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와함께했던시간들(11) > 북한에서 있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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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있은일

백구와함께했던시간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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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36개줄행랑을 놓으며 허둥지둥 뒤도 안돌아보고 머리를 쳐들고 오직 앞만보고 뛰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잡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뒷문을 열고 나와 어둠속을 뚫고 어릴 때 엄마젖먹던 힘까지 다해가며 달리고 또달리다보니 갑자기 울타리라는 장애물이 우리앞을 가로막았다. 별로 높지는 않았지만 순간멈칫했다가 무슨정신에 넘었는지모르겠다.백구가들어있는 배낭을 짊어진채 넘었으니 얼마나 아등바등 했겠는가? 그래도 나는 신기할만큼 어려움을 느끼지못할정도로 울타리를 넘어서 오직 앞만보고 달렸다. 숨이 콱콱 막혀오지만 잡혀서는 안된다는 오직 그한가지 생각만 하고 달려서인지 조금더뛰어서야 우리는 산기슭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슬슬 나에게 한계가 느껴진다. 더는 맥없어 뛰질못하겠는데 아직도 귓가에는 알아듣지 못할 중국말소리가 왁작지걸 들려오고 금시라도 누군가가 와서 내 뒷덜미를 억세게 틀어잡고 잡았다고 쾌제를 부르는 것 같이 느껴졌다. 뛰다가 돌부리에 채워 넘어지고 그러면서도 일어나 뛰고 또뛰고 그렇게 산기슭에 매달려 한참을 달렸으니 힘들지 않을수가 없었다. 나는 더는 뛸수가없어 푹하니 쓰러졌다. 그때까지도 앞서서 길을 내면서 뛰던 형이 내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내곁으로 와서는 내등에 짊어진 배낭을 가로채 휙~하고 바람소리가 들릴정도로 돌려서 멘다. 얼마나 정신없이 뛰었던지 그때에야 비로서 그 무거운 배낭을 줄곧 내가 메고 뛰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고 그로인해 내가 많이 지쳐있다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그렇게 땅바닥에 주저앉아 헉~헉! 대며 가쁜숨을 몰아쉬며 숨을 고르는데 형이 내손을 잡아끌며 빨리 일어서라고 하더니 나를 부축이듯 일으켜 세우며 조금만 더가서 몸을 숨기자고 한다. 마치나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감동깊은 장면 같았다. 아니 연출된 상황이 아닌 실제상황이니 쫓고 쫓기는 그때를 영화로 찍었다면 그 생동감은 이루말할수 없는 명장면이 됬을 것이다. 나는 형손에 끌려가듯이 겨우겨우 일어나 또한번 힘을 내여 뛰어본다. 나는 살면서 그때처럼 숨가쁘게 힘들정도로 죽어라 뛰어본적이 없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목은 금시라도 타들어가는 것 같고......그렇게 달리고 넘어졌다가는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죽을힘을 다해 산정상을 향해 달리고 달려서야 그리고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지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마침내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안전한 곳이라 생각되는 곳에서 형과 나는 선자리에서 맥없이 풀썩 주저앉았다. 아니 아에 그 자리에 한동안 드러누워 있었다. 눈뜰맥조차없이 한동안을 두눈감고 그 자리에서 가쁘게 숨만몰아쉴뿐 일어나질 못했다. 젊어서 고생 금주고도 못산다했던가? 그런 고생스런 날들이 있었기에 한국에 와서 자유를 느끼며 살고있는거라고 그때를 회상하며 내마음을 달래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두눈감고 드러누워 한참을 숨을 고른 후에야 눈을 떠보니 새벽을 알리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제야 겨우 몸에 힘을주고 가까스로 일어나 앉았다. 바로 옆에는 아직도 형이 쓰러져 가쁜숨을 몰아쉰다. 맥없이 쓰러져있는 형이 곁에 있음을 확인한후에야 머리를 돌려 나의 몸상태를 여기저기 살펴봤다. 다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져 젖은 바지가랭이를 겨우겨우 걷어올려보니 언제 어디에 부딪쳐 찢어졌는지 피가줄줄 흘러내렸다. 그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왠지 더아프게만 느껴지고ㅠㅠ후~후~ 입김을 불며 아픔을 달래보았으나 쉽사리 고통이 가시질 않았다. 나는 상의 안쪽에 천을 와락찢어 상처를 닦아내고 통증을 달래보다가 다시 말없이 쓰러졌다. 죽어라 뛰고 넘어지고 엎어지면 엎어지는대로 뒹굴면 뒹구는대로 등에업혀 생사고락을 함께한 백구가 그제야 생각나 손더듬으로 배낭을 찾으니 백구의 가쁜 숨소리가 들려온다. 당장이라도 죽을것처럼 씩씩대며 숨을 몰아쉬는 백구가 걱정되 가까스로 일어나 배낭끈을 잡아당겨 아구리를 열고 그안에 또한번 묶은 자루를 조심스레 풀었다. 그제서야 백구의 머리가 보이고 혀바닥을 길게 축 늘어뜨리고 가쁜숨을 몰아쉬는 백구를 볼수 있었다. 말못하는 짐승이라지만 정말 안쓰러워 보였다. 두 번이나 두만강을 건너 물에빠지고 사람등에 업혀 달리는속에서 넘어지고 말로 다하지못할 고통을 겪으려니 참으로 죽을 맛이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백구는 배속에 새끼까지 배고있었으니 그고통은 이루말할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모든 고통이 백구를 위한것이라고 위안을 해준다. 개에게 나라가 있는것도 아니고 하니 잘사는 나라 중국에 어느집 개가 되어 잘먹으면서 집잘지키고 새끼낳아 잘살수 있을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게다 널위한 고생이니 조금만 더참으라며 막연한 위안을 백구에게 해준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백구가 도망칠지몰라 자루에 끈만 풀어주고 다시 배낭아구리를 끈쫄라 매서 옆에 놓는데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형이 괜찮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단답형으로 “응! 난괜찮소 형은?” 하고 물으니 자기도 괜찮단다. 형과 나는 그제서야 한참을 서로 멍하니 쳐다만 보다가 ㅎㅎㅎ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조금 있으니 참을 수 없을 만큼 갈증이 느껴졌다. 나는 너무 갈증이나 견딜 수 없어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겨우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 음침한 곳에 수북이 쌓여있는 어지러운 눈을 몇 번을 손바닥으로 걷어내고 그안에 좀 하얗게 보이는 눈을 집어 입에 넣었다. 빠드득!빠드득! 눈을 씹어 한참을 입에넣어 삼키고 나니 그제서야 갈증은 좀 멎은 것 같은데 입안에서 나는 비린내같은 것은 좀처럼 떨쳐 버릴수가 없었다.


