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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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23:44
한국에 온지 보름만에 사나이는 대학교입학원서를 썼고 드디여 3학년에 편입하였습니다.
기대와 긴장에 잔뜩 부풀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입학식에 참가한 흥분도 채 가라앉히지 못했는데 얼마 안되어(불과 한주일만에) 강원도의 한 팬션에 1박 2일 MT를 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온지 불과 석달...
화장품회사에서 한달가량 일을 해봤을 뿐이고 이렇게 한국원주민들과 가까이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긴장되고 기대되는 MT였습니다.
며칠간 밥맛도 잃어가면서 기다린 MT를 정말 재미없이 보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습니다.
단 말 한마디 때문에...
제가 무슨 말을 잘못했냐구요?
절대로 그렇지 않구요.
오히려 말 한 마디 못했답니다... 생각만 해봐도 정말 너무 억울하였습니다.
지방에서 헐레벌떡 올라가다나니 대학에 도착했을 때에는 엠티참가자들을 실은 버스들이 막 대학교정문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턱걸이로 도착은 했고
아직은 서먹서먹한 선배님들, 학우님들과 함께 팬션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생략)
오후 5시쯤...
선배님들이랑 임원진멤버분들이 무척 바쁘셨고
우리 새내기들은 그야말로 제왕처럼 떠받들리우며 준비된 저녁식탁과 프로그램에 초대되었습니다.
우리 대학, 특히 우리 학부의 특성상 엠티이든 기타 모임에서 절대로 빠질수 없는 고량주 등이 우리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아직은 서로 서먹서먹하였지만 술을 보니 모두 얼굴에 화기가 돌고
불고기가 아직 출연하지 않았는데...
성미 급하신 분들이 병을 따고 술을 잔에 따릅니다.
먼저 한 잔씩 하자 하시네요...
술... 술 조오~치!~
술잔을 높이 들고 모두 함께 "건배!~"를 웨치니 저 하늘이 돈짝만큼 보이더라...
좀 있으면 콩알 만큼 작아보이겠지?
돈도 좋지만 술을 더 좋아하는 사나이
진짜 좋아하는 말 "건배!~"
나도 배에 힘을 주고 목젖이 시원해지도록 함께 소리칩니다.
"건배!~"
"쪼오옥~~~ 크아~~~"
술맛은 아니 변한데이... 어제나 오늘이나 그냥 요 맛이지...
그런데 술잔을 내려 놓으니...
나만 원샷을 하였다는 사실...
모두의 손에 들려 있는 술잔에는 아직도 술을 마신듯 안마신듯...
엥~ 모야? "건배"를 웨치고는 살짝 맛을 본거야?
그랬거나 말거나 술은 진짜 맛있다는 거...ㅎㅎ
나의 술잔에만 술이 없으니 나 한테만 쪼로록~ 술술 따라지는 술...
다시 모두 같이 웨칩니다.
"ㅇㅇㅇ 학부를 위하여~"
"건배!~"
"쪼로록!~"
"캬아!~~~"
며칠을 음식맛을 보지 못했던 뱃속에 알코올이 쫄쫄 흘러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발견한 묘한 다른 느낌에 다시 다른 분들의 술잔과 그 주인들의 얼굴들을 바라보니... 참참참...
건배를 두 번이나 웨친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술잔에는 아직도 맑은 술이 반나마 찰랑대고 있고 그 술잔의 주인들은 도리여 이해 안된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
아~ 또 나만 원샷 한거야????? 아우~ 열 받어, 내가 못살아...
어쩌면 모두들 이렇게 교활(?)할까? 건배한다고 소리치고는 술을 갖고 노는 거야? 나를 놀리는 거야?
사나이에게 걸어오는 말소리;
"주량이 얼마 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고기도 안올라오고 식사도 하셔야죠. 오늘저녁 프로그램도 많은데 벌써 이렇게 드시면 어떡해요?"
사나이 말도 못하고 속으로 대꾸하였습니다.
(흥! 건배를 한다고 웨친건 자기들이구만. 소리만 치고 술은 안먹고... 나만 당했잖어. 그리고는 날 생각해주는 척은... 정말 괘씸한? 사람들이군...)
고기는 안올라왔는데 이어지는 "건배"...
어리석은 사나이는 이번에야 진짜 건배하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그냥 따라주는 대로 홀짝홀짝 마셔버렸고
안주가 올라올 쯤에는 드디어 몸을 가눌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원래 술에 약하지는 않았는데
며칠동안 다른 일을 하다나니 너무 무리했고 밥도 이틀 굶은 상태에서 빈 속에 알콜이 물처럼 흘러들어갔으니...
정신은 말짱한데 손과 발이 말을 들어주지 않아
끝내는 선배님들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버렸군요. 휴ㅜㅜㅜㅜㅜ;;;;;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러워 선배님들께 연방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지만
며칠을 혹사당하고 알콜의 급습까지 받은 몸은 나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결국은 실컷 잠을 자다가 새벽 2시에 정신을 차려 일어나니...
