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두만강 9 [완결]
작성자 비공개 ㆍ추천: 3  ㆍ조회: 3456
작성일 2017-07-07 (금) 20:16

직선거리 반나절이면 올 수 있는 길을 멀리 에돌아 내가 살게 될 서울의 어느 아파트 문고리를 잡기까지 1년이 걸렸다. 철새도 자유롭게 오가는 땅이지만, 아집들과 독재에 결박된 사람들은 여전히 동굴 속이다. 엄마의 편지도 2년 후에 받았다. 그리고 1년 후 알아 볼 수도 없을만큼 폴싹 늙어버린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ㅤ

이제는 대한민국 입국 10년 차이다. 종종 너는 후회하지 않을 거냐고 묻던 브로커 형의 질문이 떠오른다. 철학개론서를 읽은 후에 찾아온 불면의 밤이 애틋하다. 생물적 목숨의 유지가 최대 관심사였던 그 도강의 밤이 두렵다. 그 땅에서 지친 일상을 겨우겨우 넘기며 사는 주민들의 깊은 걱정이 보인다. 검문소에서, 숙박검열에서, 불시검문에서 잡힌 수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아저씨들의 불안이 느껴진다. 두만강에서 총에 맞거나 익사한 수많은 엄마들과 아이들, 앳된 처녀들의 감겨진 눈동자가 보인다. 우리가 사람은 각각의 주관적 세계에서 산다는 걸 동의한다면, 그 강에서 얼마나 많은 세계가 이그러지고 사라졌을까?

나 혼자서는 남북의 고착을 바꾸진 못할 게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게 부드러운 미소와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더할 수는 있다. 적어도 내 가족과 이웃, 친구, 동료들에게. 결국 이런 소박한 꿈을 위해 나는 감당하기 어려운 매서운 눈빛들과 주려 탈진한 무기력을 넘어ㅤ그 처절한 시간들을 지나왔을 것이다.ㅤ
   
이름아이콘 똥글뱅이
2017-07-09 12:55
잘 읽었습니다. 팬입니다..
쓰여진 단어들이나 내용을 조합해 볼때 작성자님이 누구인지 분명해 지는군요.
남북 환경이 좋아지는 날까지 노력 해 주시고, 행복하세요~
   
이름아이콘 숙녀
2017-07-13 15:05

잘 표현된 어휘들로 그림을 보는듯한 글을 정말 잘 읽었습니다.
똑 같은 두만강을 건너면서도 알수없는 저 곳이 궁금하다고 며칠이면 돌아올수 있는 고향으로 생각하고 3월의 두꺼운 얼음위로  철없는 발걸음을 들여놓았다가  오늘날까지도  돌아못가고 여기 한국까지 오게된 일인입니다.
3월의 두꺼운 얼음이 눈에 선한데 4월의 물속이라 하니 뼛속까지 시린 물이 총알을 이기지 못했군요.
....
옛날에 중국에서 왕이 행차를 하느라 깊은 산골짜기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멀리 산중에서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왕은 일행을 세우고 울음소리나는 곳을 찾아 그 원인을 알아오도록 사람들을 보냈습니다.

얼마후...
사람들은 허름한 옷에 울음에 지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늙은 여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왕이 그에게 어찌  이 깊은 산속에서 혼자 통곡을 하냐고 물었습니다.
여인이 대답하기를 전에는 본시 읍에서 살다가 왕의 탄압 정치가 하도 빼앗어 가고 무서워서 세식구가 모든것을 다 버리고 깊은 산속에 숨어들어와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산에 들어와서 몇년있다가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가서 죽었답니다.
그후 아들을 의지해서 몇년동안 살았는데 지금 또 그 아들이 호랑이에게 물려가서 죽어버렸답니다.
이제 홀로 남은 여인은 호랑이에게 남편도 잃고 아들도 잃고 살아갈 일이 막막하고 너무 기가 막혀서 통곡하며 울고있었다고 합니다.