 


 


 

그렇게 좀 시간이 흘러 마을 쪽을 내려다 보니 시끌벅절하던 마을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 고요만 흐른다. 조금전까지만해도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 금새평온을 찾은 마을을 내려다 보는 내머리속에는 착잡한 생각만 들었다. 내나라 땅이 아닌 남의나라땅 중국땅에 몰래온 죄밖에 없는데 이렇게 짐승처럼 쫓기고 산속을 헤매고 몸은 성한데 없이 다쳐있는 내꼴을 보니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소히 북한이 잘살때는 쳐다도 안본 땅이였는데 ......지금 그 땅에 거지에 산거지 모양을 하고 어느 산속인지도 모르고 움츠려 쓰러져있는 내모습이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한동안을 나만의 슬픔에 잠겨 헤어나오질 못하는데 형이 가까이 오라고 한다. 말할 맥조차 없어 조용히 다가가 앉으니 아까 맏아바이가 집에서 건네준 비닐봉지를 형이 열어서 나에게 뭔가를 건넨다. 그러고보니 형도 참 대단하다. 그바쁜속에서도 그걸 버리지않고 지금까지 건사했다는게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가며 주는 것을 받아들고보니 쪼그맣게 비닐로 포장된 술이였다. 형은 술이담긴 자그마한 봉지를 입에가져다 대고는 이빨로 찢어서 숨도 안쉬고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들이킨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는 형이라서인지 갈증을 술로 달래는 듯 싶었다. 어찌됬건 술은 물이 아닌가? 나도 형따라 손에 들려진 봉투를 찢고 술을 한모금 먹었는데 나는 도저히 못 먹겠다. 술을 마실줄 모르는 나에겐 무리였고 얼마나 도수가 센지 당장에 숨이 막혀올 것 같아 오히려 독약을 먹는 듯 했다. 그때 만큼은 어찌보면 술을 잘마시는 형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다.형은 절반쯤을 마시고 나서야 손으로 안주를 짚는다. 그리고는 또다시 입에 가져다 대고 마셔대니 두 번에 나눠 그술을 다먹어 버리는 것이다. 옆에서 신기할만큼 형을 지켜보며 술은못먹는다치고 안주에 손을 가져다 대고 부지런히 집어먹기 시작했다. 춥고 배고프고 하니 그거라도 먹으니 좀살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내손에 들려있던 술을 다시 형에게 건네며 마시라고 했다. 형은 왜안마시냐며 춥고 배고프고 갈증만 나는데 그거라도 마시고 취하다 보면 아픔도 덜할거고 지금 이상황이 조금은 낳을거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술만큼은 먹을수가 없어 그냥 형손에 들려주니 한통을 다비우고 있던 형은 그것마저 군소리없이 받아들고는 또다시 마시고 또 마셔댔다. 나는 그런형을 말리고 싶지 않았다. 술잘마시는 형이라도 술에 힘을 빌려서라도 이고통을 잊길 바랬다. 그렇게 깊은산속에서 술과 안주를 먹고나서 다시 평평한곳을 찾아 우리 두사람은 쪼그리고 누웠다. 그렇게 몰려오는 육체의 피곤함에 묻혀 두눈감고 잠을 청했고 밝아오는 아침을 맞았다.