에구~~~
학부에서 품을 들여 준비한 프로그램들도 다 끝나고 파티도 끝을 보아 침대며 쏘파며 여기저기에 쓰러져 쉬는 멤버들...
아직도 어느 방에서는 건배를 웨치고 있었는데 몇 분 되지 않았고 또 보아하니 선배님들 같아서 어려운 마음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였습니다.
...
결국
그렇게 기대하고 기다리던 엠티는 술에 말아 먹고
잠만 자다가 왔다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이야기...
외래어도 아니고 "건배(乾杯)"때문에...
북한에 있을 때에는 어렸기 때문에
술맛도 몰랐고 교실이 너무 추워서 몸을 덥히려고 아버지의 술을 몰래 마신적 있었습니다.
물론 술과 물이 색갈이 같다는 생각 하나만 하여 술 한잔 나의 뱃속에 넣고 물 한잔을 술병속에 채워넣었다가 동생들까지 의심받아 아버지에게 혼 난적은 있었지만...ㅋ
중국에 가서야 "건배"를 웨치면서 사나이답게 즐겼던 술이라...
중국에서는 "건배"를 웨치면 잔을 완전히 비우라는 뜻이 되므로 이 날의 상황이 정말 억울(?)하고 분(?)했다는...
그 후
수강신청한 과목의 교재에 나오는 내용이 더 어이없었습니다.
지금 여기에 교재 내용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
이런 의미를 모르고 중국을 방문한 한국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상대방에게 건배를 제의하면서 자신은 약간만 마시고 술잔을 내려놓아서 실제로 잔을 비운 상대방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출처: 현대중국사회의 이해 저자: 장범성)
결국 나는 교재에서 중국의 문화를 배운것이 아니라 그에 상반되는 한국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게 된것이였습니다.
왜 이 교재를 더 일찍 보지 못했을까...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탈북자임을 몰랐던 선배님들과 학우님들은 나의 행동이 이상했을 것이니...
아래에 2008년 3월에 있은 우리 학부 엠티 교수님과 우리 학번 동기님들만의 사진을 올려 봅니다.
여기에 사나이가 있답니다.ㅎㅎㅎ
첫 번째 사진은 학부장님이 그날 저녁 첫 행운권추첨자를 발표하시는 사진인데 제가 첫 번째로 추첨되어 교수님이 직접 "해와 달"표 한복을 전달하시는 대목인데... 시체놀음을 하다나니...ㅠㅡㅜ;;;;;;;;
사나이 보고 싶으신 분은 보고 싶으실 때마다 클릭 한 번씩 해보세욤~~~
그것도 공짜로...ㅇㅎㅎㅎㅎㅎㅎㅎ
기대와 긴장에 잔뜩 부풀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입학식에 참가한 흥분도 채 가라앉히지 못했는데 얼마 안되어(불과 한주일만에) 강원도의 한 팬션에 1박 2일 MT를 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온지 불과 석달...
화장품회사에서 한달가량 일을 해봤을 뿐이고 이렇게 한국원주민들과 가까이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긴장되고 기대되는 MT였습니다.
며칠간 밥맛도 잃어가면서 기다린 MT를 정말 재미없이 보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습니다.
단 말 한마디 때문에...
제가 무슨 말을 잘못했냐구요?
절대로 그렇지 않구요.
오히려 말 한 마디 못했답니다... 생각만 해봐도 정말 너무 억울하였습니다.
지방에서 헐레벌떡 올라가다나니 대학에 도착했을 때에는 엠티참가자들을 실은 버스들이 막 대학교정문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턱걸이로 도착은 했고
아직은 서먹서먹한 선배님들, 학우님들과 함께 팬션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생략)
오후 5시쯤...
선배님들이랑 임원진멤버분들이 무척 바쁘셨고
우리 새내기들은 그야말로 제왕처럼 떠받들리우며 준비된 저녁식탁과 프로그램에 초대되었습니다.
우리 대학, 특히 우리 학부의 특성상 엠티이든 기타 모임에서 절대로 빠질수 없는 고량주 등이 우리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아직은 서로 서먹서먹하였지만 술을 보니 모두 얼굴에 화기가 돌고
불고기가 아직 출연하지 않았는데...
성미 급하신 분들이 병을 따고 술을 잔에 따릅니다.
먼저 한 잔씩 하자 하시네요...
술... 술 조오~치!~
술잔을 높이 들고 모두 함께 "건배!~"를 웨치니 저 하늘이 돈짝만큼 보이더라...
좀 있으면 콩알 만큼 작아보이겠지?
돈도 좋지만 술을 더 좋아하는 사나이
진짜 좋아하는 말 "건배!~"
나도 배에 힘을 주고 목젖이 시원해지도록 함께 소리칩니다.
"건배!~"
"쪼오옥~~~ 크아~~~"
술맛은 아니 변한데이... 어제나 오늘이나 그냥 요 맛이지...
그런데 술잔을 내려 놓으니...
나만 원샷을 하였다는 사실...
모두의 손에 들려 있는 술잔에는 아직도 술을 마신듯 안마신듯...
엥~ 모야? "건배"를 웨치고는 살짝 맛을 본거야?
