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분대장

2012-10-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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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아마도 1999년 봄인듯 하다. 갑자기 중대에서 탈영자가 2명이나 생겻다. 기상하고 나니, 두명이 없어진 것이다. 중대에서는 부소대장 한명, 분대장 한명, 하사 한명으로 체포조를 꾸려서 병영밖으로 내보내게 되었다. 황해북도 신계군 신계읍에서 서북쪽으로 70리 가량 가면 신계군 대정리라고 있다.
언젠가 천리행군을 하다가 하루낮을 그쪽 인근마을의 야산에 숙영한적이 있는데...그때, 지금 탈영하였던 두명의 군인이 한 민사집을 습격하여 거의 30kg정도의 콩을 가져왓던 것이다. 소경이 막대기 짚듯 한다고...암튼 그곳을 향해서 떠낫다.
"도적은 대개 한번 성공한 곳을 다시한번 노릴 수 있다."라는 막연한 추측을 가지고 세명의 하사관들이 대정리에 도착한 것은 담날 오후쯤이었다. 그들이 갈수있다는 마을에 도착하니 한집에서 결혼식을 치루고 있었다. 금강산구경도 식후경이라고...배가 하도 고프니, 모든것이 다 귀찮았다.
할수없이 마을의 작업반장을 만나서 이러이러한 일로 오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고 결국은 그의 안내를 받아 결혼식집에 가게 되었다. 기분좋은 결혼식이라 술한잔 얼근히 취한 마을사람들과 집주인은 그들을 불쌍히 여겨 술밥 한끼 먹고들 가라고 한마디씩 하는것이다.
하도 빈속에 30%가 넘는 술을 사발로 들이키고 육반찬이요, 콩나물찬들을 들여오는대로 제끼고 나니, 너무나 취한 나머지 세명은 그자리에서 바로 꼬꾸라 지고 만것이다.
그런데 빈속에 많은 술과 기름기가 많은 찬들을 폭식하다 보니 끝내는 변을 일으켯다.
갑자기 분대장이 "꾸억" 하면서 일어나 앉는것을 눈치챈 하사가 분대장의 옆에 있던 그의 모자를 분대장의 입앞에 가져다 대었다. 반시간전에 해제꼇던 콩나물들이 고스란히 모자에 담겨졋다.
그리곤 다시 누우니, 하사도 맘놓고 누웟다. 어느덧 날도 저물어 갈 무렵...부소대장이 잠자는 그들을 깨웠다. 누워서 끙끙거리던 그들은 아직도 취한 정신에 벗겨진 자기들의 모자를 찾아 쓰고는 일어나려고 모지름을 쓰려는데...술취한 분대장이 앉아서 자꾸만 두팔로 헛손질을 하는것이다.
자기 모자에 토한 음식물이 담겨져 잇음을 깨닫지 못하고 그걸 썻으니...모자쓴 그의 앞이마를 타고 콩나물이며, 허연 음식찌끼들이 고스란히 얼굴을 덮고 있었다.
취한사람이 그것을 깨닫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될 듯 하였다. 겨우 눈을 뜨고 있는 분대장은 자기 눈앞에 먼 콩나물 같은게 막고있으니 두팔을 뻗쳐서 자꾸만 헤집으려고 애를 쓰는것이다.
그후부터 그의 별명은 제대될 때 까지 "콩나물"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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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9
참새윤이님의 댓글
천용씨님의 댓글
암양님의 댓글
딩크님의 댓글
메롱샷님의 댓글
터진 웃음 멈추질 않네요,
당당함♣님의 댓글
월털2233님의 댓글
♥들국화♥님의 댓글
서리꽃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