 


 


 

조금 잔것같은데 너무너무 춥다. 내몸은 진동맛사지 의자에 걸터앉은 것 마냥 수없이 떨고 있었다. 그러나 눈을 뜨기는 싫었다. 피곤은 한데 춥기만 하니 빨리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며 웅크리고 추위를 떨쳐내보고 있었다. 그때 산숲속 어딘가에서 아침을 맞아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새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좀있어 눈이 새그러울 정도로 해빛이 나를 향해 비쳐주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눈을 비시시 떠보는데 해빛에 눈을 제대로 뜰수가 없다. 한동안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다가 그러면서도 일어는 나지못하고 햇빛이 내몸을 골고루 비춰 따뜻하게 해주기만을 바라며 몸을 더 움츠려보았다. 그러기를 여러번 반복하다가 도저히 잠들 수 없어 일어나 보니 형은 술기운인지 몰라도 씩씩 대며 잠을 자는 것이다. 냉기가 올라오는 춥고 어지러운 땅바닥이 자기집 안방인것마냥 코까지 골아가며 잠을자고있는형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노라니 나는 그저 부럽기만 했다.신기할만큼 걱정근심 없는 사람처럼 잠을자고있는 형을 한참이나 보다가 나는 눈길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 본다. 유난히 맑은 하늘은 구름한점없이 개여있었고 하염없이 높고 푸르른 하늘을 나는 오래도록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렇게 하늘만 바라보다 눈길을 돌려 간밤에 그렇게도 시끌벅절했던 마을쪽을 내려다보니 얼른얼른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니 마을은 한폭에 그림같이 보였다. 마을둘레에는 크고작은 여러가지 과일나무들이 있고 그속에 빨간색기와를 올린 집도있고 파란색 기와를 올린 집도 보이고 집집마다 굴뚝에서 하얀연기가 피여오르는 것을 두눈으로 바라보니 참으로 아름다워보였다. 마을과이어진 포장이 되지않은 큰길에는 먼지를 일구며 수없이 지나다니는 버스들과 여러 종류의 자동차들과 오토바이들이 어디론가 달려가고 학생처럼 보이는 애들이 학교를가는모양인지 도로가로 몰려가는것도 보이고 어느집 앞마당인지는 몰라도 여인네들이 모여서서는 수다떠는 것 같은 모습도 눈에보였다. 내눈에 보여지는 그 모든 것들이 이마을에서는 평상시와 다를바없는 평범한 하루일상이 였겠지만 나는 넋놓고 그저 부럽게만 바라봤다. 그때첨으로 나도 중국땅에서 태어났더라면 이런고생도 안하고 그저 편안히 잘살것만같은 바보같은 생각도 그순간에 해보게됬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다시태어난다해도 나는 북한땅에서 태어났을거고 20년세월을 되돌릴수도없는데 나는 그저 헛된상상일지라도 중국땅에서 태어났어야 한다는 말도안되는 생각을 떨쳐버릴수가없었다. 한마디로 주체의 나라 조선에서 태어난 긍지와 자부심을 간직하며 살라는 교육만을 받고살았던 내가 북한사람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저주할만큼 증오스러웠다. 높은 빌딩이 보이고 화려한 불빛이 유혹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낭만적인 도시의모습에 반한것도 아니고 그냥 북한땅이아닌 중국땅에 아담한 농촌마을을 보면서 그속에 살고있는 맏아바이나 맏아매같은 사람들이 북한사람이 아닌 중국사람으로 잘사는 모습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언어와 풍습을갖고 조선족이면서도 중국땅에 살고있다는 것이 부럽기만하고 그땅에서 태어나지 못했기에 이런고생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슬퍼나기까지 했다. 하룻밤 고생속에 느껴졌던 육체적 고통은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져 나를 더 힘들게 했다.