그랬거나 말거나 술은 진짜 맛있다는 거...ㅎㅎ
나의 술잔에만 술이 없으니 나 한테만 쪼로록~ 술술 따라지는 술...
다시 모두 같이 웨칩니다.
"ㅇㅇㅇ 학부를 위하여~"
"건배!~"
"쪼로록!~"
"캬아!~~~"
며칠을 음식맛을 보지 못했던 뱃속에 알코올이 쫄쫄 흘러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발견한 묘한 다른 느낌에 다시 다른 분들의 술잔과 그 주인들의 얼굴들을 바라보니... 참참참...
건배를 두 번이나 웨친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술잔에는 아직도 맑은 술이 반나마 찰랑대고 있고 그 술잔의 주인들은 도리여 이해 안된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
아~ 또 나만 원샷 한거야????? 아우~ 열 받어, 내가 못살아...
어쩌면 모두들 이렇게 교활(?)할까? 건배한다고 소리치고는 술을 갖고 노는 거야? 나를 놀리는 거야?
사나이에게 걸어오는 말소리;
"주량이 얼마 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고기도 안올라오고 식사도 하셔야죠. 오늘저녁 프로그램도 많은데 벌써 이렇게 드시면 어떡해요?"
사나이 말도 못하고 속으로 대꾸하였습니다.
(흥! 건배를 한다고 웨친건 자기들이구만. 소리만 치고 술은 안먹고... 나만 당했잖어. 그리고는 날 생각해주는 척은... 정말 괘씸한? 사람들이군...)
고기는 안올라왔는데 이어지는 "건배"...
어리석은 사나이는 이번에야 진짜 건배하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그냥 따라주는 대로 홀짝홀짝 마셔버렸고
안주가 올라올 쯤에는 드디어 몸을 가눌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원래 술에 약하지는 않았는데
며칠동안 다른 일을 하다나니 너무 무리했고 밥도 이틀 굶은 상태에서 빈 속에 알콜이 물처럼 흘러들어갔으니...
정신은 말짱한데 손과 발이 말을 들어주지 않아
끝내는 선배님들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버렸군요. 휴ㅜㅜㅜㅜㅜ;;;;;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러워 선배님들께 연방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지만
며칠을 혹사당하고 알콜의 급습까지 받은 몸은 나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결국은 실컷 잠을 자다가 새벽 2시에 정신을 차려 일어나니...
에구~~~
학부에서 품을 들여 준비한 프로그램들도 다 끝나고 파티도 끝을 보아 침대며 쏘파며 여기저기에 쓰러져 쉬는 멤버들...
아직도 어느 방에서는 건배를 웨치고 있었는데 몇 분 되지 않았고 또 보아하니 선배님들 같아서 어려운 마음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였습니다.
...
결국
그렇게 기대하고 기다리던 엠티는 술에 말아 먹고
잠만 자다가 왔다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이야기...
외래어도 아니고 "건배(乾杯)"때문에...
북한에 있을 때에는 어렸기 때문에
술맛도 몰랐고 교실이 너무 추워서 몸을 덥히려고 아버지의 술을 몰래 마신적 있었습니다.
물론 술과 물이 색갈이 같다는 생각 하나만 하여 술 한잔 나의 뱃속에 넣고 물 한잔을 술병속에 채워넣었다가 동생들까지 의심받아 아버지에게 혼 난적은 있었지만...ㅋ
중국에 가서야 "건배"를 웨치면서 사나이답게 즐겼던 술이라...
중국에서는 "건배"를 웨치면 잔을 완전히 비우라는 뜻이 되므로 이 날의 상황이 정말 억울(?)하고 분(?)했다는...
그 후
수강신청한 과목의 교재에 나오는 내용이 더 어이없었습니다.
지금 여기에 교재 내용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
이런 의미를 모르고 중국을 방문한 한국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상대방에게 건배를 제의하면서 자신은 약간만 마시고 술잔을 내려놓아서 실제로 잔을 비운 상대방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출처: 현대중국사회의 이해 저자: 장범성)
결국 나는 교재에서 중국의 문화를 배운것이 아니라 그에 상반되는 한국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게 된것이였습니다.
왜 이 교재를 더 일찍 보지 못했을까...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탈북자임을 몰랐던 선배님들과 학우님들은 나의 행동이 이상했을 것이니...
아래에 2008년 3월에 있은 우리 학부 엠티 교수님과 우리 학번 동기님들만의 사진을 올려 봅니다.
여기에 사나이가 있답니다.ㅎㅎㅎ
첫 번째 사진은 학부장님이 그날 저녁 첫 행운권추첨자를 발표하시는 사진인데 제가 첫 번째로 추첨되어 교수님이 직접 "해와 달"표 한복을 전달하시는 대목인데... 시체놀음을 하다나니...ㅠㅡㅜ;;;;;;;;
사나이 보고 싶으신 분은 보고 싶으실 때마다 클릭 한 번씩 해보세욤~~~
그것도 공짜로...ㅇ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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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만
교수님들과 동기님들과 함께 한 촬영이라...
사진은
자진 삭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