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와함께했던시간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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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떠들썩하니 집에서 놀고간 친구들이 흔적을 없애느라 나는 바쁘게 돌았다. 좀있으면 아버지가 퇴근해 들어오실시간인데 집안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여기저기 널부러져있는 술병들도 눈에거슬리고ㅠㅠ 친구들과 놀때는 좋은데 집정리를 할때면 늘 혼자궁시렁대며 치워야하는게 조금은 짜증스러웠다. 그래도 오늘은 간만에 친구들이랑 함께해서 기분은 좋았다. 한참을 팽이돌 듯 방정리를하고 문이란 문은 다열어놓고 환기시키고 그러는새 아버지가 퇴근해집에오셨다. 집에들어서기바쁘게 옷을갈아입으시고는 얼마안되는 텃밭정리를 몇시간째를 하시고나서야 집에들어오셨다. 더렵혀진 손과발을 씻고나서 내가차린 저녁음식상을 마주하시고는 맛있게 저녁을 잡수신다. 차린거라고는 아버지가 밭정리를 하시는동안 아침에 남은 밥을 덥혀놨을뿐인데도 아버지는 쓰다달다 아무말씀없이 잡수시고 계신걸보니 왠지 가슴한켠이 짠해났다. 식사가끝나고 어설프게 설거지까지 하고나니 시간은 벌써 밤9시가 훌쩍넘어갔다. 나는 부랴부랴 옷을 챙겨입고 형과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로 가기위해 집을 나서려는데 아버지가 늦은밤 어데가냐고 물으시는 것이다. 잠깐 친구집에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리고는 아버지가 뭐라하시기전에 뒤도안돌아보고 문을 열고 도망치듯 집을 나섰다. 아버지께는 죄송했지만 날이밝기전까지는 다시집에돌아 온다는 아주 막연한 생각에 집을나섰고 나에게는 또다시 가출아닌 가출이 시작됬다. 문밖은 역시나 한치앞도 가려볼수 없을 정도로 캄캄한 밤이였다.어둠속을 걸으면서 오늘밤 쓸쓸히 전기도없는 집에서 집에들어오지않는 아들걱정에 잠못이루실 아버지를 머리에 떠올리며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길을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돈벌어오라고 등떠민적없고 군대에 나간 두형님처럼 장차 나라에 보탬이 되는 그런 아들이되기만을 바랬었는데 나는 아버지에 바램을 저버리고 정해진길이아닌 미지의 길을 본의아니게 선택했다.다시말해 두갈래의 길중에 끝이 안보이고 험한 길이 될 수 있는 길을 그때부터 걷기 시작했다.그힘든 걸음들이 내인생을 바꿔놓은 시작이되였고 나는 오늘날 한국땅에서 잘살고 있다.비록 이제는 고인이되신 아버지기에 여기한국에 모셔올수는 없지만그때는 불효자였지만 살아계신다면 아들구실 하고싶은 마음에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한참을걸어 만나기로한 집에 도착해서 대문을 잡아당기니 벌써부터 안으로 잠겨져있었다. 나는 날새게 몸을 날려 담장에 매달려 팔로 끌어당기고 발로 널판자로된 담장을 가로타고 훌쩍 뛰어 넘어서서는 출입문쪽까지 가서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을 느낀 집안에서는 누구야? 하는 소리에이어 내또래 친구가 문을 열어준다. 밖에 서있는 나를 알아보고는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을하더니 내가먼저 집안에들어선다음에야 바깥여기저기를 둘러보고는 뒤따라 들어왔다. 복도를 걸쳐 미닫이 문하나를 더 열고 집안에 들어서니 희미한 등잔불이 켜져있는 방에는 먼저와 기다리고있는 형이 인제왔냐며 기다렸다는 듯 반겨맞아주었다. 나는 형곁으로 다가가 벽을 기대고 앉았다. 그리고는 백구는 어디에 있냐고 조용히 형한테 물으니 들어오면서 복도에 배낭에 담겨져있는 것을 못봤냐고 한다. 전기가없으니 등잔불하나를 켜논집에는 복도까지 불빛이 보이기만무했다. 오늘또 다시 백구를 둘러메고 몇시간후에는 두만강을 건는다고 생각하니 그제야 조금 마음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저번처럼 백구를 놓치지말아야한다는 불안감이 들기시작했다. 나는 형한테 저번처럼 백구가 배낭을 찢고 나오면 어쩌냐고 걱정어린 말투로 물으니 이번에는 배낭속에 자루하나를 더넣어서 백구를 담았으니 잃어버릴 일은 없을거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며칠전만해도 허접한 배낭속에 그냥 백구를 담은 통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백구를 강건너에서 잃어버렸지만 오늘은 두겹으로 했으니 아무리 힘좋은 백구라도 찢고 도망가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아직 두만강을 넘자면 서너시간은 더기다려야했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등잔불을 켜고 기다릴수없기에 우리는 등잔불을 끄고 방에드러누워 초조히 기다렸다. 불을끄고 한참을 있으니 오히려 집안보다는 바깥이 더 훤해보였다. 나는 눈을뜨고 이생각 저생각에 사로잡혀 숨만 고르고 있었다. 막상 또다시 얼음물에 몸을 담궈야하고 몇시간을 밤길을 걸어야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힘에부친듯하다. 그래서 더욱 네다리를 쭉펴고 몇시간이라도 기다리는 동안에 힘을아끼려고 잠을 청했다.
