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며

다리를 건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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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며  

산에 덮인 하얀 눈, 차갑게 느껴지는 파란 하늘, 얼어붙은 만천성의 강을 따라 부암리에 사는 고사리 할머니와 해연네 집에 다녀 왔습니다. 엊그제 내린 눈이 영하 15도의 추위와 강풍에 부암리 가는 고갯길을 얼음판으로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차에서 내려 흙을 퍼다 자동차 바퀴 밑에 뿌리고 조금 올라가다 서면 또 흙을 뿌리고 이렇게 몇 번을 거듭한 뒤에 간신히 언덕을 넘었습니다. 작년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가다 돌아온 적이 있어서 올 해도 다시 돌아와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퍽 다행이었습니다.  
오가는 차도 거의 없는 시골길을 달려 부암리가 강 건너 보이는 곳까지 왔습니다. 지난 봄 얼음이 녹으면서 다리 교각 하나가 부서져 나무로 엮은 다리가 반 쯤 기울어져 있었는데 아직도 고치질 않았습니다.  바람이 얼음 위를 지나 다리를 흔들고 지나갑니다. 다리를 건너 가니 목에 단 방울 소리를 딸랑 딸랑 대며 소들이 눈 사이에 마른 푿들을 뜯어 먹으며
지나갑니다. 차가운 바람이 금새 손을 꽁꽁 얼려버립니다.
 
고갯길에서 한 시간 넘게 시간이 지체되어 약속한 점심 시간을 훨씬 넘어 할머니네 집에 도착했습니다. 사립 문 여는 소리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반갑게 웃으며 마중을 나왔습니다. 내 손을 거칠고 두툼한 손으로 잡고 "이렇게 추운 데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네다" 반겨주시는 할머니,  웃는 얼굴로 "목사 선생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 가방을 들어주시며 빨리 방안으로 들어오라며 문을 열어주시는 할아버지. 마치 고향집에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가 따뜻한 아랫목을 내 주시며 가마솥에서 뜨거운 숭늉을 떠 주십니다. 상에는 단 호박 찐 것, 찰옥수수를 갈아 만든 부침이, 들깨 가루, 김치, 그리고 누룽밥이 소박하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산골이라 장에 나가 찬 거리도 못사왔다"며 그래도 순수한 녹색식품이니까 많이 먹으라고 자꾸만 빈 그릇에 누룽밥을 떠 주셨습니다.
 
조선에 남아 있는 자녀들 소식을 물어보니 딸이 몇 달 전 강을 넘어와 한국으로 갔다며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들네 걱정에 금새 눈시울을 적시며 "언제나 통일이 되려는지 ? 빨리 통일이 되야 북조선 사람들도 사람답게 살아보겠는데..."  라며 말끝을 맺지 못했습니다.  가지고 간 선물과 성도들이 후원해 준 생활비를 전해드리고 함께 가족들을 위해서,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 기도하고 다른 마을에 있는 천사들을 만나러 집을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리를 건너며 바람에도 흔들리는 다리도 강 건너 서로 오고갈 수 있는데 남북을 잇는 다리도 하루 빨리 이어져서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만나고 북한에도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했습니다. 언제 북한으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가서 복음을 전하고 주님의 사랑을 동포들에게 마음껏 나눌 수 있을까?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찬 바람에 눈가루가 날리는 길을 걷습니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5
땡칠이 2015.04.15 21:15  
잘 읽었읍니다! ㅋ ㅋ
형철이 2015.04.23 23:26  
잘 봣어요.
남남북녀1 2015.07.23 00:21  
좋은글잘보고갑니다
남남북녀1 2015.07.31 00:06  
      고향떠나  떠돌면서 어느덧 10여년                                                 꿈많은 청춘도 말없이 흘러가고                                                  사랑하는 나의 님만  정처없이 기다리네                                                 
ayh204 2015.11.20 19:14  
내용이 애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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