽을 각오까지 해가며 모든 고생을 다해 두만강을 넘는것이고 오늘같은 고통을 묵묵히 감수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무뚝뚝한 형이 네꿈은 무엇이냐며 느닷없이 물어를 보는 것이다. 나는 갑자기하는 질문에 글세.....하고는 천천히 말문을 열고는 어렸을 때 꿈은 정말 많았었다며 말을하기 시작했다. 나라의 법을 다스리는 유능하고도 공정한 법관이 되기도 싶었고 하늘을 나는 비행사가 되기도 싶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부터는 가수가 되는게 꿈이였는데 이제는 목소리가 예전같지않으니 가수하기는 글렀고.....하며씩~~~웃어본다. 뒷말이 있을거라는 느낌이 들었는지 “그럼지금은?”하고 형이 또 내게 물어본다. 나는 맑은 밤하늘에 별을 올려다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입술을 떠어내며 조용히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형! 난말이요...이게..꿈인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난 북한에서 살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드오.....앞으로 내운명의 어찌될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난 온갖 부와명예를 누리며 자유스럽게살고 싶은게 내 꿈인 것 같소.”하고는 무릎까지 쳐가며 내말을 들어주는 형에게 신이나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 참... 형! 영화 ”민족과 운명” 차홍기편봤지?(북한에서만들어진 인기있는 영화다) 거기서 주인공인 차홍기와 신달래가 오픈카를 타고 푸른초원위를 달리면서 아목동 노래를 부르는 장면있잖소? 히야!!!^^...얼마나 부럽소?내가 꼭 앞으로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되고싶다니깐!!!!!....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통이 뒤따른후에야 그런날이 오겠는지 알수는 없지만 나도 검은머리가 백발이 되기전에는 꼭 그런세상에서 인간으로서 자유를 평생누리면서 돈을 팍팍 원없이 쓰면서 살고싶소! 하하하~~~하하하!” 하며 꼭 그렇게 되는게 내꿈이라고 넉두리를 쳤다. 그리고는 내가한말에 내가 우스워 또다시 ㅋㅋㅋ하며 중국땅에서 처음으로한바탕 소리내어 웃었다. 그때는 내가 허황된 꿈을 꾸는 공상가로만 남았었지만 마치 그때 벌써 내가 대한민국에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자유인이되서 살 것을 알고라도 있은 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세상에는 대한민국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고 살때였고 썩 나중에야 비로서 우리가 알고있는 남조선이 곧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알게되였던 것이다. 그런꿈이 있었기에 나는 그날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에는 대한민국에 올결심을 하고 온갖고생 끝에 마침내는 대한민국품에 안길수있었고 지금처럼 국민의 한사람으로 온갖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살수가 있다고 생각 한다. 그런 꿈이야기들과 앞으로 형과내가 친형제간처럼 더 돈독히 지내면서 잘살아보자는 말들을 하고나니 언제시간이 흘렀는지 벌써시간이 밤10시를 가까이 하고 있었다.그제서야 우리는 이젠 마을에 내려가 보자는 소리와함께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를 박차고일어나서 백구를 둘러메고 산을내려 어슬렁 어슬렁 마을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담에계속”
댓글목록7
구두님의 댓글
불빛님의 댓글
담호 기대 됩니다..
우리은하님의 댓글
중국에서는 3~4배 더 값을 쳐주나요? 이해가 안되요..
물론 님의 글은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내가왕님의 댓글의 댓글
인건님의 댓글
능금님의 댓글
글을 실감나게 잘 쓰셔서 재밋게 읽었습니다 다음호 기다려 집니다 ..
빅sm님의 댓글
많은 고생끝에 락이라...이제부터 많은 복 받고 잘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