언제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는데 형이 나를 깨웠다. 평소같으면 자던잠을 깨우면 그렇게 싫어하고 짜증을 냈을텐데 나는 뭔가에 홀린 듯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왔는지 저번에 그군대가 전지불을 켜들고 서있다. 분명히 국경을 지키라고 나라에서 총을 메워줬건만 그총을 어깨에 메고 우리를 도와준답시고 시간을 칼같이지켜 찾아온 것이다. 우리같은 사람들이라도 있어야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돈을 벌어 제대될 때 고향가서 살수있다는 생각에 자기가 보초서는 동안에 이런일을 하고있었다. 고향이 평양이라는데 생긴건 얄팍하게 생긴 샌님같았는데 호랑이 가죽이라고 불리던 군복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듯 했다. 특유의 평양말씨로 형과 속닥속닥 이야기 하고는 따라나서라고 한다. 군대가 먼저 앞장서고 나와 형이 배낭끈을 나눠지고 그뒤를 따랐다. 집을나서서 두만강이 흐르는 쪽을 향해 얼마간을 걷고있는데 갑자기 누구얏! 하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온다. 잠복근무를 서던 신병이 잠을이루지못하고 있다가 우리가 걷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잠복초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우리쪽으로 냅다 뛰어오더니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른다. “이런 반역자새끼들!... 야! 거기서~엇”......하면서 뛰어오는데 .....우리를 안내하던 군인이 달려오는 신병이름을 부르며 조용하지않을래? 하고 이야기하니 어안이 벙벙한 신병은 그제야 자기 분대장(병장)인줄알고 뛰어와서는 급하게 거수경레를 하는 것이다. 분대장이 전지불을 잠깐 비추니 털모자를 눌러쓴 신병모습이 보였다. 헬쓱한 얼굴엔 온통 눈만 보이고 목이가느다래가지고 큰 군외투를 걸친 신병은 보기에도 왜소해 보였다. 그런그를 분대장은 다짜고짜 윽박지른다. 이런어린놈이 오늘은 편하게 잠복초에들어가 잠이나 자랬더니 잠은 안자고 왜 소리지르냐고 욕설을 퍼부어대자 고양이 앞에 쥐처럼 신병은 대꾸한번 못하고 잘못했습니다!소리만 반복해서 한다. 참으로 웃지못할 광경이였다. 추운밤 나라의 국경을 지켜 냉기가 느껴지는 움막초소에서 잠을 못들고 소리가나는 쪽을 달려온게 무슨 죄가된다고 ㅋㅋㅋ신병때는 잘해도잘못이고 잘못하면 더더욱 잘못인듯했다. 분대장은 나무막대기처럼 차렷자세를 하고 아무대꾸없이 서있는 신병에게 뭘보고 서있냐며 빨리 잠복초에들어가서 조용히 있으라고 말떨어지기바쁘게 신병은 뒤도안돌아보고 속도로 자기가 숨어있던 잠복초소를 향해 뛰어갔다. 그런그를 뒤로하고 우리는 우리갈길이 바쁘니 다시 걸음을 다그쳐 강옆에 이르렀다. 강에다달으니 물소리만 들릴뿐 .....그리고 강너머 중국땅에 아무렇게자란 갈대숲과 나무들이 바람소리에 흐느적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분대장은 우리더러 강이 며칠새 거의 다녹았으니 물도엄청불었고 하니 개를 물에 안빠지게 잘둘러메라고 안그러면 저번처럼 요란하게 짖어댈거라고 신신당부하고는 빨리 강을 건느라고 다그쳤다. 그말이 떨어지고 약속시간을 꼭지켜 제때에 나와있으라고 분대장에게 당부하고는 형이 백구가든배낭을 번쩍들어 목위에걸터메더니 급하게 먼저 강에 발을 들여놓고는 터벅터벅 두만강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뒤따라 나도 한발두발 들어서는데 온몸으로 느껴지는 그 차가운 두만강물은 정말 반갑지가않았다. 고요한정적속에 쉬임없이 흐르는 두만강물에 뛰어든 우리가 아마도 불청객인 듯 줄줄줄 굽이굽이 흐르는 두만강물은 여지없이 차디찬 고통을 우리에게 안겨줬다.
