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할마이
작성자 비공개 ㆍ추천: 0  ㆍ조회: 3623
작성일 2018-12-17 (월) 03:43
동생에게 그나마 가지고 있던 옷중 가장 입을만한 옷을 챙겨 입히고
나는 15살 생일날 아버지에게 받은 머리삔을 챙겼다.
날이 어두워져서 등잔을 켰지만 어차피 대낮에도 제대로 볼 수 없는 할마이가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셨다.
"날이 어두워졌는데 뭣 하러 또 밖에 나갈라고 하니?"
근심이 잔뜩 어린 할머니가 내 이상한 행동을 계속 주시했다.
"할마이, 내 이 앞에 무우 밭에 나가서 내일 먹을 무우 둬개 뽑아오겠슴두."
"어두버서 다친다. 나가지 말고 내일 아침에 뽑아오너라"
"아니. 금방 뽑아오겠슴두..."
나는 할머니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 집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알콜중독에 빠진 아빠, 집나간 엄마,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 할마이,
하지만 영양실조에 걸린 동생에게 1분 1초가 절박했다.
나는 동생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떠나야 해. 꼭 살려야 해."
동생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할머니를 떠났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사람이 동생이었단 말인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한 10리는 줄곧 걸었다.
할머니와의 마지막...다시는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걸 왜 몰랐을까?
어린 마음에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앉았고 나는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다.
정든 내 고향, 내 사랑하는 할머니를 두고 떠나는 내가
눈물을 흘릴 자격이나 있었던가.

   
본문 작성자
2018-12-17 03:45
죄송합니다 할머니...평생토록 죄송합니다....
김수연이 눈물나네요~~다음회를 기대합니다. 2018-12-26 00:37
   
이름아이콘 고향은북쪽
2018-12-17 18:45
눈물 나네요.
고향을 떠나고 싶어 떠난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가족을 버리고 싶어 떠난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사랑하는 가족들을 먹여살리고자 떠난 길이건만 영영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비극의 시작이 될줄이야  ㅠ
본문 작성자 공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8-12-23 23:31
   
이름아이콘 코엠리소시스
2018-12-21 11:45
사선의 먼 길을 오신만큼 더욱 열심히 생활면서
남아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만나는 날
지나온 서로의 진한 정을 나눌 수 있기를 빕니다!!
본문 작성자 공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8-12-23 23:31
   
이름아이콘 찬빈엄
2019-01-02 22:23
나에게도 우리를키워주신 외할머니가있었어요~아픈 엄마를 대신해서 우리 오남매를 키우셨죠~한해한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머니가 더 그립네요~할머니  사랑합니다
   
이름아이콘 킹스맨
2019-01-19 11:00
너무 마음아프네요....
   
이름아이콘 고향사랑꽃
2019-02-02 06:30
눈물납니다 똑같은아품을 격어본사람으로써 더 공감되고 슬프고 아파요. 힘내세요
   
이름아이콘 느티나무숲
2019-02-07 19:45
너무 가슴이 시러옵니다. 부디 이 땅에서 행복한 나날되시기 바랍니다. 연락 가능하시다면 다소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름아이콘 루비별
2019-02-14 11:32
늦게 문구를 봣지만..너무 공감되는 글이라  맘아픕니다....우리들  사랑하는사람 떠나고 싶펏던가요..ㅠㅠ힘내시고 열시미 잘 살고 계시면  아마도  할머니도  기뻐하실거에요...
   
이름아이콘 인생청춘
2019-02-20 19:10
저도   할머니손에서    자랐는데....   이글을보니     할머니생각에   목이메이네요.
다음회를   간절히   기다렸는데    아직  ...    힘내세요.    아픈추억은   누구에게나   다있다고   생각되네요.
   
이름아이콘 새벽별1
2019-04-16 15:34
우리가 고향을 등지고 싶어서 나온사람 몇명이나되겟어요 누구나 그리운 부모형제를 그렇게 두고 떠나온지 벌써 20년이라 세월이 흘러 고향이 무척이나 그립고 날마다 보고 싶고 가고푼 고향에 부모형제 이제는 다돌아가고  안계실가 그게 마음에 늘 걱정뿐이랍니다 저도 외할머니 같이 살았고 님이 그마음 절실하게 이해가갑니다 힘내세요 어려운 그심정 어디에 다  말할수있겟어요 고향가는 그날 서로 서로 얼싸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힘내세요
   
이름아이콘 홍익인간
2019-07-15 21:46
에공...... 본문작성자님 눈물 흘리셔도 됩니다. 마음껏 우셔요... 동생분이랑은 같이 한국오신거죠....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네요... 잘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하늘나라에 계신 할머님이 웃으실테니까요.... 힘내시고 꼭 웃으면서 우리 살아가자구요.
   
이름아이콘 고향나루
2020-02-22 21:51
글내용에서 무우 둬개 뽑아오겠슴두 하는 표현은 사투리를 쓴것 같은데 맞지 않아요..뽑아오겠스꾸마  이렇게 해야 사투리가 맞는말이지요...슴두, 슴둥하는 말은 보통 묻는말에 붙이는 글자인데...혹시 나이든 분들이 남이집에 가서 계심둥, 혹은 있슴둥 하면서 말하면 안에서 들어옵쇼 라고 대답하지요...
이렇게 둥하는 사투리는 회령이북에서 쓰는 사투리이고, 또 청진이남은 또다른 사투리 그랬지비...이렇게 표현하는걸로 알고 있스꾸마...금방 뽑아오겠슴두가 아니라 뽑아오겠스꾸마...해야 맞는말이 된다
   
♡    님의 한마디 아름다운 댓글이  작성자 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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