왕이 그 여인에게 그러면 다시 읍으로 내려가서 사는것이 좋지안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핍박에 시달리는 세상이 너무 싫어서 자신도 호랑이에게 물려가 죽더라도 사람을 핍박하는 읍에는 내려가지 않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지금 여인이 마주하고 있는 왕은 이미 새로 부임한 왕이였고 여인의 세식구는 세상을 등지고 살다나니 새로운 왕이 부임한지를 모르고 살고 있었습니다.
....
그리하여 지금까지 전해오는 이야기가 포악한 사람의 정치는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이야기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

작성자님. 부모님들까지 모시고 오셨다니 한국에서 오손도손 재미나는 생활을 잘 해나가시리라 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행복하십시요.
   
이름아이콘 암양
2017-07-14 16:18
총알이 날아오는 물길을 헤쳤다고 하는데서 넘 오싹했어요,,저희는 총알도 군인도 보이지 않는 강에서도 심장이 밖으로 튀여나와 뛰는줄 알았거든요,,,,헌데 철학개론서를 읽으신 분이여서 그런지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글들도 있네요,,,,너무나 생동하게 깊이있는 글이지만 어느 사람이 읽으나 이해하기 쉽게 써주셨음 좋겠습니다. 인생의 새봄을 찾은 님의 가정에 늘 행복만 있기를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아리아리랑
2017-07-19 10:59
사람들 자유롭게 해주는게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굳이 그렇게 간섭을 하고 막고...꼭그렇게 까지 해야 정치가 유지되는가...
사실 일본.미국.기타여러나라가 아무리 잘산다한들
한국보다 제도가 좋다한들 그렇다고 한국을 떠나는사람은 절대소수인데...
그리고 그곳에가서도 항상 한국발전에 역할을 했고...
북한은 그게 그리 어려운건지...
별것도 아닌데 왜그리 막고있을까
고향은북쪽 여기분들은 이해하기 힘들겁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열백번 백천번 설명해도 이해할수가 없는게 당연한거죠.
몇안되는 대역죄인 집안과 그앞잡이들이 만들어놓은 거짓역사들이 들통날까 두려워 그 많은 사람들을 국가라는 감옥안에 영원히 가둬놓으려는 속셈때문이랍니다.
거기서 태어나면 무조건 자기들을 절대신으로 받들어 모시고 자기들 위해 목숨도 서슴없이 바칠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되어야만 바거든요
2017-07-23 09:45
   
이름아이콘 탄산수
2017-07-19 12:23
글을 다 읽고 나서 이것은  한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한 가정의 이야기라는 걸 알았네요,
어느 분이신지  문법이 탁월합니다,
   
시나브로!
2017-08-04 19:49
너도  고생많이 했구나?여기서 네글을 접하니 좀 신기하네...
   
만다라
2017-08-08 00:05
감동의 좋은글 잘읽었읍니다,,,부디  온가족  평강하시길 소망합니다,,,,^^
   
이름아이콘 맨발.
2017-10-15 20:42
어떻게   온것이 중요 한것이 아니고  지금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글 재간이 좋아서  탈북수기는  과대 포장 해가며   그렇듯하게 쓰지만  생계비 타먹으면   사는 분들도 많습니다
고향은북쪽 생계비 타먹으면 아주 불량한듯이 말씀하시는 데 댓글이 참 보기가 불편하네요.
몸이 안좋거나 정신적 트라우마로 일을 못하면 생계비를 받을 수 있답니다.
2017-10-15 23:25
   
이름아이콘 궁정과삶
2017-10-25 06:55
편한 한세상  열심히 일하시고 많이 돈벌어 줄겁고 행복한 삶 사시길 바람니다.
   
이름아이콘 주)태일씨앤
2017-12-20 11:08
탈북수기 잘 봣습니다. 사선을 넘나든다는 말이 아랫동네 저로서는 50일 훌쩍 넘어버린 나이인데도 아직 실감이 안납니다. 잘 오셨구요. 부모님모시고 행복하게 사시길 기도 드립니다. ^^*
   
이름아이콘 애국자
2018-02-02 16:25
저는 북한 출신은 아니지만,
탈북수기를 읽을 때마다 감동과 마음속 눈물은 항상 똑같습니다.
부디 과거의 고난을 밑거름 삼아, 장래에는 반드시 성공하시길 빕니다.
   
이름아이콘 Yuny
2018-05-06 05:13
아.. 정말 잘 읽었습니다.
   
♡    님의 한마디 아름다운 댓글이  작성자 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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