 


 


 

한참을 그렇게 헛된상상과 망상에 사로잡혀 나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바로옆에서 자고있던 형이 음!~~~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길게 기지개를 한번 켜더니 벌떠덕 일어나 앉는다. 형도 어지간히 추웠던 모양이다. 일어나서는 여러번 몸을 흔들어대며 “어추워! 어추워!” 소리를 연속 내뱉더니 벌써전에 일어나 조용히 앉아있는 나를 보더니 퉁명스레 안잤냐고?말을 건넸다. 그소리에 나는 도저히 추워서 잠은커녕 일어나 앉아서도 힘들어죽겠다고 이야기하니 “그러게말이다!어지간히 추워야말이지!” 하고는 머리를 돌려 땅을 향해 푹 떨어 뜨리고는 형도 뭔가를 한참을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면 잠을 덜깬걸까? 그런형곁에 나는 담배한대 붙여물며 아무말없는 형에게 바싹 붙어앉아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들었는지 말았는지 형은 대답이 없이 머리만 푹 떨어뜨리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또한번 물어보니 그제서야 좀생각해보자는 짧은 대답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숲쪽으로 아무말없이 걸어가더니 모습을 감춰버렸다.산속깊은곳에 아무도 볼사람이 없는데 굳이 숲에가려 안보일때까지 가서 볼일을 보는지 한참이 지나도 오지않았다. 사라진 형이 뒷모습을 보고는 또다시 나는 한쪽팔에 머리를 비스듬히 고이고 오만가지 생각에 잠겨있는데 한참있으니 발자국소리가 난다. 나는 그냥 눈감고 생각에 잠겨있는데 형이 추운데 불이라도 피우자며 나뭇가지들을 내려놓는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도저히 추워서 못살겠다며 혼자소리로 끙끙 대더니 어느새 나뭇가지들을 얼기설기 고여놓기시작했다. 나는 이산속에서 불을피우면 어떻게하냐고 놀란기색으로 물으니 형은 아랑곳하지않고 이젠 대낮이니 불빛이 보이지도 않을거니 조심스럽게만 피우면 된다며 마른솔잎을 한웅큼 고여놓고 라이타를 켜서는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가늘고 바싹마른 나뭇가지들은 순간에 피워올랐다. 그위에 좀 굵은 나무들을 올려놓으니 금시 불길이 커져 활활타올랐고 금새 뜨거워나기시작했다. 그제서야 내입가엔 미소가 띄웠다. 배고픈건 참을수있었으나 추운날씨에 젖은옷을 입고 잔뜩옹크리고앉아 덜덜덜 떨고있던 나는 불길을 보고 너무좋아 성큼 다가 앉았다. 바싹마른 나무여서 연기도 크게나지않고 점점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역시 형이군! 이래서 된장한술 더먹은 사람이 달라도 뭐가 다른거라며 혼자서 좋아라 했다.


