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커피 한 잔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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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7 09:24
블랙커피 한 잔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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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 블랙커피는 은근한 매력에서 풍기는
진한 향기로 먼저 마중을 나와서 좋다.
하얀 색이어서 더 어울리는 곱고 단아한 커피잔은
한껏 예의를 갖추어 내민 손에 의해
가늘게 떨려오는 기대감으로
호흡을 가슴에서 멈추게 하고
한 모금 보듬은 입안은 알 수없는 언어들로
아득해지는데 아! 먼 옛날 어느 나라 공주였을까?
꼭꼭 숨겨진 쓰디쓴 사연들이 이제야 향기가 되고
이제야 모습이 되어 내게 찾아온 것이거니,
커피잔을 내려놓으면 눈앞에 나타나는
안개 같은 부질없음이 하얀 잔의 깨끗함으로
마냥 부끄러운데, 계절 내내 닫아두었던
가슴속 어두운 방문을 열고 먼지쌓인
서운함 들은 지난 사연으로 엮고
냄새나는 미움 들은 쓴맛 한 입으로 만들어
목안으로 천천히 삼켜버린다. 다 마신 커피잔을
치워도 아직 입안에 남아있는 달콤한 향기는
혹시 내가 공주를 정말 만난 건 아닐까?