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두만강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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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7-07 (금) 20:13

사법 상 보안서에 허락받지 않고 개인집에서 숙박하는 사람이 걸리면 무척 강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 더욱이 국경 연선에서 적발된다면 심하면 간첩이나 예비 탈북자로 의심받고, 약해서 무단숙박자로 동행요구를 받는다. 이러한 "비법자"들을 체포하려는 보안원들의 가택 점검은 불시에 찾아온다. 겉보기에 국경은 견고한 울타리이다. 그러나 두만강의 국경은 안과 밖으로부터의 월경으로 간헐적으로 출렁인다. 무보수 군복무자들과 무직 인민들의 금전 거래는 국경의 삼투압을 결정하는 조건이다.ㅤ

나는 그날 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자지도 못했다. 참호에는 무신론자가 없다고 생각했다. 체포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신자로 만들었다. 작은 창문으로 하얀 달빛이 뿌려졌다. 컴컴한 구석에서 무릎을 끓고 손을 마주 잡고 빌었다. ('무릎을 꿇고 손을 맞잡는다'는 것은 스스로 수족을 묶고 내 운명의 결정권을 신에게 넘긴다는 것일까?) ㅤ"내가 이 땅에 태어난 목적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게 해주소서." 내 기도는 순찰하러 온 보안원의 다그치는 노크소리에, 보다 그들을 보고 짖어대는 개들의 산발적인 짖음 때문에 더 이어지지 못했다.

급히 뒷문으로 나와 뜰 안에 있는 돼지우리의 깊은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저녁사료를 배불리 먹은 돼지가 태평하게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평안을 구가하는 돼지와 불안에 온 몸이 떨리는 내가 비교되었다. 행복한 돼지보다 슬픈 인간이 되라고 했던가. 뭔 개소리람. 죽음에 직면하면 그런 포만감 넘치는 무념이 나올까. 나는 이 걱정 없는 돼지가 부러웠다.ㅤ

하지만 이내 돼지는 이 우리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벌벌 떨고 있었지만 너보다는 우월하다. 나는 모든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고 사육하려는 '우리' 나라를 탈출할 용기를 가졌지. 나의 정체성을 규정해주던 학교 같은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땅으로 떠나려는 모험을 하고 있거든. 만일 체포되더라도 살아 있는 한 도망치겠다는 오기도 솟구치고.
   
루ㅂl
2018-06-25 21:57
고향을 탈출하는건 분명 슬픈일이지만...집필력이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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