 


 


 

 형이 가지고온 나무가 거의 다 타버릴때까지 한동안 불을 쬐니 젖어있던 옷이 김이 모락모락 나며 마르기 시작했다.밤새추위에 떨었던 몸이 금시 녹아나고 잔뜩찡그리고 굳어있던 얼굴은 이글거리는 불길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불을 쬐고나니 어느덧 불길이 사그러들기 시작한다. 나는 자리에서 얼른일어나 이번에는 내가 산여기저기를 싸돌아 다니며 마른나무가지들을 욕심스레 가지고왔다. 그리고는 한가치 두가치씩 올려놓으며 한참을 불을쬐다가 백구가든 배낭에 눈길을 돌렸다. 찬찬히 바라보니 백구가 숨쉴때마다 배낭이 조금씩 흔들린다. 백구도 배낭속에서 그냥 숨만쉬며 고통을 참고있는 듯 싶었다. 물끄러미 배낭에 담겨진 백구를 바라만 보던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배낭을 들어 모닥불쪽으로 옮겨놨다. “너도 추울텐데 불이라도 쬐면서 몸이라도 녹여!” 라는 말한마디와 함께.......사실 짐승들은 온몸이 털로 덥혀있으니 이쯤한 추위는 아랑곳 하지않을지 몰라도 아니 말못하는 개의 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 나는 백구가 추위를 타던 안타던 배낭을 더 끌어당겨놓고는 손으로 온도를 가늠해본다. 내가 주인이라면 배낭속에서 백구를 꺼내놓고 꼭 끌어안고 있으련만 꺼내놓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백구를 그렇게 해줄수도 없고...배낭속에 갇혀있는 백구에게 내가해줄수있는건 그게 최선인 듯 싶었다. 그렇게 낮동안을 우리는 아무것도 먹지못하고 대책없이 산속에 있어야했고 또다시 해가 기울어 저녁이 될때까지 형과나는 몇마디말도 나누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지루하게 느껴지는 하루를 보내야만했다. 그날하루는 정말 세상에서 젤 긴하루처럼 여겨졌다.해가 서산너머로 떨어지고 주변에 땅거미가 내려앉아 어슥어슥해질무렵에야 형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자기혼자서 마을에 내려가 보고오겠으니 날더러 기다리라는 것이다. “그럼이산속에 나혼자 있으라고? 것도 언제올지 모르는데 기약없이?” 나는 이런생각을 순간에 해가며 혼자있기싫으니 형과함께 가겠다고 하니 형이 나에게 떼쓰지말고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라며 자기가 마을에 내려가서 어떻게하나 개를 흥정해 팔아 돈을 받겠다고했다. 그래야 오늘은 집에 돌아갈수있다며 배도고픈데 내려가서 먹을거라도 가지고 와야잖냐고 나를 어린애 달래듯 하고는 무작정 날뿌리치고 성큼성큼 마을을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형뒤모습만 아무말도 못하고 바라보다 재빨리 뒤쫓아가 “형! 조심하고 어떡하나 빨리돌아오오!” 하고 이야기하니 알았다며 어디움직이지 말고 무슨일이 있어도 이 자리에서 떠나지말라고 한다. 내가 붙잡는다고 대책이 서는것도 아니고 함께내려가자고하니 그렇게할수도 없다는 형의말을 들으며 나는 따라나서지못하고 멀어져가는 형을 바라보며 무슨일이 생기지않기를 바래보며 버려진채 홀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형하고 헤어져 몇시간을 불안과 초조함속에 어둠이 짙은산속에 홀로남아 마을로 내려간 형이 이제나 저제나 돌아오기만을 목빠져라 기다려야만 했다.                                                    “담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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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7

불빛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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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엇습니다.
실감나는 이야기에 흠뻑 햇네요...
담호 기대됩니다...

금은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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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엇습니다  추은밤을새느라 참 고생도 많이 하셧습니다
세상에 사람기다리는 일은
 제일 못할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낮선땅에 홀로남겨진 님의 모습을 보는 것만같습니다
  담호 기대할게요

꿈나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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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담호는 언제쯤 볼수있을련지..ㅎㅎㅎ

인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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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감이 나는 참 잘 보았습니다. 다음호 마니 기대할게요..,

다운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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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밋게 잘읽었습니다.
혹시형이 개를 팔다가 붇잡혀가진 않았겠죠/
제발 좋은소식 좋은글 잘보앗습니다.

구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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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았어요.고생한보람이 있기를...

꽃의향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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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빼놓지  않고  읽는  한사람으로서  ~  모든  인생은  돌고돌듯이  님도  지금은  옛날의  덛담 쓰지만  지금처럼  앞날은  지금처럼  한국에와서    더좋은  해피엔딩  누구나  바라는  그런사람이  될꺼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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