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며칠 전부터 아프카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국내로 송환하는
“미라클”작전의 뉴스와 동영상을 보면서 반 자동적으로 흘러내리는 눈물 콧물을 훔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으로 오기 위해 태국 이민국 수용소까지 그들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북송의 위험속에 목숨을 걸고 그 길을 먼저 온 사람으로서 공감이 되어서 그럴가요?
십 년도 훨씬 넘었지만 목숨 걸고 중국 국경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오기 위해태국땅을 찾아가던 그날 밤이 떠오릅니다.
중국땅 곳곳에서 윈남성의 안가로 모여들기를 몇 일낮 몇 일밤,
떠날 시간만 학수고대 하던 어느날 밤 12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산길을 걸어야 했던 그 밤이 너무나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실수로 발 한 번만 잘못 짚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천길 낭떠러지를 한쪽에 끼고
한 점의 불빛도 없이 앞사람의 인기척만 듣고 따라 산길을 걷기를 5시간 정도,
단 한 차례의 휴식도 없이 그렇게 걷고 또 걸어서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보며 메콩강가에 도착했지요.
3~4인이 정원인 보트에 10명이 타야 하니
무게가 나가는 짐은 모두 버릴 수밖에 없었지만 기꺼이 버리고
그 보트에 올라타 채 몇십 분도 걸리지 않고 도착한
강기슭 이름도 모르는 태국의 어느 마을에 우리를 내려놓고
그 보트는 간다는 인사도 없이 그렇게 가벼렸습니다.
그곳에서부터 안내자도 없이 난생 처음 와본 태국 곳곳의 검문소를
코리아를 웨치며 이민국수용소까지 도착했고
대한민국 입국 차례를 기다리는 난민으로 몇 개월을 보낸 후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담보로라도 가고 싶었던 이 땅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내가 10 여년 전 그날 밤을 생생하게 떠올린것은
인터넷에 올라 온 한 장의 사진 때문이 었습니다.
특별기여자 가족의 공항 도착 모습을 그린 이 한 장의 사진이 나를 울렸습니다.
꽃길? 이들의 앞에 기다리는 것은 절대로 꽃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억양만 달라도 조선족, 탈북자로 분류하여 차별이 일상이 된 이 사회가
피부색으로는 또 얼마나 많은 차별을 하는지를 몸소 겪고 있기 때문이죠~
몰랐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성이 담긴 말인지,
이들의 입국전 부터 우리 인터넷의 댓글은
“절대 난민을 받으면 안된다”는 여론으로 도배가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한국 정부 사업에 도움을 준 “특별기여자”라는
호칭을 받는 순간부터 조금 수그러들기는 했으나
그래도 차별을 일삼는 사람들의 반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이분들이 대한민국에서의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코로나격리가 끝나고, 진천공무원 연수원에서
4주간의 사회적응 교육을 마치고 한국사회에 배출되게 되면
매일 매 순간 “특별기여자”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닐 것도 아니고,
이들이 아무리 그곳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고급인력으로 일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그냥 피부색 검은 외국인 일 뿐입니다.
님들의 앞길이 꽃길이 아닌 것을 알아버린, 먼저 온 처지가 비슷한 이방인이
주제 넘지만 꽃길을 걸을 수 있는 약간의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명심하실 것은 그 꽃길은 절대로 누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제발 와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모셔왔다고 하더라도
님들의 일생은 정부가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아프카니스탄과는 대비 할 수도 없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수한 사회 안전망들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님들은 대한민국 국민과 동일한 사회 안정망 속에서
그들보다 더 치열하게 삶을 살아낼 각오를 하셔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제공해 줄 수 있는 사회 안전망들로는
치안 : 사시 던 곳보다 안전한 치안으로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의료 : 아프면 치료해줄 세계 최고의 병원과 의료진, 건강보험이 있으며,
노동 : 적어도 일한 것 만큼의 보수를 적절하게? 받을 수 있는 노동시스템이 있습니다.
교육 :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무료로 중고등학교까지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선진 교육 시스템이 있습니다.
시민사회 : 이방인이 사회정착에 성공하면 함께 기뻐하고 응원해주는 대다수의 국민이 이웃으로 살고 있습니다.
차별을 행하는 무리들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하시고 그냥 무시하십시오.
대한민국으로 오실 때는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하셨겠지만
이 세상은 이방인에게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죽을 때까지 무시당할 겁니다.
그러나 비교하고 무시하는 것은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외세의 약탈을 견디고 살아남아야 했던
이 땅 사람들의 몸에 밴 생존방식이라 생각하시고 그대로 무시하시고
나의 삶을 잘 살아내시면 됩니다.
내가 잘 사는 것은 그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며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나는 잘 살다 가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목숨걸고 탈출한 그곳 아프가니스탄에서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수십 수백 만 명 중의 선택받은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생명의 안전이 보장되고,
자녀들에게 미래를 위한 교육을 마음껏 해줄 수 있으며,
노동을 통해 가족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이 사회에서
닫단히 잘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꽃길은 내가 만들어갑니다.
그 꽃길을 어떤 꽃으로 가득 채울 것인지는
“특별기여자” 여러분들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무사히 대한민국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게 잘 살아가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