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할마이
작성자 비공개 ㆍ추천: 0  ㆍ조회: 669
작성일 2018-12-17 (월) 03:43
동생에게 그나마 가지고 있던 옷중 가장 입을만한 옷을 챙겨 입히고
나는 15살 생일날 아버지에게 받은 머리삔을 챙겼다.
날이 어두워져서 등잔을 켰지만 어차피 대낮에도 제대로 볼 수 없는 할마이가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셨다.
"날이 어두워졌는데 뭣 하러 또 밖에 나갈라고 하니?"
근심이 잔뜩 어린 할머니가 내 이상한 행동을 계속 주시했다.
"할마이, 내 이 앞에 무우 밭에 나가서 내일 먹을 무우 둬개 뽑아오겠슴두."
"어두버서 다친다. 나가지 말고 내일 아침에 뽑아오너라"
"아니. 금방 뽑아오겠슴두..."
나는 할머니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 집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알콜중독에 빠진 아빠, 집나간 엄마,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 할마이,
하지만 영양실조에 걸린 동생에게 1분 1초가 절박했다.
나는 동생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떠나야 해. 꼭 살려야 해."
동생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할머니를 떠났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사람이 동생이었단 말인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한 10리는 줄곧 걸었다.
할머니와의 마지막...다시는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걸 왜 몰랐을까?
어린 마음에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앉았고 나는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다.
정든 내 고향, 내 사랑하는 할머니를 두고 떠나는 내가
눈물을 흘릴 자격이나 있었던가.

   
본문 작성자
2018-12-17 03:45
죄송합니다 할머니...평생토록 죄송합니다....
김수연이 눈물나네요~~다음회를 기대합니다. 2018-12-26 00:37
   
이름아이콘 고향은북쪽
2018-12-17 18:45
눈물 나네요.
고향을 떠나고 싶어 떠난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가족을 버리고 싶어 떠난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사랑하는 가족들을 먹여살리고자 떠난 길이건만 영영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비극의 시작이 될줄이야  ㅠ
본문 작성자 공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8-12-23 23:31
   
이름아이콘 코엠리소시스
2018-12-21 11:45
사선의 먼 길을 오신만큼 더욱 열심히 생활면서
남아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만나는 날
지나온 서로의 진한 정을 나눌 수 있기를 빕니다!!
본문 작성자 공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8-12-23 23:31
   
이름아이콘 찬빈엄
2019-01-02 22:23
나에게도 우리를키워주신 외할머니가있었어요~아픈 엄마를 대신해서 우리 오남매를 키우셨죠~한해한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머니가 더 그립네요~할머니  사랑합니다
   
이름아이콘 킹스맨
2019-01-19 11:00
너무 마음아프네요....
   
♡    님의 한마디 아름다운 댓글이  작성자 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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