정적이 흐르는 깊은밤...유유히 흐르는두만강물은 그순간만큼은 등골이 오싹할정도로 스산하기 그지없었다. 점점 발걸음을 재촉해 앞서가는 형을 따라서 강속으로 몸을 적시며 걷는데 그순간 별의별생각이 다들었다. 무릎, 허리를 넘어서 가슴까지 차오르는 두만강물은 금시라도 조용히 나를 삼켜버릴듯했다. 눈석이를 금방해서 얼음이 풀린 강물은 얼마나 차고찬지 흐느낄 여지조차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뭐가 옆구리를 툭치는 느낌이 들더니 순간나는 옆으로 힘없이 나가 번져졌다. 물에녹았던 담벼락같은 얼음장이 떠내로오다 나를 친 것이다. 운좋은놈은 엎어져도 떡함지에 엎어진다는 속담이 있건만 나는 불행하게도 강물에 떠내려오는 보이지않는 얼음장에 엎어진셈이다ㅠㅠ경험이없었던 나는 순간에 물속에 머리까지 꼴깍 잠겨버렸다. 눈을 뜰 수 없는 물속에서 나는 생각지도 않은 잠수를 시작했다. 얼음장이 얼마나 큰지 집채만한게 내머리위를 지나가는데 얼마나 오래도 걸리던지ㅠㅠ 모든게 내의지를 무시해버렸다. 찬물에 꼴깍잠긴것도 표현못할괴로움인데 숨을못쉬니 당장이라도 죽을것만 같았다. 나는 머리를 위로 힘껏 치켜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아직도 머리우로 얼음장이 지나간다. 순간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니 당장이라도 심장마비가 올것같았다. 정말 지옥이였다. 이상황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어떻게해야하는지???순간 고민이되는데 ,,,,,그러다가 물속에 잠긴 상태에서 개발헤엄을 치기시작했다. 숨은 막혀와 당장에기절할것같은데 그래도 팔과 다리를 앞으로 사정없이 마구 휘저어댔다. 아주짧은 시간이였겠지만 혹 나이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심장마비가 오던 산소부족이던 해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짧은 시간이였는데도 머릿속에는 온갖 별란생각이 다들었다. 개를팔아보겠다고 두만강을 건너 중국땅에 가려다가 이름석자 못남기고 인생시작인 20살나이에 강물에서 객사할것같다는 무서운생각이 그순간에 뇌리를 스쳤다. 그런 무서운 불안에 떨며 더욱필사적으로 허우적댔다.그렇게 물속에잠겨 소리도 못지르고 숨도 못쉬고 오직 팔과 다리만 움직인것같은데 그러다 더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견딜 수 없어 두발을 강바닥에 짚고 있는힘을 다해 숨이라도 쉬려고 일어서니 그제야 얼음장은 온데간데없고 숨을 들이 마실수가 있었다. 순간 휴~하는 한숨도아닌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듯했다. 아주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에 죽음을 경험하고 몸서리치는 무서움에 벌벌떨다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머리가 돌지않고서는 미치지않고서는 그상황에 웃음이 나올리가없다. 근데 나는 분명히 언제그랬냐싶이 무슨일있었냐는 듯...소리안나게 연거푸 하하하!하하하!웃고있었다. 이유는 내가 무릎팍까지 오는 물깊이까지 죽어라 헤엄을 쳤다는 것이다.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이젠살았구나 하는 생각이드는순간 물깊이는 내무릎밖에안되는 깊이였다. ㅋㅋㅋ온몸이 물에젖고 죽을힘을 다해서 마침내 무릎높이까지오는 물속까지 개발헤염을 쳤다는게 얼마나 우습고 우습던지 ㅎㅎㅎ그렇게 미친사람마냥 어깨를 들먹여가며 웃으면서 몇발자국 안떼어서 나는 마침내 두 번째로 중국땅을 밟을수 있었다. "담에계속"
댓글목록3
멋진엄마님의 댓글
젊은시절 고생하며 개무역이 어찌됐을가 너무 궁금 함다
님을 북한 개무역상으로 추천하면 어떨가요? (농담임, )
젊은 날의 혈기가 느껴지네요.
우리은하님의 댓글
물론 다음이야기에서 어떤 짐승고생이 있을지 모르지만..
잘 읽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기대합니다.
왕갈비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