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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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1 13:15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 뜨락님.
이야기를 마치면서.
그래도 어느정도 이모들과의 사이도 예전같이 가깝게 되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도 원점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늘 그러했던 것처럼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낮추면서 살리라고 몇번이나 다짐을
했는지 모른다.
이제는 그 이모가 뭐라해도 참고 버텨낼 자신이 있다.
정말 밑바닥도 그런 밑바닥 생활이 있었을까?
내 인생에서 이렇게 쪽 팔리고 눌리면서 살아왔었던 적이 언제 있었으며 앞으로
또 있기나 할까?~
그런데도 이모는 분수를 모르고 헤매이는 것 같다.
하루는 사무실의 품질감독을 맡은 차장님이 이모와 뭐라고 쑥덕이다가 나한테 다가와서
오늘은 사출에 가서 일하라고 한다.
나는 일을 하다가 손을 멈추고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유팀장님의 허락이 있기전에는 어디에도 못갑니다.
차장님이 유팀장님의 허락을 맡아주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니, 먼저 가요. 나중에 내가 이야기 할테니...>리고 한다.
<안됩니다. 우리 팀장님이 저보고 말씀하셨어요, 당신의 허락이 있기전에는 현장을 단
한걸음도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말입니다.
다시한번 그런 일이 있을때에는 저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시더군요.>
품질차장이 팀장님께 전화로 뭐라 하더니 나보고 좀 있다가 팀장이 허락하면 사출로 오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도장실에서 유팀장이 나오더니 내곁을 지나 이모한테 간다.
그렇게 한참동안 하던 일을 끝내고 다른 제품을 가지러 가면서 보니 팀장이
J이모곁에 서서 아무 말도 없이 이모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단호한 얼굴로 그저 말없이 지켜보기를 몇분 동안이나... ... ...
실은 원래 팀장일을 맡으셨던 과장님이 사직하고 나서 반장직을 맡고있던 그는 팀장직을 맡은지가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모와 차장님이 팀장의 허락없이 자기 맘대로 팀원을 움직이는 자체가 용납되지 않았을것이다.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조회를 하는데 팀장이 나를 찾는다.
팀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내일부터 그남자씨는 투입쪽에 가서 일하세요, 오늘 부터 자기 일이 맘에 들지 않으신분들은
언제든지 제게 말씀해주세요, 원하는 자리에서 일을 할수있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한다.
내 마음은 정말 날아갈것만 같은 심정이라고 할까,
꼭 마치도 지옥의 굴에서 벗어난듯한 느낌이었다.
그 며칠 후, 태국여자가 출근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제품을 투입하고 있는데 뒤에서 또 악을 쓰는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금방 센딩을 배우기 시작한 중국 여자분을 데리고 와서
나한테 하는 말이 지금 당장 가서 센딩을 하라고, 뭘 모르는 사람과 일을 하자니 천불이
난다고 악을 쓰면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그 모양을 보니 참고 참았던 내 마음에 또다시 분노의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누구를 어디로 가라고요?
무슨 체면으로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여보세요,
당신 눈에는 그남자라는 사람이 필요하면 데려가고, 필요 없으면 차 버리는
물건으로 보이세요?... 여기, 저기 이모의 맘대로 움직이는 장기쪽으로 보이냐 말입니다.
못가요, 아니 안갑니다.> 하고 맞붙어서 소리를 쳤더니 자기 자리로 가버리고 만다,
왕이모가 나한테 사정하듯이 말씀하신다.
<그래도 어쩌겠냐, 나이도 젊은 니가 이번만은 참고 가서 센딩을 하거라.
오늘만은,,, 다른 걸 떠나서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야지>
그 말씀에 <이모, 나이가 젊어도 다 같은 사람입니다.
저도 기쁘면 웃기도 하고, 슬프면 울기도 합니다. 감성이 있고 심장이 뛰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하는수 없이 못이기는 척 하고 센딩을 끝내고나서 퇴근 하려는데 J이모가
나한테 비닐봉지에 싼 멸치를 내민다.
<그남자야, 이거 가져가서 아들애한테 볶아 줘.>
할 이야기도 많고 못다한 이야기도 많지만 여기서 끝마치려고 한다.
남들처럼 꿈을 이룬 화려한 이야기도 아니고, 성공을 이룬 희망의 메시지도 아닌
고통과 절망속에서, 그리고 수많은 오해와 갈등속에서 차분하게 원점으로 돌아온
보잘것 없는 나의 이야기,
작년에 어느 회원분이 자신의 안타까움을 적은 글을 읽고 나서 댓글에 참 대단하다고,
그런 용기와 결단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꽁꽁 숨겨두고 감춰두었던 나 자신이 정말 부끄럽다는 댓글을 남긴적이 있었다.
얼마전에도 어느 회원분이 쉼터의 수다방에 이와 비슷한 글을 올렸을 때 정착경험담 코너에
나 자신의 이야기를 올려보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어서 휴가를 받은 틈을 타서 미숙한
글이마나 올려보았다.
지금도 새터민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그속에서 살아 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우리 후배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불안하니까 청춘이다
막막하니까 청춘이다
흔들리니까 청춘이다
외로우니까 청춘이다
두근 거리니까 청춘이다
그러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교수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