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너머 산, 그 끝은 어데일까?
산너머 산, 그 끝은 어데일까?
며칠전 한 교사의 상식밖의 행동으로 인하여 상처받은 한 새터민학부모가 올린 글을 보았습니다.
맘이 참으로 아프더군요...
그리고 제 친구가 겪은 그와 유사한 일이 생각나 적어봅니다.
이 친구가 한국에 입국한지는 어언 4년차가 되어갑니다. 그 사이 못해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중국어실력이 원어책을 술술 보는정도인지라 대교 라고 나름대로 이름있는 학습지 방문교사를 하기도 했었구요. 그런데 몇달 하다가 보니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기가 막힌 일들이 많았나 보더라구요...
자기 윗선에 뭐 팀장도 있고 대리도 있고, 하여튼 이러저러한 감투들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작에 실력은 자기보다도 훨~~~씬 못하지만... (친구가 한자 물어보러 가면 버벅버벅~~대기만 하고...)
단 하나 대학교졸업장이 있어가지고 그게 그렇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더라 이겁니다.
솔찍한 말루 제 친구야 중국에서 중국말을 모르면 북한에 끌려가야 하니까 죽기살기로 배웠던 터인지라 한족 뺨치는 실력이였지만... 단 하나 대학교 졸업장이 없는것이 걸림돌이 되어서 월급부터 시작해서 가지 가지 차별이 그렇게 심하더랩니다.
석달 가까이 한달에 단돈 이십만원을 받고 다녔으니... 근데 문제는 그렇게라도 다니면서 경력을 쌓으면
나중엔 인정이 되지 않을까 하고 순진하게 생각했었는데 몇달 지내다보니 결코 아니더라는거죠...
하여튼... 친구는 밤을 새워가며 무진장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한국에서 살아남을려면 대학졸업장은 필수라는 결론에 다달아 비록 삼십대 초입에 들어서는 나이이지만 대학교진학을 결심했답니다.
그래서 사는 곳 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님께 찾아가 대학진학에 대한 상담을 받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이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라는 분이 하시는 말씀이나 행동이 가관도 아니였더라는거죠.
무슨 일로 왔느냐고 하길래 친구가 새터민(탈북자)인데 대학진학상담을 좀 받으러 왔다고 했답니다.
그러니까... 안경너머로 사람을 올리보고, 내리보고, 참... 꼭 그런거 있잖습니까?
은근히 행동으로 주눅들게 하더라지요...
나이가 얼마냐고 묻길래 "삼십대초반입니다." 이렇게 솔찍히 대답했답니다.
그랬더니 이때다 싶었는지 다다다다다... 우리가 여태까지도 귀따갑게 들었고, 듣구있고, 앞으로 언제까지도 더 들어야 할지도 모를 세금운운...하더라지요.
그 아까운 세금 어디로 줄줄 새구있는데...
TV만 켜면 나오는 자칭 사회지도층들의 억소리나는 비리. 착복. 횡령...
하여튼 인천시 모 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님께서는 어깨 잔뜩 올리시고 기고만장하셔서 왈
"당신들(새터민들)이 우리들이 내는 세금으로 살아가는 주제에, 이제는 공부까지 하겠다고 한다"면서 아주 주제파악을 하라는 식으로 그렇게 왕거품을 물면서 쌩열을 올리시더라네요.^^;;
거기서 내가 못다한 배움의 열망을 이루겠다는게 이렇게 야단 내지는 질책을 들어야 하는 일인지..
친구가 한참을 멍하니 듣고 있다보니 본인도 어이없었나 보더라구요...
그래서 그럼 제가 한 마디만 물어도 되겠냐고 했대요...
물어보라고 그러길래 친구가 그럼 "내가 대학에 안가면 당신들이 내는 세금 돌려받냐고?"
조용히 물어보았답니다.
열변을 토하던인천시 @@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공무원님이 한풀 꺽인 목소리로 그건 아니라고 하더랩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친구는 낮으나 강하게 한 펀치 날렸나봅니다.
"당신들이 내는 세금으로 산다는 것 나도 잘 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당신들보다 세금 더 많이 내는 사람이 되고싶어서 대학에 가려고 하는거다. "라구요...
친구의 낮으나 강한 한마디에 인천시 모 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님은 얼굴이 빨개진채로 아무 말도 못하면서 대학입학에 필요한 수속을 밟아주더라지요.
참... 진학결심을 내리기까지 밤잠도 설쳐가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느라 꼴이 말도 아니였을 친구에게 어려운 결심 하였다고 격려는 못해줄망정 굳이 세금 운운....하고싶으셨는지...
작년에 사랑하는 아빠가 돌아가신 소식을 인편에 전해듣고 전화기너머로 꺼이 꺼이 울면서 아버지 임종도 못 지켜드린 불효를 탓하며 목이 쉬도록 울던 내 친구...
일하던 회사사장이 석달째 밀린 월급을 떼어먹고 도망가자 어쩌면 좋느냐면서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던 내 친구...
그러나...이러한 힘든 고비들을 씩씩하게 이겨내면서 한 발자욱. 또 한 발자욱 한국사회에 적응하느라 뛰고 또 뛰는 그녀가 전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언젠가 웃으며 이 모든걸 추억할 그녀가 있어서 전 한결 마음이 푸근합니다.
친구야. 열심히 배우고 배워서 원하는 꿈을 꼭 펼치길 바래!!!
그리고 아쉬운 부분은 사회의 일반인들이 세금 운운 하면서 우리(새터민/탈북자)에게 돌을 던지는 이런 저런 마음아픈 소리들은 (하도 들어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런ㅠㅠ 저도 면역이 되었나 봅니다. 웃어야 되는건지, 울어야 되는건지...슬프네요. ㅎㅎㅎㅎ
(그래도 웃어야겠지요? 내가 웃어도 웃는게 아닌데 ㅎㅎ)
그러나 일선에서 새터민(탈북자)들의 사회정착의 어려운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도움, 조언, 지원을 주셔야 하는 공적인 신분에 계시는 분들만큼은 되는대로 툭툭, 아픈 마음의 상처를 긁어내는 말씀만큼은 자제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친구말마따나 세금 돌려받는것도 아니라면서요...
칼로 찌른 상처는 시간이 지나 아물면 그만이지만 마음에 남긴 상처는 세월이 흐른다고 하여 쉽게 아무는게 절대로 아니더군요. 아무리 신이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 "망각"이라고는 하지만 말입니다...
물론 탁월한 업무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이날이때껏 지옥의 땅 북한에서 태어나 노예살이 겪은 것도 견디기 힘들었는데 죽음의 고비고비들을 넘으며 다달은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도 따뜻이 고무격려해주셔야 할, 당당한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열과 성으로 이끌어주셔야 할
일선 담당자분들만큼은 인성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런지요?
물론 이밤도 새터민(탈북자)들의 안정적인 사회정착을 위하여 여러모로 애쓰시는 반쪽의 조국 = 대한민국의 수많은 분들께는 진심으로 머리숙여 고맙다는 말씀 올립니다.
- 신록의 푸르름이 한층 더 깊게 다가오던 2009년 5월의 어느 고요한 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